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스포츠 특집

남편이 남긴 마지막 편지 품고 아내는 도쿄서 활시위 당긴다

등록 2021-09-01 09:08수정 2021-09-02 02:41

[2020 도쿄패럴림픽] 양궁 리커브 조장문
암 투병 끝 떠난 남편의 다이어리 보며
도쿄에서 답장 남기고 출전 각오 다져
남편 김진환씨가 3년 전 패럴림픽 양궁 대표팀 조장문에게 남긴 편지. 조장문 선수 제공.
남편 김진환씨가 3년 전 패럴림픽 양궁 대표팀 조장문에게 남긴 편지. 조장문 선수 제공.
“여보, 패럴림픽에는 꼭 가. 내가 위에서 응원할게. 사랑한다. 문이야. 못난 남편이.”

글씨는 삐뚤빼뚤했다. 병상 투병 중 쓴 게 분명했다. 왈칵 눈물이 다시 쏟아졌다. 한 글자, 한 글자 어떤 마음으로 썼을지 짐작이 갔다. 평생 그의 오른발이 되어주겠노라고 했던 남편.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떠나야만 하는 마음이 오죽했을까. 조장문(55·광주시청)은 남편의 바람대로 패럴림픽에 출전했다.

조장문이 27일 오전 일본 도쿄의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패럴림픽 양궁 리커브 여자 개인 랭킹 라운드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조장문이 27일 오전 일본 도쿄의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패럴림픽 양궁 리커브 여자 개인 랭킹 라운드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남편(고 김진환씨)은 소아마비로 오른발이 불편한 조장문이 2012년 선수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하지만 3년 전인 2018년 3월 간암 말기로 세상을 떠났다. 2017년 10월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 탓에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았는데 간암 말기였다. 암세포가 간에서 척추로 전이돼 척추 4번이 무너졌고, 이 때문에 심한 허리 통증이 왔던 것. 서울에서 치료 방법을 찾았지만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고, 수술도 의미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김씨의 선택으로 2017년 12월 화순전남대학교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3개월 뒤 가족 곁을 떠났다.

편지는 조장문이 마음을 추스르고 남편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발견했다. 김씨가 병원에서 쓴 다이어리 형식의 편지에는 아내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 담겨 있었다. 김씨는 아내 조장문에게 남긴 편지에서 “여보, 고맙고 미안하다. 못난 남편을 살리려고 했는데 평생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 동경(도쿄)패럴림픽도 함께 할 수 없구나. 정말 미안하다”라고 적었다. 또한 “못난 나를 만나서 아들과 딸 잘 키우고, 열심히 살아줘서 고맙다. 여보, 너무 슬퍼하지 마. 장성한 두 아들이 있고, 예쁜 딸도 있잖아. 힘든 일은 큰아들과 상의하고”라고도 썼다. 김씨는 친척들에게 남긴 편지에도 “아내(조장문)를 잘 부탁한다”고 했다.

조장문(오른쪽)과 남편 김진환씨의 모습. 조장문 선수 제공
조장문(오른쪽)과 남편 김진환씨의 모습. 조장문 선수 제공
조장문은 남편을 잃을 슬픔을 가슴에 묻고 훈련에 전념해 2019년 네덜란드(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도쿄패럴림픽 출전 쿼터를 획득했다. 그는 도쿄에 도착한 뒤 그동안 참아왔던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 하늘 위 남편에게 답장을 썼다.

“항상 국내시합 때, 함께 했던 당신의 힘으로 2019년 네덜란드에서 쿼터를 획득해 당신이 걱정하고 원하는 도쿄패럴림픽에 왔어요…. 끝까지 함께하며 내 오른발이 돼주겠다던 약속은 어디로 가버리고, 하늘이 야속하기만 하네요.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세요. 남편 덕분으로 아이들과 씩씩하게 살아갈게요. 항상 하늘에서 응원해주세요. 우리 남편 너무 보고 싶네. 사랑해.”

조장문은 2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벌어지는 여자 개인전 리커브 오픈(32강전)에 출전한다. 2016 리우패럴림픽 때는 9위를 기록한 종목이다.

한편 김옥금(61·광주시청·W1)은 1일 열린 양궁 여자 개인 W1 8강전에서 리아 코리엘(미국)에 125-127로 패배해 4강 진출에 실패했다. 김옥금은 1960년 3월9일생으로 도쿄패럴림픽에 출전한 대한민국 선수 중 가장 나이가 많다. 30년 전에 근육 장애가 생겨 재활 운동을 찾는 과정에서 양궁에 입문했다.

장애인 양궁 W1 종목은 척수, 경추 장애가 있는 선수들이 50m 거리에 있는 과녁을 두고 리커브(일반 양궁 활)와 컴파운드(도르래가 달린 활)를 선택해 쏘는 종목이다. 개인전에서는 1세트에 각 3발씩, 5세트 동안 총 15발을 쏴 누적 점수로 승부를 낸다.

김양희 기자, 패럴림픽 공동취재단 whizzer4@hani.co.kr

조장문이 도쿄에서 하늘 위 남편에게 쓴 편지. 조장문 선수 제공
조장문이 도쿄에서 하늘 위 남편에게 쓴 편지. 조장문 선수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프로야구 선수, 감독, 코치만 두 달간 연봉 못 받는다고? 1.

프로야구 선수, 감독, 코치만 두 달간 연봉 못 받는다고?

PBA 5년, 당구 ‘제2의 부흥’ 일구다 2.

PBA 5년, 당구 ‘제2의 부흥’ 일구다

‘적수가 없다’ 흥국생명, 페퍼저축은행 잡고 13연승 3.

‘적수가 없다’ 흥국생명, 페퍼저축은행 잡고 13연승

프로농구 소노, ‘학폭 가해 일부 인정’ 김민욱에 계약해지 통보 4.

프로농구 소노, ‘학폭 가해 일부 인정’ 김민욱에 계약해지 통보

손흥민, 가나전부터 새로 만든 ‘주장 완장’ 찬다 5.

손흥민, 가나전부터 새로 만든 ‘주장 완장’ 찬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