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7일 중국 베이징 베이징증권거래소에서 열린 미디어 투어에서 대형 스크린에 등장해 연설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쇼트트랙 경기가 열린 16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 주변에 중국 기자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걱정부터 들었다. 중국 기자들의 뜨거운 응원 열기 때문이다. 중국 선수 경기 때 책상을 두들기며 “짜요!”(힘내라)를 외치는 그들은, 바퀴 수가 줄어들수록 더욱 뜨겁게 응원한다. 선수들의 질주가 빨라질수록 마감 압박에 초조해지는 입장에선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기자 이전에 국적이 있는 사람이니 일견 이해는 간다. 하지만 노트북마저 내팽개치고 응원에 몰두하는 풍경은 아무래도 생경하다. 미디어석에 앉은 우리는 한국인·중국인이 아닌 기자 자격으로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관중석 응원단보다 더 열정적인 그들 기사의 객관성에 의문이 생김은 물론이다. ‘대체 기사 마감은 누가 할까’라는 질문은 같은 노동자로서 따라오는 소박한 궁금증이다.
사실 도쿄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지난 7월, 우연히도 양 옆에 일본과 중국 기자들이 앉았다. 나루히토 일왕 등장에도 무심히 앉아있던 일본 기자들보다 놀라웠던 건 중국 선수단 등장에 열렬한 환호를 보내던 중국 기자들이었다. 일부는 오성홍기를 꺼내 들고 뛰어나가 뜨겁게 선수단을 반겼다. 대만과 홍콩 선수단 등장 때도 같은 풍경이 펼쳐졌음은 물론이다.
중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쑨룽이 16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에서 넘어지고 있다. 이날 중국은 남자 계주 결승과 여자 1500m 결승에서 일찌감치 하위권에 쳐졌다. 그 덕분인지, 중국 기자들의 응원 열기는 평소보다 덜했다. 베이징/연합뉴스
외신도 중국 언론에 의문을 표한다. 13일 <뉴욕타임스> 보도를 보면, 이날 오전 대회 조직위 정례 브리핑에선 주로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영어 질문 12개 가운데 11개가 도핑 문제 관련 질문이었다. 하지만 중국 기자들은 “선수촌에서 베이징덕이 얼마나 나갔느냐”, “이번 올림픽에서 많은 신기록이 나온 건 좋은 시설과 선수촌 덕분이냐” 등의 질문만 던졌다. 대회와 관련된 어떤 부정적 이슈도 회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기자들은 그들만의 이야기를 한다”고 꼬집었다.
지난 15일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에 ‘동계올림픽’을 검색했다. 올림픽 신기록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다. 중국 첨단기술을 자화자찬하는 내용이다. 반면 장가오리 전 국무원 부총리 성폭력 의혹을 폭로한 테니스 스타 ‘펑솨이’를 검색해보니, 최근 1년 동안의 모든 기사가 사라진 상태였다.
중국 정부는 언론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중국 기자들은 시진핑 사상이 포함된 시험을 통과해야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비판적 언론인이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되기도 한다. 국경 없는 기자회 언론자유지수는 지난해 177위로 떨어졌다. 여름올림픽이 열린 2008년(167위)보다 10단계 아래다.
‘중국은 원래 그런 나라’라며 냉소할 순 없다. 중국이라고 왜 진실을 갈망하는 이들이 없을까. 극심한 탄압에도 송곳처럼 드러나 진실을 알리려 했던 이들을 기억한다. 언젠가 만날 그들을 위해, 그들이 기록할 수 없는 중국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글로 남기고 싶을 뿐이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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