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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 특집

‘백조의 호수’보다 마이클 잭슨… 피겨도 팝이 대세

등록 2022-02-18 16:14수정 2022-07-22 19:27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네이선 첸, 엘튼 존 리믹스로 최고점 금메달
‘가사 있는 음악’ 허용된 건 2018 평창대회부터
에미넴·콜드플레이·비욘세… 케이팝은 언제쯤?
네이선 첸(미국)이 10일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개인 프리스케이팅 경기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 베이징/신화통신 연합뉴스
네이선 첸(미국)이 10일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개인 프리스케이팅 경기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 베이징/신화통신 연합뉴스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열린 지난 10일 베이징 서우두체육관. 엘튼 존의 ‘로켓맨’ 등과 함께 ‘베니 앤 더 제츠’(Bennie and the Jets)가 울려퍼졌다. 1973년에 발표된 원곡이 아니라 미국의 팝가수 핑크, 래퍼 로직과 함께 부른 2018년 리믹스 버전이었다.

은반 위로 쏟아지는 흥겨운 랩에 맞춰 네이선 첸(23·미국)은 스케이트를 탔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Greatest Of All Time), 엘튼 존을 위해!” 노랫말 속 엘튼 존에 대한 찬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리면서, 첸은 이날 기술점수(121.41)는 물론 예술점수(97.22)까지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다섯 번의 쿼드러플 점프(공중 4회전)만큼이나 선곡이 빛났던 무대였다. 원곡자 엘튼 존도 자신의 노래에 금메달을 안겨준 첸을 축하한다고 트윗을 날렸다.

오페라와 클래식, 영화 음악 일색이던 피겨스케이팅에 대중문화의 바람이 불어닥쳤다. 오래된 피겨 팬들은 1988 캘거리겨울올림픽에서 카트리나 비트(동독)와 데비 토마스(미국) 둘 다 오페라 <카르멘>의 음악을 들고나와 맞붙었던 일명 ‘카르멘 배틀’을 기억한다. 세월이 흘러 이제 국제 무대의 스케이터들은 잭슨 남매(마이클 잭슨자넷 잭슨)의 명곡이나 프랑스의 이디엠(EDM) 듀오 다프트 펑크의 메들리 위에서 자웅을 겨룬다.

국제빙상연맹(ISU)이 피겨 싱글과 페어 경기에 ‘가사 있는 음악’을 허가한 것은 2014년 소치올림픽 직후부터다. 관객들과 문화적 거리감을 좁히고 어린 선수들의 표현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결정이었다. 규칙이 바뀌자 파격을 선도하는 혁신가들이 나타났다. 미국의 피겨 선수 지미 마(27)는 2017년 뉴욕에서 열린 미국 챔피언십 쇼트프로그램에서 에미넴을 틀었다. 전직 피겨스케이터 마이클 웨이스는 중계 도중 “피겨가 얼마나 멀리 왔는지 보라, 누군가 에미넴 음악에 스케이트 타는 걸 보게 되리라곤 상상해본 적도 없는데, 그게 벌어지고 있다”고 감탄했다.

지미 마(미국). 워싱턴/AFP 연합뉴스
지미 마(미국). 워싱턴/AFP 연합뉴스

이후 2018 평창겨울올림픽에서 선수들은 제임스 브라운, 콜드플레이, 에드 시런, 비욘세의 음악에 맞춰 스케이트를 탔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평창올림픽은 가사 있는 음악으로 피겨 선수들이 맞붙는 최초의 대회가 될 것”이라면서 “여전히 ‘카르멘’, ‘백조의 호수’ 같은 곡이 많이 들려오지만 이제는 바흐 대신 저스틴 비버, 베토벤 대신 비틀즈를 듣게 될 가능성도 높다”고 썼다.

이번 베이징 대회에서도 팝 선곡이 이어졌다. 4일 피겨 단체전 리듬 댄스에서는 이탈리아의 샤를렝 기냐드·마르코 파브리 페어가 마이클 잭슨 메들리, 미국의 메디슨 허블·재커리 도노휴 페어가 자넷 잭슨 메들리를 들고나오면서 잭슨가 남매 대결이 성사됐다. 이날 경기에서는 미국이 1위, 이탈리아가 3위를 차지하며 여동생 자넷이 이겼다.

그런가하면 미국의 메디슨 초크·에반 베이츠 페어는 7일 각각 외계인과 우주인 컨셉으로 복장을 갖추고, 다프트펑크의 전자음 위에서 은하계의 사랑을 주제로 연기를 펼쳐 역시 1위를 했다. 자넷 잭슨과 다프트펑크의 지원에 힘입어 미국은 단체전 은메달을 따냈다. 아직 빙상장에 케이팝이 울려퍼진 적은 없다.

매디슨 초크(오른쪽)와 에반 베이츠가 지난 14일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 댄스 경기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베이징/타스 연합뉴스
매디슨 초크(오른쪽)와 에반 베이츠가 지난 14일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 댄스 경기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베이징/타스 연합뉴스

한 가지 남는 쟁점은 저작권이다. 네이선 첸은 엘튼 존에게 음원 사용 비용을 지불했을까 . 저작권이 말소된 클래식 음악이나 오페라와 달리 비틀즈, 엘튼 존 등 팝 가수 들의 음악을 쓰는 데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뉴욕타임스>는 전문변호사의 입을 빌려 올림픽 경기는 라이브 공연이기 때문에, 중계된다 하더라도 별도의 허가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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