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승자 준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8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일본 곤도 겐스케의 땅볼 타구 때 베이스 커버에 들어간 투수 고우석의 발이 1루 베이스를 찾아 헤매고 있다. 병살 수비 실패로 한국은 실점 위기를 이어갔고 결국 3점을 내줘 경기에 졌다. 도쿄/연합뉴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4일 저녁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일본과 ‘승자’ 준결승에서 2-5로 졌다. 보통의 올림픽 종목이라면 준결승에서 패했기 때문에 해당 팀(혹은 선수)은 동메달 결정전으로 미끄러진다. 하지만 이번 대회 야구는 아니다. 녹아웃 스테이지, 패자부활전, 승자 준결승, 패자 준결승 같은 특이한 대회 방식 때문이다. 이런 방식 탓에 한국은 준결승만 두 차례 치른다.
한국은 5일 저녁 7시 미국과 ‘패자’ 준결승을 치른다. 미국은 전날(4일) 도미니카공화국과 패자부활전 2라운드를 치러 3-1로 승리했다. 한국은 미국전에서 승리하면 결승전에 올라 7일 저녁 7시 일본과 금메달을 놓고 재대결한다. 하지만 조별리그 2차전(7월31일) 때처럼 미국에 다시 패한다면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려서 도미니카공화국과 메달을 다툰다. 한 번 진다고 해서 금메달 획득 기회가 날아가는 방식이 아니다. 두 번 연속 패하지 않는다면 메달 획득이 가능하다. 일본이 4경기 연속 승리하면서 결승에 선착한 가운데 도미니카공화국을 제외한 한국, 미국은 아직 결승 진출 기회가 남아 있다. 왜 이런 방식이 도입됐을까.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13년 만에 부활한 이번 대회에는 단 6개국만 참가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개최국 지정 종목 중 하나로 야구를 꼽으면서 출전 가능 선수를 144명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본선 참가 6개국은 2019 프리미어12, 대륙별 예선, 세계 예선 등을 통해 추려졌다. 조별리그를 거쳐 녹아웃 스테이지, 패자부활전을 통해 이스라엘, 멕시코가 짐을 쌌고 이제 남은 나라는 한국, 일본, 미국, 도미니카공화국 4개국이다.
다소 복잡한 대회 방식이 채택된 데는 참가국이 워낙 적은 이유도 있지만 야구를 ‘국기’로 삼는 일본이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기 위한 꼼수도 녹아 있다. 일본은 지금껏 올림픽 야구에서 우승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 다시 야구가 정식종목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 야구일 수도 있다. 올림픽 왕좌를 위한 최후의 도전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일본은 초대 프리미어12 대회(2015년) 때도 모든 일정을 일본에 아주 유리하게 짜면서 왕좌 등극을 노렸다. 하지만 한국이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 준결승전에서 9회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면서 재를 뿌렸다. 결국 도쿄올림픽에서도 마지막에 웃는 자가 진짜 승자가 될 전망이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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