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의 후스나 쿠쿤다퀘가 26일 도쿄 아쿠아틱 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패럴림픽 여자 평영 100m 예선에서 역영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아프리카 우간다의 여름은 아주 뜨겁다. 하지만 수줍은 아이는 긴 스웨터를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이 그를 바라보며 웃거나 이상하게 쳐다보는 게 싫었다. 아이는 선천적으로 오른쪽 팔뚝 밑이 없고 왼손은 기형이었다. 아이에게 두 팔과 손은 감춰야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수영을 접하고 달라졌다. 이제는 시원스레 양팔을 드러내고 물살을 가른다. 도쿄패럴림픽 최연소 참가자인 후스나 쿠쿤다퀘(14) 이야기다.
학창시절 후스나는 또래들로 인해 상처를 많이 받았다. 내내 스웨터를 입고 다닌 이유다. 하지만 사촌을 따라서 수영을 시작한 뒤부터 주위 시선이 달라졌다. 후스나는 패럴림픽 공식 누리집 관계자와 한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비웃고 그래서 화가 나고는 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수영을 하기 시작하고 사람들이 나를 다르게 쳐다봤다”면서 “하루는 스웨터를 잃어버렸는데 그 사실조차 잊고서 웃고 떠들면서 자유롭게 교내를 돌아다니고 있었다”고 밝혔다. 스웨터 안으로 자꾸만 파고들었던 아이는 수영장 안에서 바깥세상과 맞설 용기를 얻었다.
후스나는 2019년 9월 싱가포르 대회를 통해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그의 나이 12살 때였다. 올해 4월 영국에서 열린 세계 파라수영선수권대회를 통해 패럴림픽 출전 자격을 따냈다. 여자 평영 100m 기준기록(장애 등급 SB8)이 1분37초44였는데 이보다 훨씬 빠른 1분36초31의 기록을 냈다. 후스나는 이번 대회에 우간다 선수로는 유일하게 수영 종목에 출전하고 있다. 이전을 봐도 우간다에서 패럴림픽 수영 종목에 출전한 선수는 프로시 투사베에 이어 후스나가 두 번째다.
24일 열린 도쿄패럴림픽 개회식에 참가하고 있는 후스나 쿠쿤다퀘(우간다). 도쿄패럴림픽 SNS 갈무리
후스나는 26일 오전 도쿄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평영 100m 예선에서 1분34초35 기록을 냈다. 4개월 만에 기록을 2초가량 단축했는데 1위인 아델리나 라체디노바(1분26초29)에는 8초가량 뒤졌다. 그는 경기 뒤 패럴림픽 누리집 관계자와 한 인터뷰에서 “지금 나는 하늘의 구름도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라면서 “공식적으로 패럴림픽 선수라는 칭호를 얻게 돼 정말, 정말 기쁘고 흥분된다. 이것은 내 여정의 시작일 뿐이고 나보다 경험 많은 다른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보면서 미래에 대한 비전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라면서 신나 했다. 당장은 대회 준비를 위해 1년 동안 마시지 못한 콜라를 먹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14살 후스나의 패럴림픽 첫 도전은 우간다에도, 아프리카에도 잔잔한 파동을 일으킬 전망이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스포츠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전역에 패럴림픽에 대한 무료 방송(FTA) 커버리지를 제공했다. 이 때문에 우간다에서는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이 패럴림픽을 시청할 수 있게 됐다. 후스나는 “아프리카는 일반적으로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쫓겨나는 땅이다. 장애아를 낳는 대부분의 (우간다) 부모들은 그냥 아이를 길거리에 버리는데, 버려진 아이들은 길바닥에서 죽거나 거지가 된다”면서 “그런 부모들이 패럴림픽을 본다면 그들의 선택이 정말 나빴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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