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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김예림 모두 ‘세계 톱 10’…간절하고, 정직했다

등록 2022-02-17 23:23수정 2022-02-18 09:49

유영은 6위·김예림은 9위
실수 연발 발리예바는 4위
유영이 17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유영이 17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완벽하진 않았다. 하지만 몸짓 하나하나 간절함이 깃들어있었다. 올림픽이란 거대한 무대에 선 두 어린 별은 12년 간의 기다림과 열망을 아낌없이 표현하려는 듯했다. 무대를 마친 뒤, 그간 빙판 위 흘린 눈물과 땀방울은 관중의 환호와 박수가 되어 쏟아졌다. 성공적인 데뷔였고, 정직해서 더 아름다운 무대였다.

이날 무대에 오른 유영(18·수리고)과 김예림(19·수리고)은 모두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김연아를 보고 피겨스케이팅 꿈을 키운 ‘연아 키즈’다. 어린 시절 품었던 올림픽 꿈을 그들은 12년 동안 간직했고, 결국 베이징에서 실현했다. 이날 밤 그들 또한 누군가의 ‘별’로 떠올랐다.

유영은 17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20번째로 출전했다. 미셸 쇤베르크 ‘레미제라블’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유영은 첫 점프부터 트리플 악셀을 시도했다. 결과는 5.3점. 착지 때 넘어지지 않았지만, 일부 감점이 있어 기본 점수(8.0점)에 미치지 못했다. ‘절반의 성공’인 셈이다. 다만 쇼트프로그램 때 받았던 2.31점보다는 높은 점수다.

첫 점프를 무사히 마친 유영은 경기 내내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준비한 연기를 펼쳤다. 최고의 선수들과 한 조에 속해 경쟁하면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은 모습이었다. 유영은 이날 연기를 마친 뒤 울컥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내 환하게 웃었다. 결과는 142.75점. 쇼트 때 70.34점을 받아 6위에 올랐던 유영은 종합 점수 213.09점으로 6위 자리를 지켰다. ‘톱 5’ 목표를 이루진 못했지만, 이날 4위를 차지한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도핑 징계로 향후 성적을 박탈당할 가능성이 큰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김예림이 17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김예림이 17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김예림(19·수리고)도 이날 성공적으로 올림픽 데뷔 무대를 마무리했다. “시원시원한 점프와 스케이팅”을 공언했던 김예림은 이날 17번째로 무대에 올라 얼음처럼 시원하고 반짝이는 연기를 펼쳤다. 김연아가 은퇴 갈라쇼에 썼던 푸치니의 ‘투란도트 바이올린 판타지’를 들고나온 김예림은 화려하면서도 우아했다. 특히 생애 첫 올림픽이라는 중압감마저 이겨내고 쇼트와 프리를 큰 실수 없이 마무리한 점이 인상 깊었다. 성공적으로 무대를 마친 김예림은 양팔을 번쩍 들며 기뻐했다.

쇼트프로그램 때 67.78점을 받아 9위에 올랐던 김예림은 이날 134.85점을 받아 종합 점수 202.63점으로 9위를 지켰다. ‘톱 10’ 목표를 이뤄낸 셈이다. 다만 김예림은 자기 성적에 만족하진 못했다. 이날 경기 뒤 기자들과 만난 김예림은 “최고의 경기를 보여드려 기쁘고 시원하면서도 점수가 아쉬운 건 사실”이라며 “판정에서 아쉽지만, 그건 다음을 위한 디딤돌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금메달은 종합 점수 255.95점을 기록한 안나 셰르바코바(18·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차지했다. 은메달은 251.73점을 기록한 알렉산드라 트루소바(18·러시아올림픽위원회), 동메달은 233.13점의 사카모토 가오리(22·일본)가 거머쥐었다.

도핑 사실이 적발됐음에도 올림픽 출전을 강행한 발리예바는 프리에서 141.93점(5위)을 받아 종합 점수 224.09점으로 4위에 올랐다. 이날 수차례 빙판 위에 넘어진 발리예바는 쇼트에서 82.16점을 받아 1위를 차지하고도 메달권 진입에는 실패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발리예바의 점수를 ‘잠정 점수’로 보고 있다. 만약 도핑 징계로 발리예바의 성적이 무효가 되면, 유영과 김예림의 순위는 각각 5위와 8위로 한 단계씩 오른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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