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성 피겨스케이팅 대표선수 주이가 7일 열린 단체전 프리스케이팅 연기 도중 넘어지면서 좋지 않은 성적으로 경기를 마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올림픽 데뷔전에서 실수로 넘어진 미국 태생 피겨스케이팅 중국 대표선수 주이(19·미국명 비벌리 주)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그의 실수로 중국 대표팀이 단체전 순위에서 밀리자, 애국주의 성향의 누리꾼들이 인신공격성을 글을 쏟아내고 있다.
7일 <시엔엔>(CNN) 방송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주이는 지난 6일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여성 쇼트프로그램 경기에서 회전 연기를 펼치던 중 넘어져 벽에 부딪혔다. 이 실수로 쇼트프로그램 최하위를 기록했고, 중국 단체팀 순위도 3위에서 5위로 밀렸다.
경기 불과 몇시간 만에 중국의 트위터 격인 ‘웨이보’에 올라온 ‘주이가 넘어졌다’는 해시태그(#)가 달린 글이 2억뷰를 기록했다. 일부 누리꾼은 “그런 실력으로 감히 중국 국가대표를 하려고 했느냐”고 비난했다. 주이의 중국어가 유창하지 않은 점을 꼬집어 “애국심을 말하기 전에 중국어 공부부터 하라”는 비난도 봇물을 이뤘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주이는 지난 2018년 미국 피겨스케이팅 선수권 대회 초급자(노바이스) 부문 1위에 오른 신생 유망주였다. 하지만, 미국이 아닌 중국 대표팀 선발을 원했고, 이를 위해 미국 국적을 포기했다. 중국 체육당국은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주이를 포함해 재능 있는 외국 태생 선수 10여명을 국가대표로 선발했다.
주이를 둘러싼 논란은 앞서 그가 중국 태생 선수 대신 대표팀에 선발될 때도 불거 졌었다. 저명한 인공지능(AI) 전문가인 그의 부친은 캘리포니아주립대학 로스앤젤레스 교정(UCLA) 교수로 일하다, 지난 2020년 베이징대로 자리를 옮겼다. 중국 누리꾼들은 “아빠를 잘 둔 덕에 대표선수가 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 웨이보 검색창에 ‘#주이가 넘어졌다’를 입력하면 “관련 검색결과를 찾을 수 없다”는 문구가 뜬다. 다만 ‘#주이아빠’를 검색하면, “당국에서 대표팀 선발과정을 조사해야 한다”는 글까지 올라와 있다. 전날 경기를 마친 뒤 “속상하고 당혹스럽다”며 울먹였던 주이는 이날 열린 프리스케이팅 경기에서 또 다시 넘어졌다. 경기를 마친 뒤 눈물까지 쏟았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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