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정과 이유빈이 9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 진출한 뒤 기뻐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외부 요인은 사라졌다. 이제 금빛 질주만 남았다.
최민정(24·성남시청)과 이유빈(21·연세대)이 11일 저녁 8시(한국시각)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리는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1000m 준준결승을 시작으로 메달 사냥에 나선다. 남자 1500m에서 황대헌이 물꼬를 틀어준 만큼, 여자 에이스들이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민정은 9일 같은 곳에서 열린 여자 계주 3000m에서 폭발적인 레이스로 팀을 구하며 에이스의 자격을 입증했다. 3위에 밀린 채로 바통을 넘겨받은 최민정은 마지막 반 바퀴를 앞두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속도로 2위에 올라섰다.
이유빈은 여자 1500m 세계 랭킹 1위에 올라있는 명실상부한 우승 후보다. 단거리보다는 중·장거리에 특화된 이유빈은 그간 혼성계주와 500m에서는 자기 실력을 제대로 선보이지 못했는데, 다가올 1000m 무대에선 폭발적인 경기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대표팀을 괴롭히는 최대 변수였던 판정과 빙질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 한국은 7일 황대헌과 이준서가 페널티 판정을 받아 잇달아 실격하며 큰 충격을 겪었다. 하지만 선수단장까지 직접 나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등에 강력하게 항의했고, 9일 경기에선 별다른 판정 논란 없이 가볍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실제 이준서는 9일 경기가 끝난 뒤 “오늘 판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다고 생각했다. 중국 선수를 보고 ‘실격당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실격당했다. 공정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쁘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날 중국 런쯔웨이는 1500m 준결승에서 박장혁의 추월 상황에 과도한 제스처를 취하며 심판 판정을 유도하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하지만 심판은 오히려 런쯔웨이가 다른 선수를 방해한 점을 문제 삼아 그에게 페널티를 줬다.
빙질도 양호하다. 한국은 앞서 7일 열린 여자 500m 준준결승에서 넘어지며 탈락 아픔을 겪었다. 이날 최민정뿐만 아니라 많은 선수가 비슷한 구간에서 넘어지며 잇달아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경기장 양쪽 코너 구간이 ‘마의 구간’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9일 경기 때는 넘어지는 선수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특히 빙질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 피겨스케이팅과 병행 문제도 사라질 예정이다. 이번 대회에선 피겨스케이팅과 쇼트트랙이 같은 경기장에서 열린다. 문제는 피겨스케이팅과 쇼트트랙에 필요한 얼음 성격이 다른데, 지금까지는 주로 오전에 피겨스케이팅이 열리고 오후에 쇼트트랙이 열리는 방식으로 하루에 두 경기를 모두 치러 얼음이 자리를 잡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피겨스케이팅과 쇼트트랙이 겹쳐서 열리는 날이 없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