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겨울올림픽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의 장외 힘겨루기가 치열하다. 이런 와중에 논란의 중심에 선 스키 선수가 있다. 미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에일린 구(19)가 주인공이다.
구는 이번 대회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 최고 기대주다. 구는 18살에 여자 선수 최초로 4회전 기술인 더블콕 1440을 성공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번 시즌 열린 두 차례 월드컵에서 모두 우승했고, 지난해 열린 세계선수권대회도 하프파이프·슬로프스타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 종목은 하프파이프지만, 다른 세부 종목인 빅에어와 슬로프스타일에서도 금메달을 노릴 수 있는 흔치 않은 선수이기도 하다.
중국 입장에서 구는 보물이다. 구는 2019년까지 미국 대표로 월드컵에 출전했지만 그해 6월7일 인스타그램에 “앞으로 중국을 위해 뛰겠다. 엄마가 태어난 곳의 젊은이들, 특히 어린 소녀들에게 영감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내세울만한 선수가 없었던 중국 입장에선 구세주를 만난 셈이다. 특히 미·중 갈등 와중에 미국 대신 중국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구는 단순히 스포츠 스타가 아니라 정치적 상징이 됐다. 중국 <신화통신>은 지난해말 중국 10대 스포츠 선수를 뽑았는데, 구는 6위에 올라 겨울 종목 선수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
반면 미국 입장에서 구는 논란의 대상이다. 구는 200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고, 줄곧 미국에서 살았다. 2020년엔 에스에이티(SAT·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에서 1600점 만점에 1580점을 맞아 스탠퍼드대에 합격했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과 빅토리아시크릿 등에서 모델로 활동했고, 패션 잡지 보그 등의 표지 모델로도 활약했다. 이민자 2세의 성공을 상징했던 셈이다. 그런 그가 중국 국적을 선택하자, 비난이 쏟아졌다. 구는 지난해 3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중국 국적을 선택한 뒤 살해 협박을 받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국적 논란에 대해 구는 자신의 정체성을 ‘미국인이냐 중국인이냐’는 양자택일에 가두기를 거부했다. 대신 그는 스키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선 하프파이프를 비롯해 다른 세부 종목까지 석권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대회가 진행되면 구의 국적에 대한 관심과 논란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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