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원(왼쪽)과 이승훈이 19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은메달, 동메달을 획득한 후 기뻐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평창 막내’ 정재원(21·의정부시청)은 베이징에서 명실상부한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평창 챔피언’ 이승훈(34·IHQ)은 이번에도 녹슬지 않은 실력을 발휘했다. 평창의 아픔을 겪어야 했던 김보름(29·강원도청)은 상처를 딛고 다시 일어섰다.
19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정재원은 마지막 바퀴를 2위로 통과하며 총 20점을 기록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정재원은 경기 초반 중위권에 자리를 잡으며 체력을 아끼다가 마지막 결승선 통과를 앞두고 치고 나가 7분47초18을 기록하며 7분47초11을 기록한 바르트 스빙스(벨기에)에 단 0.07초 뒤지며 2위에 올랐다. 첫 대회였던 2018년 평창에서 당시 팀 막내였던 정재원은 이승훈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며 금메달 획득을 도왔다. 초반부터 치고 나가며 경쟁자들의 체력 소모를 유도했고, 이승훈이 공기저항을 덜 받도록 돕기도 했다. 매스스타트 종목 특성을 고려한 작전이었지만, 당시에는 정재원이 희생했다는 논란도 있었다.
‘디펜딩 챔피언’ 이승훈도 이날 20점을 받아 3위에 오르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역시 중위권으로 출발한 이승훈은 막판 질주로 선두로 치고 나가기도 했으나, 마지막 직선 구간에서 살짝 처지며 3위로 들어왔다. 이승훈은 올림픽 2연패는 이루지 못했지만 이날 메달을 추가하며 진종오(사격), 김수녕(양궁)과 함께 한국인 역대 올림픽 최다 메달 공동 1위에 올랐다. 이승훈은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로 통산 6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김보름이 19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 에서 역주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김보름은 4년 전 평창의 아픔을 딛고 최선을 다해 달렸다. ‘왕따’ 가해자라는 잘못된 비난으로 4년간 망가진 마음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강인함을 보여줬다.
김보름은 19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8분16초81의 기록으로 5위에 자리했다. 김보름은 이날 메달권에 들지는 못했지만, 특유의 노련함과 승부욕을 보여주었다. 결승전 중반 앞서 달리던 선수가 넘어졌지만 피해 나갔고, 2~3바퀴를 남겨둔 막판에는 선두권에도 나서는 등 속도를 높이며 승부를 걸었다. 하지만 평창 대회 ‘왕따 논란’으로 인해 길게 겪어야 했던 마음고생, 코로나19로 인한 국제대회 경험 부족 등의 요인으로 아쉽게도 끝까지 힘을 유지하지는 못했다.
비록 은메달을 목에 건 평창 때보다 낮은 성적표를 받았지만 김보름은 경기 뒤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을까, 또 아무도 응원을 안 해주면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오늘 이렇게 많은 분의 응원을 받으며 경기를 할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었다. 메달을 땄을 때보다 더 행복한 것 같다”고 밝은 소감을 밝혔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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