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수연이 28일 오후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2020 패럴림픽 탁구 여자 단식(스포츠등급 1-2) 결승에서 류징(중국)과 경기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삶의 비극은 불시에 찾아온다. 서수연(35·광주시청)이 그랬다. 거북목 자세 교정을 위해 의사가 권유한 주사 치료를 받았는데 신경과 척수에 문제가 생기며 하반신 마비가 왔다. “삶의 이유가 없어졌다”고 느낄 만큼 18살 소녀는 크게 좌절했다. 그때 지인의 권유로 탁구를 접했다. 라켓을 쥐고 상대와 공을 주고받으니 “잡념이 사라졌다”고 한다. 의료 사고 이전에는 탁구 규칙조차 몰랐던 그였다.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 참가했던 2016 리우패럴림픽. “모든 것을 쏟아붓고 오겠다”는 각오로 나섰지만 중국 탁구 벽에 부딪혔다.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패럴림픽에서도 탁구는 중국이 최강이다. 그래도 서수연은 여자탁구 최초 패럴림픽 은메달을 따냈다.
운명의 장난일까. 2020 도쿄패럴림픽 개인 단식 결승전(28일·스포츠 등급 TT1-2) 상대 또한 ‘디펜딩 챔피언’ 류징(33)이었다. 경기 전 “만리장성 중국을 넘는 것이 내 인생의 숙원”이라며 나섰지만 1점 싸움에서 밀렸다. 1-3(7:11/8:11/11:4/8:11) 패배에 따른 2개 대회 연속 은메달이었다. 경기 결과(1-3)도 5년 전과 똑같았다.
팽팽했던 경기여서 아쉬움이 더 짙다. 경기 뒤 서수연은 “한 점이 그렇게 크다. 내가 구사하고 싶은 기술들이 더 있었는데, 몰리는 상황이 자꾸 오니까 다 해보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더불어 “리우 때보다 경기가 빨리 끝난 느낌이다. 지금도 머릿속에서 경기가 맴돈다”고 했다. 그만큼 꼭 따고팠던 금메달이다.
그래도 ‘세계 2위’ 선수로 빛난 터. 서수연은 “각 나라를 대표해 나오는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국위선양의 의미도 있지만 내 목표가 금메달을 따고 싶었던 건데, 은메달도 당연히 크다”면서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라고 생각하고, 다음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2024 파리패럴림픽 도전에 대해서는 “이번 도쿄 때 원하는 목표를 이루고 나면 편한 마음으로 패럴림픽을 다시 준비할지, 어느 정도 운동만 할지를 결정하고 싶었는데 그게 안 되다 보니 좀 아쉽다. 제가 목표하는 건 금메달인데 거기까지 가기가 되게 힘들다”며 다시금 아쉬움을 삼켰다.
서수연이 28일 오후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2020 패럴림픽 탁구 여자 단식(스포츠등급 1-2) 결승에서 류징(중국)과 경기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탁구는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서수연은 “탁구로 인해 내 삶이 많이 바뀌었고 앞으로의 인생에서 많은 의미를 줄 것 같다”면서 “탁구가 많은 자신감을 준다. 탁구로 인해 사회에 나오고 성장하게 됐다. 처음에는 국가대표가 된다는 것도 괜히 부끄러운 마음도 있었는데…. 제가 대단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좋아서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는데 좋게 봐주시고 제가 하는 일을 부럽다고도 해주시는데 감사하게 생각하고 앞으로도 열심히 하는 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서수연은 31일 이미규(33·울산광역시장애인체육회), 윤지유(21·성남시청)와 함께 여자 단체전(스포츠등급 1-3)에서 다시 한 번 세계 정상에 도전한다.
한편, 한국은 29일까지 탁구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6개를 획득했다. 도쿄패럴림픽 첫 메달(동메달) 또한 이미규가 단식(스포츠등급 3)에서 따냈다. 주영대(48·경남장애인체육회)와 김현욱(26·울산장애인체육회)은 남자 단식(스포츠등급 1) 결승전(30일)에서 맞붙게 돼 금메달을 예고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서수연이 29일 오후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체육관에서 열린 2020 패럴림픽 탁구 여자 단식(스포츠등급 1-2)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