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4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8강 한국과 터키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4강에 진출을 확정한 뒤 손가락 4개를 펼쳐 보이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9년 만에 올림픽 4강 무대에 올랐다. 조별리그부터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며 잇달아 이변을 만들어내고 있다. 계속되는 이변은 우연이 아니라 실력이다. 그리고 그 핵심 동력은 ‘원팀’에 있었다.
대표팀 주장 김연경(33)은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8강 터키와 경기에서 3-2로 극적인 승리를 따낸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기자들과 만나 “솔직히 처음 8강 상대가 터키로 결정된 뒤엔 나도 준결승 진출이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김연경은 이날 28득점을 내며 경기를 지배했다.
김연경은 “올림픽 개막 전엔 누구도 우리의 준결승 진출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나의 팀이 돼 4강 무대를 밟아 기쁘다”고 했다. 김연경은 터키전이 마지막 올림픽 경기가 될 거라는 생각에 “잠이 전혀 오지 않았다. 1시간 정도 잤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날 김연경은 3세트에 심판의 판정에 항의하다가 경고를 받기도 했다. 김연경은 “사실 경기 전부터 심판의 콜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번 강하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흐름이 넘어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했다”고 했다. 이날 대표팀은 3세트를 반복되는 듀스 끝에 28-26으로 따냈다. 사실상 이날 경기의 승부처였다.
공중을 완전히 지배하며 팀의 승리를 이끈 양효진(32)은 “올림픽은 잘하는 팀만 와서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무조건 이기고 싶다는 열망과 열정이 강했다. 서로 ‘후회 없이 하고 나오자’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이날 양효진은 11득점에 6개의 블로킹까지 기록하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양효진은 또 “이번 대회는 미련이 없을 정도로 준비를 잘했다. 항상 상대가 강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대표팀은 매번 열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도미니카공화국, 일본, 터키를 풀세트 접전 끝에 잡아내며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양효진은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모두가 노력해서 4강의 결과를 얻은 것 아닌가. 올림픽을 치르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4강에 진출하는 팀은 모두 강하다. 그러나 우리도 맞설 것이다. 코트 위에서 할 수 있는 건 다하고 나오겠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대표팀은 이날 모두가 골고루 활약을 펼쳤다. 박정아(28)는 16득점을 기록하며 김연경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기록하는 등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김희진(30)도 무릎 부상에도 불구하고 9득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2012 런던올림픽 이후 9년 만에 4강에 오른 한국은 6일 브라질과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8강전 승자와 맞대결을 펼친다. 남은 경기 중 한 경기만 이겨도 최소 동메달을 확보할 수 있다. 만약 메달을 획득하면, 1976 몬트리올올림픽 동메달 이후 45년 만의 메달이다.
도쿄/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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