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1월31일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도깨비 문양이 그려진 헬멧을 쓰고 첫 공식 훈련을 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쓱~, 쓱~.”
스케이트 칼날이 연신 얼음판을 베면서 날카로운 파열음을 냈다. 3일 밤 베이징 서우두체육관 안 공기는 차가웠지만 선수들이 뿜어내는 열정은 뜨거웠다. 결전의 날이 다가오면서 쇼트트랙 대표팀도 마음을 다잡았다. 이틀 뒤, 이곳에서는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종목 첫 메달이 나온다. 이번 대회 첫선을 보이는 혼성계주 2000m에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성 평등 확대를 위해 신설한 혼성계주는 5일 열린다. ‘쇼트트랙 강국’ 한국도 메달 색깔을 놓고 중국 등과 다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여름 도쿄에서 여름 종목 최강 양궁 김제덕(18)-안산(21) 짝이 혼성 단체전 금메달을 따내며 쾌조의 출발을 했듯, 쇼트트랙이 베이징 순항을 이끌어줄 거란 기대감이 있다.
대표팀도 혼성계주 금메달을 향한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대표팀 에이스 최민정(24)은 “(혼성계주가) 신설 종목이기도 하고, 쇼트트랙 첫 종목이라 기대감과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팀을 위해서도, 최대 5관왕을 노리는 최민정 자신을 위해서도 혼성계주 활약이 중요하다. 평창 은메달리스트 황대헌(23)도 “처음 선보이는 종목인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면서 혼성계주를 콕 집어 이야기했다.
베이징 입국 뒤 대표팀이 가장 공 들인 종목도 혼성계주였다. 혼성계주는 남녀 2명씩 총 4명이 팀을 이뤄 각각 2바퀴씩을 도는데, 한 명이 소화하는 거리가 총 500m밖에 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개인 단거리 능력이 중요하지만, 배턴 터치 상황에서 실수를 줄이는 게 핵심이다. 따라서 선수들 간 호흡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쇼트트랙 대표팀은 입국 바로 다음날(31일) 열린 첫 훈련도 혼성계주로 시작했다.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빅토르 안(안현수) 기술코치가 2일 베이징 서우두경기장에서 열린 공식 훈련에서 중국 선수들을 이끌고 링크를 돌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혼성계주는 이번 대회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숙적 중국과 기싸움에서도 중요한 승부처다. 개최국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2018년 평창 대회 때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던 김선태 감독을 사령탑으로 영입했고, 빅토르 안(안현수)을 기술코치로 데려오며 칼을 갈았다. 중국은 한국이 베이징에 도착해 훈련을 시작하자, 예정됐던 훈련을 잇달아 취소하는 등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 이번 대회 혼성계주에선 금메달을 두고 한국과 중국이 경쟁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앞서 4차례 월드컵 혼성계주서 2차례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은 동메달 1번에 그쳤지만, 당시에는 최민정·황대헌 등 주력 선수가 부상 등으로 불참했기 때문에 이번엔 충분히 금메달을 노려볼 만하다. 대표팀도 실수만 없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에이스로 꼽히는 황대헌(왼쪽)과 최민정. 베이징/연합뉴스
최민정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쇼트트랙은 역시 한국”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했다. 한국은 그간 겨울올림픽 금메달 31개 가운데 24개를 쇼트트랙에서 따냈다. 1948년 생모리츠 대회로 시작된 겨울올림픽 도전 역사의 첫 금메달도, 1992년 알베르빌 대회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만약 이번에 금메달을 2개 이상 추가하면, 쇼트트랙은 다시 양궁(25개)을 넘어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 그간 코로나19와 각종 논란으로 부진하기도 했던 대표팀의 시원한 금빛 질주를 다시 한 번 볼 수 있을까. 쇼트트랙 혼성계주는 5일 저녁 8시(한국시각)부터 시작된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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