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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 특집

[링링 베이징] 도전의 하뉴, 도핑의 발리예바

등록 2022-02-14 17:25수정 2022-02-15 02:30

하뉴 유즈루(일본)가 10일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 연기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하뉴 유즈루(일본)가 10일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 연기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링링은 ‘청량하다, 시원하다’는 뜻의 중국말로, 소리가 깨끗하게 잘 들리는 모양을 의미합니다. 동음이의어 가운데는 ‘춥다, 얼음이 두껍게 얼다’라는 뜻의 말도 있습니다.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부터 올림픽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까지, 베이징 현장에서 생생하게 전하겠습니다.

전세계 취재진이 모이는 중국 베이징 메인 미디어센터(MMC) 1층엔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있다. 각자 챙겨야 할 일정으로 바쁜 취재진은 스크린을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하지만 8일 오후는 달랐다. 취재진을 포함해, 자원봉사자들까지 약 100여명이 스크린 속 영상에 빠져들었다.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한 하뉴 유즈루(28·일본)의 연기 때문이었다.

하뉴는 이번 대회 최고 스타다. 개최국 중국에서도 하뉴의 인기는 대단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하뉴가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펼치던 날(10일) 중국 내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11일 보도했다. 이날 하뉴의 경기가 열린 뒤 2시간 동안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선 1위를 포함해 조회수 톱10 게시물 가운데 3개의 해시태그가 하뉴와 관련된 것이었다.

하뉴가 이처럼 사랑을 받는 건, 그가 메달과 관계없이 불가능에 도전하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실제 10일 웨이보에서 조회수 1위를 차지했던 해시태그는 하뉴의 쿼드러플 악셀 점프 시도에 관한 것으로, 약 7만개의 연관 게시물이 쏟아졌다. 조회수도 2시간 만에 3억회를 기록했다.

각국 취재진과 자원봉사자가 8일 중국 베이징 메인 미디어센터 1층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하뉴의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연기를 보고 있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각국 취재진과 자원봉사자가 8일 중국 베이징 메인 미디어센터 1층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하뉴의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연기를 보고 있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쿼드러플 악셀 점프는 공중에서 4바퀴 반을 도는 고난도 기술로, 실전에선 지금까지 누구도 성공한 적 없는 기술이다. 올림픽에서 쿼드러플 악셀 점프를 시도한다는 건 사실상 메달을 포기한다는 말과 다름 없다. 하뉴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경우 올림픽 3연패라는 역사를 쓸 수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메달보다는 새로운 도전에 초점을 맞췄다.

하뉴는 10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프리스케이팅 경기에 나서 첫 기술로 쿼드러플 악셀 점프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그는 이번 대회에서 종합점수 283.21점을 기록해 4위에 그쳤다. 하지만 세계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 그의 스포츠 정신에 열광했다.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보여준 셈이다.

반면 피겨스케이팅 여자부 최고 스타로 꼽히는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도핑 규정 위반으로 논란을 낳고 있다. 여자 싱글 세계랭킹 1위 발리예바는 이번 대회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쇼트프로그램·프리스케이팅·종합점수에서 모두 세계기록을 보유한 그야말로 범접 불가능한 선수다.

카밀라 발리예바가 14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공식 훈련을 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카밀라 발리예바가 14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공식 훈련을 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하지만 발리예바는 지난해 12월 러시아선수권대회에서 채집한 도핑 샘플에서 금지약물 성분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된 사실이 확인돼 파문을 낳았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결정에 따라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 출전이 용인됐지만, 스포츠 정신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아직 16살인 발리예바는 약물 사용 사실을 몰랐으며, 러시아 코치진이 약물 사용에 개입했을 것이란 의혹까지 제기된다. 여자 싱글에 함께 출전하는 선수들 사이에서는 “공정하지 않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이미 도핑 문제로 징계를 받아 ‘러시아’라는 국가 명으로 올림픽에 나설 수 없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 자격으로 대회에 참가하는 이유다. 약물로 만든 기록이 아니라, 땀과 눈물이 서린 끝없는 도전이야말로 스포츠 정신이라는 진실을 그들이 언제쯤 깨달을 수 있을까.

베이징/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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