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리사 게싱이 3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도쿄패럴림픽 여자 태권도 58㎏급(K44) 결승전에서 주먹을 쥐며 기뻐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내게 태권도는 최고의 치료다. 어느 날 암에 걸렸고, 한손을 잃었다. 태권도를 통해 도전할 수 있었고, 태권도를 통해 더 강해질 수 있었다.”
덴마크 태권도 ‘전설’ 리사 게싱(43)은 태권도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게싱은 지난 3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2020 도쿄패럴림픽 여자 태권도 58㎏급(K44)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생애 첫 패럴림픽 메달이다.
게싱은 자타공인 여자 장애인 태권도 최강자다. 2001년, 2003년 세계대회에 출전한 비장애인 선수였던 그는 2004 아테네올림픽을 앞두고 은퇴했다. 3년 뒤인 2007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닥쳤다. 골수암 판정을 받은 것이다. 2012년엔 종양이 자란 왼쪽 손목을 잘라냈다.
힘든 시간을 보내던 그는 태권도를 벗 삼아 다시 일어섰다. 2015년 1월 태권도가 도쿄패럴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뒤 게싱은 패럴림픽 메달을 따기 위해 6년 반의 시간을 훈련에 매진했다. 결국 그는 첫 패럴림픽에서 베스 문로(영국)를 32-14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대회 4회 우승(2013∼2015, 2016년), 유럽대회 3회 우승(2016, 2018∼2019년)에 빛나는 게싱. 산전수전을 다 겪은 그에게도 패럴림픽 첫 금메달의 순간은 특별했다. 그는 “세상을 다 얻은 느낌이다.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지금 금메달을 걸고 여기 서 있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순간”이라고 전했다.
게싱은 가족과 감독 등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게싱의 남편 크리스티안은 덴마크 핸드볼 국가대표 출신이다. 두 딸은 핸드볼 선수로 활약 중이다. 게싱은 “여기 오기까지 가족들의 엄청난 희생이 있었고, 팀과 감독님 모두 함께 열심히 노력했다. 이 금메달은 그 희생과 노력의 보상이다. 우리 가족들이 정말 자랑스러워할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리사 게싱의 도복 검은 띠에 ‘리사 그옛싱, 관장님 몸메 크눗첸, 태권도 라이프 아카데미’라는 한글이 적혀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금메달을 딴 게싱의 도복 검은 띠엔 노란색 실로 ‘리사 그옛싱, 관장님 몸메 크눗첸, 태권도 라이프 아카데미’라는 글씨가 적혀있다. 그는 “내가 졸업한 도장의 관장님이 만들어주신 띠다. 태권도라이프아카데미는 우리 태권도 재단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한글이 적힌 그의 검은 띠에선 금빛 희망이 빛나고 있었다.
이준희 기자, 패럴림픽공동취재단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