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윤기가 6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결승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은메달리스트 곽윤기(33·고양시청)가 유튜브에서는 금메달을 땄다.
지난 16일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계주 50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뒤 “(유튜브를) 지금까지는 좀 사리고 눈치 보면서 했다면, 이제는 다 훌훌 털었으니까 유튜브 100만 구독자를 향해 달려가 보겠다”고 했던 곽윤기의 뜻이 하룻밤 만에 이루어졌다. 곽윤기의 유튜브 채널
<꽉잡아윤기> 구독자가 101만명(17일 오전 11시 기준)을 기록했다. 이로써 그는 골드버튼(구독자 100만을 넘긴 채널에 유튜브가 수여하는 상)을 받게 됐다.
2019년 8월 처음 채널이 개설됐을 때 약 2000명에 불과했던 구독자는 2년 반 동안 꾸준히 올라 이번 올림픽 개막 무렵 약 16만명을 찍었다. 이후 판정 논란과 황대헌, 최민정의 극적인 활약상이 이어지면서 쇼트트랙에 대한 주목도가 커졌고, 곽윤기의 ‘인싸력’이 만개하면서 2주만에 구독자가 5배 넘게 뛰었다. 계주 경기를 마친 16일 곽윤기가 밤늦게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만 동시 접속자가 10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그는 “여러분, 안 자고 왜 이걸 보시냐”며 놀라워했다.
‘크리에이터 곽윤기’의 감각은 그의 노련한 인코스 추월을 닮았다. 올림픽 기간에도 지난해 월드컵 기간에 촬영한
외국 선수들 <오징어게임> 체험 영상(조회수 318만회), 여자계주 결승전을 찾은
남자 선수들의 리액션 영상(250만회) 등을 올리며 쇼트트랙에 쏟아진 관심을 채널 시청률로 ‘꽉 잡아’ 냈다. 발랄하고 친근한 국가대표들의 모습은 덕질의 입문 창구가 됐다.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여자 배구 4강을 이뤄낸 김연경(34)의 유튜브 채널
<식빵언니 김연경>도 올림픽 기간에만 40만명이 늘면서 구독자 100만을 달성한 바 있다.
방탄소년단(BTS) 리더 알엠(RM) 역시 1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윤기님 다이너마이트 잘 봤습니다”라는 글을 게재해 그의 영향력을 실감하게 했다. 남자 계주 간이 시상대에서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 춤을 추며 마지막 올림픽을 기념한 곽윤기의 퍼포먼스에 직접 화답한 것이다. 12년 전 밴쿠버 대회에서도 ‘시건방춤’을 선보였던 그는 이번 춤에 대해 “평소 방탄소년단분들의 팬이다. 올림픽 초반 편파 판정이 저희한테 아주 힘들었는데 알엠님의 위로를 받고 어떻게든 보답해드려야겠다는 마음에 했다”고 밝혔다.
곽윤기의 활동은 그간 세계 최강이라는 중압감과 파벌 싸움 같은 부정적 이미지 사이에서 짓눌려 있던 한국 쇼트트랙의 웃는 낯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안녕하세요 쇼트트랙 국가대표 곽윤기입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어릴 때 최고가 되고 싶었던 마음을 ‘온리 원’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로 빠르게 바꿔낸 덕분에 “유튜브도 하고 국가대표 10년 차라는 경험도 생겼다”고 말했다. 바로 밑에 쇼트트랙 대표팀 막내 이준서(20)가 댓글을 달았다. “형 충분히 멋있으시고 이미 레전드예요.”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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