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야구 경기가 열린 일본 후쿠시마 아즈마스타디움에 지난달 28일 오륜기 모양의 나무가 놓여있다. 일본 정부는 부흥올림픽의 의미로 야구와 소프트볼 일부 경기를 후쿠시마에서 개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도쿄 메인 프레스센터(MPC) 부흥올림픽 홍보관에서는 지난 6일 후쿠시마 농수산물의 안전성을 알리는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전날 이례적으로 취재진에 이메일을 보내 해당 간담회의 참여를 독려했다. 폐막을 앞두고 부흥올림픽의 의미를 강조하겠다는 노력이 엿보였다.
대회 조직위원회의 바람과 달리, 이날 간담회는 관심을 받지 못했다. 약 2시간의 간담회에 참가한 기자들은 20명이 안 되는 듯했고, 대부분 잠시 앉아 있다가 자리를 떴다. 에티오피아에서 온 아비 맥코넨은 “이번 올림픽에 이런 의미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했다. 체코에서 온 미르솔라프 랑게르는 “일본과 가까운 한국과 중국은 이 문제에 관심이 있겠지만, 우리로서는 너무 먼 이야기”라고 했다.
일본 도쿄 메인프레스센터(MPC) 부흥올림픽 홍보관에서 지난 6일 후쿠시마 등의 농수산물 안전성을 알리는 기자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도쿄/이준희 기자
아베 신조 전 총리는 2013년 대회 유치 때부터 이번 올림픽을 동일본대지진 피해를 극복하고 일본의 부흥을 이루는 ‘부흥올림픽’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일본 <엔에이치케이>(NHK)가 일본 성인남녀 1000명을 조사해 이달 5일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이번 올림픽을 통해 후쿠시마 등 피해 지역의 부흥이 촉진될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단 4.5%에 불과했다. 일본 내에서도 거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 확산은 부흥올림픽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실제 애초 도쿄올림픽은 개막식부터 평화와 부흥을 메인 테마로 준비했지만, 무관중 대회로 인한 비용 절감 등을 위해 개막식 총감독을 변경했고 이 과정에서 개막식의 초점도 코로나 극복으로 옮겨갔다. 더욱이 연일 대회 관련 코로나 확진자가 쏟아지고 일본 내 확진자 숫자도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무리한 대회를 치르기 위해 후쿠시마를 이용한다”는 일본 내 비판 여론도 커졌다.
도쿄올림픽 개최를 통해 대지진 피해 지역을 부흥하겠다는 목표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애초 도쿄올림픽 개최 자체가 도쿄의 인프라 확보와 건설 경기 부양을 위한 것이고, 후쿠시마의 부흥은 정치적 구호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실제 도쿄올림픽 유치 이후 도쿄는 관광 수입이 늘어나고 부동산 경기는 호황을 맞았다. 건설업자와 부동산 재벌은 큰 이득을 봤지만, 피해 지역에서는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한 시민이 지난해 2월 도쿄올림픽 성화 출발지 후쿠시마 나라하 축구장 제이(J)빌리지 인근에서 도쿄올림픽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나라하/AFP 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그간 지진 피해 지역과 관련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상징적 이벤트를 벌이는 데 집중했다. 구체적인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입을 막았다. 방사능 오염에 대한 의혹 제기 등을 ‘풍평피해’(소문으로 인한 피해)로 부르는 것은 이런 분위기를 잘 드러낸다. 도쿄에 사는 한 20대 여성은 “일본 사람 중에도 방사능 문제에 의혹을 가진 사람이 꽤 많지만, 이를 입 밖에 꺼내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는 분위기”라고 했다.
도쿄올림픽은 끝이 났다. 하지만 후쿠시마 주민들의 삶은 계속 이어진다. “화려한 올림픽이 재난 지역의 심각성을 가린다” “올림픽 때문에 오히려 피해 지역의 재건 사업은 뒷전이 됐다” 일본의 한 주간지에 실린 피해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다. 일본 정부는 언제까지 이들의 목소리마저 풍평피해로 치부할 수 있을까.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