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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 특집

김보름 “4년 전은 4년 전이고…지금은 베이징에 집중할 거예요”

등록 2022-01-27 04:59수정 2022-01-27 08:25

[다시 뛴다, 2022] 스피드스케이팅 김보름
평창서 팀정신 외면 논란 마음고생
“스케이트 정말 미웠다 다시 좋아져
이번 올림픽선 다른 생각 없이 집중”
올 시즌 매스 스타트 월드컵 8위
“마지막에 웃도록 최선 다할 것”
김보름. 대한체육회 제공
김보름. 대한체육회 제공

#장면 1.
2018 평창겨울올림픽. 여자 팀추월에 출전한 김보름은 막판 스퍼트로 골인했으나 뒤처진 선수를 챙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엄청난 공격을 받아야 했다.

#장면 2.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사이클 팀추월 뉴질랜드와 호주의 3~4위전. 뉴질랜드의 애런 게이트가 넘어졌으나 그대로 질주한 동료들은 비난받지 않았다.

2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선수단 결단식에서 만난 김보름(29·강원도청). 그는 ‘4년간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상처가 아무리 커도, 시간은 딱지를 만들고 새살을 돋게 하는 법인 것 같다. 머뭇거리던 그는 “글쎄요, 4년 전은 4년 전이고, 이번 올림픽은 이번 올림픽일 뿐”이라고 답했다.

4년 전 누리꾼들이 팀정신을 외면했다고 그를 비난했지만, 세계적으로 팀추월 종목에서 선수가 거리를 두고 들어오는 일은 잦다. 지난해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사이클 팀추월 예선과 결선에서도 선두 주자들은 뒤에 오는 동료의 탈락에 아랑곳하지 않고 달렸다.

정신과치료까지 받으면서 일어선 김보름이 독기를 품은 이유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뭔가 아쉽고, 답답하고, 막힌 것을 털어내고 싶은 것이다.

그는 “평창 대회 뒤 스케이트가 정말 미웠다. 그러다가 다시 좋아졌다. 싫었다가 좋아지고 하는데, 스케이트와 나는 애증의 관계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첫 번째의 떨림, 두 번째의 설렘을 넘어 이번 올림픽에서는 다른 생각 없이 집중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신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넘겼지만 베이징겨울올림픽 무대가 쉬운 것은 아니다. 지난 1년여간 코로나19로 실전 훈련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은 가장 아쉽다. 평창에서 은메달을 안겼던 매스 스타트에 출전하는 그는 “국외의 좋은 빙질에서 훈련하지 못한 게 가장 걸린다. 국제대회에 나가서 외국 선수들과 직접 부딪혀보고 그들의 전략과 장단점을 파악했으면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체력적, 기술적 준비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빙상장 문이 폐쇄됐지만, 대신 지상에서 폼을 잡고, 점프하고, 자전거를 타면서 체력과 기술훈련을 해왔다. 여기에 보강훈련, 웨이트, 이미지트레이닝까지 병행했다. 그는 “6400m의 장거리를 주파하려면 체력이 필요하다. 요구하는 체력을 맞추기 위해 꾸준히 훈련했다”고 밝혔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김보름의 몸 상태가 좋다. 이번에 입상을 기대한다”는 뜻을 비쳤다.

현재 객관적 실력은 2021~2022시즌 월드컵 매스 스타트 종합순위 8위. 4차례 월드컵에 나가 6위 성적이 가장 좋았고, 한 번은 넘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올림픽 무대 3회 출전이라는 관록과 변수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는 “올림픽이라는 시합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잘될 거야’라는 무모한 생각은 하고 싶지 않다. 컨디션을 경기 당일 시점에 최고조로 맞춰놓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름. 스포츠인텔리전스그룹 제공
김보름. 스포츠인텔리전스그룹 제공

평창에서도 함께 뛴 후배 박지우(강원도청)와 출전하는 것도 힘이 된다. 그는 “지우랑은 오랜 시간 대표팀에서 같이 훈련했고 시합도 같이 다녔다. 중학생 때부터 지우를 봐 왔는데 점점 발전해가고 있다. 서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딸이 힘들어할 때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보듬어준 어머니는 가장 큰 응원군이다. 그는 “어머니가 나 때문에 정말 많이 고생하셨다. 이제는 제가 늘 웃게 해드리고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칼날 같은 스케이트 날 위에서 속도감을 즐기는 그는 자동차를 가장 가까운 친구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스트레스 팍팍 받을 때는 자동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면서 음악을 듣는다. 좁은 공간에서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느낄 때 편해진다”고 소개했다.

4년의 고난을 통과한 그에게 남은 것은 2월19일 예정된 매스 스타트 결승. 김보름은 “메달을 목에 걸면 좋겠지만,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 마지막에 웃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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