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패럴림픽 출전을 위해 자국을 탈출한 아프가니스탄 대표팀 호사인 라소울리가 31일 오전 일본 도쿄 신주쿠의 국립경기장(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패럴림픽 육상 멀리뛰기 경기에서 힘차게 도약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4.46m.
호사인 라소울리(26)의 패럴림픽 멀리뛰기 최종 성적표다. 13명 출전 선수 중 13위. 하지만 기록이나 등수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출전만으로도 박수받기 충분했다. 라소울리는 탈레반 재집권 뒤 혼돈 속에 있는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해 패럴림픽에 극적으로 출전한 두 명의 선수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라소울리는 31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패럴림픽 육상 남자 멀리뛰기(T47등급) 결선에 출전했다. 탄광 폭발로 왼쪽 손을 잃은 그는 경기장에 들어서면서 뿌듯한 표정으로 그의 조끼에 달린 아프가니스탄장애인올림픽위원회 로고를 가리켰다. 그는 1차 시기에 4.37m, 2차 시기에 4.21m, 그리고 3차 시기에 4.46m를 뛰었다. 다른 선수들이 5m 이상을 뛴 것과 비교해 차이가 컸다. 1위를 차지한 쿠바의 로비엘 세르반테스(7.46m)와는 무려 3m 차이가 났다.
사실 멀리뛰기는 그의 주 종목이 아니었다. 대회 출전 경험도 거의 없었고 메이저대회 멀리뛰기 종목 출전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라소울리는 애초 육상 100m에 출전할 예정이었지만 그가 두바이, 파리를 거쳐 일본 도쿄에 도착(29일 밤)했을 때는 해당 종목이 이미 끝나 있었다. 100m 종목은 27일 열렸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그에게 육상 400m 출전을 권했으나 한 번도 뛰어본 적이 없어서 멀리뛰기를 택했다.
라소울리와 함께 도쿄에 입성한 자키아 쿠다다디(23)는 9월2일 예정대로 태권도 여자 49㎏급(K44등급)에 출전한다.
탈레반 통치 속에 카불 공항이 마비되면서 라소울리와 쿠다디디의 패럴림픽 출전은 어려울 듯 보였다. 하지만 국제 사회의 도움으로 이들은 탈출에 성공했고 파리에 1주일가량 머물면서 컨디션을 가다듬고 뒤늦게 도쿄에 도착했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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