지난 1일 도쿄 아리아케 어번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비엠엑스 프리스타일 종목에 일본 대표 나 카무라 림이 출전해 공중 곡예를 펼치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3대3 농구, 사이클 비엠엑스(BMX) 프리스타일, 스케이트보딩, 스포츠클라이밍, 서핑. 2020 도쿄올림픽에 새롭게 등장한 종목들이다. 초창기 올림픽 주요 종목 가운데 하나인 줄다리기 등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대신 젊은층이 환호할 만한 빠르고 현란한 종목들이 등장했다.
3일 국제올림픽위원회 누리집을 보면, 3대3 농구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길거리 농구에서 기원한다.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 이어 올림픽에선 이번에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4명(교체선수 1명 포함)으로 구성된 각 팀은 10분 동안 많은 점수를 내거나 21점을 먼저 따면 승자가 된다. 14~18살이 참여하는 2010년 싱가포르 청소년올림픽에서 이미 선보인 바 있다. 첫 올림픽 금메달은 남성은 라트비아가, 여성은 미국이 차지했다.
지난 2일 2020 도쿄올림픽 여자 스케이트보딩 ‘파크’ 부문에 출전한 미국의 브라이스 웨트스타인 선수. 도쿄/AP 연합뉴스
공중 곡예로 메달을 경쟁하는 사이클 비엠엑스 프리스타일과 스케이트보딩은 한때 청소년이 즐기는 비주류 문화였지만, 도쿄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발돋움하면서 주류로 떠올랐다. 비엠엑스 프리스타일은 자전거를 타고 공중 곡예를 펼치는 경쟁으로 이번 올림픽에는 남자부 9명과 여자부 9명이 참가해 가장 소규모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로건 마틴과 영국의 샬럿 워딩턴이 각각 남녀 부문의 첫 올림픽 챔피언이 됐다.
스케이트보딩은 바퀴 달린 좁은 널빤지를 타고 점프(알리), 플립, 공중 스핀 등을 수행한다. 계단, 난간, 벤치 등 장애물이 놓인 길거리에서 기술을 뽐내는 ‘스트리트’와 수영장 물을 빼 만든 ‘파크’ 등 두 분야에서 속도, 점프 높이, 난이도 등을 따지기에 다양한 기술이 선보인다. 빠른 비트의 배경음악은 더욱 흥을 돋운다. 참가자들 역시 비교적 어린 편이다. 지난달 26일 여자 스트리트 부문에서 2007년생 13살 니시야 모미지가 금메달을 따내 역대 최연소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또 은메달과 동메달 역시 10대인 하이사 레아우(13·브라질), 나카야마 후나(16·일본)에게 돌아갔다.
지난달 27일 지바 쓰리가사키 서핑 해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서핑 남자 쇼트보드 부문에서 첫 올림픽 금 메달을 따낸 브라질 대표팀 이탈루 페헤이라가 힘차게 파도를 타고 있다. 지바/로이터 연합뉴스
이들 종목의 특징은 도시의 거리에서 유행하던 스포츠가 올림픽 무대까지 오른 것이다. 프랑코 카라로 올림픽 프로그램 위원장은 “스포츠와 사회 모두에서 변화의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며 “올림픽 프로그램의 구성도 전통적 형태의 스포츠와 인기 스포츠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고 한다”고 올림픽위원회 누리집에서 밝혔다.
여기에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젊고 활기찬 문화를 불어넣고자 제안한 스포츠클라이밍, 서핑 등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스포츠클라이밍은 손과 발만으로 인공 경사면을 오르는 종목으로, 속도를 겨루는 스피드클라이밍, 정해진 시간에 루트를 개척하는 볼더링, 정해진 시간에 높이 올라가는 것을 겨루는 리드 종목 등이 있다. 선수들은 세 종목 모두 출전해, 각 종목 순위를 따져 최종 순위를 결정한다. 서핑은 길이가 1.8m인 쇼트보드 종목이 채택돼 남녀 각 20명씩 출전한다. 브라질의 이탈루 페헤이라와 미국의 카리사 무어가 올림픽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앞으로도 사회 변화를 반영하고 젊은이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새로운 종목이 속속 추가될 전망이다.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에는 썰매 종목인 여성 모노봅을 비롯해 프리스타일 스키 빅에어, 스노보드 크로스 등 7개 종목이 추가될 예정이다. 2024 파리올림픽에선 ‘브레이크댄스’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새로운 종목의 출현은 시청자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미국 내 독점 중계권을 가진 <엔비시>(NBC)가 방영한 도쿄올림픽 개막식 시청자는 1700만명이었다. 2016 리우올림픽 2650만명, 2012 런던올림픽 4070만명에 훨씬 못 미친다.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지만, 새롭게 시청자들을 유인할 올림픽 종목의 변화도 필요했던 셈이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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