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이 10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공식훈련에서 자신의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트리플 악셀, 또 트리플 악셀….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유영(18·수리고)이 1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수도)체육관 보조경기장에서 훈련에 나섰다. 이날 오전 서우두체육관 메인 경기장에서 훈련을 마친 유영은, 오후 훈련에도 빠지지 않고 참가했다. 출국 날인 9일에도 새벽 4시에 일어나 경기도 과천에 있는 훈련장에서 아침 훈련을 마치고 나서야 비행기에 올랐다던 연습벌레다웠다. 유영은 “(오전에 훈련했던 메인 경기장은) 올림픽 링크장이다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아무래도 (얼음이) 새롭다 보니, 빙질 차이가 있어서 적응하면서 타고 있다”고 했다.
대회 부담감 때문에 너무 무리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유영은 “열심히 안 하면 불안한 마음도 있고 해서, 열심히 해서 마음이 편한 게 나은 것 같다”며 “많이 떨리고 부담도 되지만, 그걸 이겨내면서 올림픽 때 제가 연습한 만큼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날 유영은 오전과 오후 훈련 때 각각 트리플 악셀(공중 3.5회전)을 10번 정도 시도했다. 점프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유영은 국내 여자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트리플 악셀을 수행하는 선수다. 트리플 악셀은 김연아(32)조차 하지 못했던 고난도 기술이다.
유영은 대표적인 ‘김연아 키즈’다. 어린 시절 싱가포르에서 자랐던 유영은 6살 때인 2010 밴쿠버겨울올림픽 때 김연아가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고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했다. 본격적인 운동을 위해 2012년 한국으로 돌아온 유영은 만 11살8개월이던 2016년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우상 김연아가 세운 최연소 기록(만 12살6개월)을 갈아치우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4년 전 평창 대회에선 나이 제한 때문에 피겨스케이팅 유망주로 개막식 무대에 올랐지만, 이번엔 주인공이 돼 베이징 은반 위를 누빈다.
첫 올림픽 부담에 걱정도 많지만, 유영에게 힘을 심어준 이는 전날(10일)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사상 최고 성적(5위)을 기록한 차준환(21·고려대)이다. 이날 직접 경기를 지켜봤던 유영은 “오빠(차준환)가 워낙 잘하고 있다 보니 성적이 잘 따라온 것 같다. (차준환이) 떨지 말고 긴장하지 말고 잘하고 오라고 말해줬다”고 했다.
김연아도 유영을 비롯한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응원을 전했다. 김연아는 10일 대한체육회를 통해 “지금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제가 시니어(성인) 무대에 있을 때 스케이팅을 시작하거나 그 이후에 스케이팅을 시작한 선수들이라고 알고 있다”며 “첫 올림픽이고, 얼마나 기대하고 간절할지 알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정말 많이 응원하고 있다. 선수들이 너무 큰 부담 없이, 올림픽이라는 무대를 즐기긴 힘들지만 현장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한편, 유영과 함께 베이징 은반 위에 서는 김예림(19·수리고)도 이날 베이징행 비행기에 올랐다. 김예림은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를 통해 “드디어 꿈꾸던 올림픽에 가게 돼 설렌다”며 “오랫동안 열심히 준비한 만큼, 준비한 것을 모두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올림픽인 만큼 한 장면, 한 장면 소중히 기억에 담아오고 싶다.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유영과 김예림은 15일 쇼트프로그램과 17일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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