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수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이 9일 중국 베이징 국립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패럴림픽 파라아이스하키 경기에서 이탈리아를 꺾고 4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 카메라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퍽은 둥글다. 우리가 잘 막아내고 기회가 왔을 때 살린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한민수(52) 파라아이스하키(장애인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이 세계 2위의 강호 캐나다와 준결승을 앞두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 은 9일 2022 베이징겨울패럴림픽 4강 진출 결정 플레이오프에서 이탈리아를 4-0으로 꺾고 2연속 패럴림픽 준결승 진출을 이뤄냈다. 조별예선 1·2차전에서 미국에 1-9, 캐나다에 0-6으로 패배한 뒤 일군 이번 대회 첫 승리다.
경기 후 믹스트존을 찾은 한 감독은 환하게 웃으며 “선수 때나 감독 때나 긴장하는 건 마찬가지다. 긴장되고 목이 탔다”고 말했다. 4년 전 선수로 동메달의 기쁨을 누렸던 그는 “평창 때도 결승전 진출을 못하지 않았나. 이번 대회 우리의 목표는 결승 진출이다. 1부 능선을 넘게 해준 우리 선수들에게 이 공을 돌리고 싶다”고 했다.
한민수 감독은 이날 경기에 대해 “골이 안 터지면 디펜스들이 불안해한다. 그러니 상황이 보이면 (디펜스) 본인이 해결하려고 하는데 이러다 보면 역습을 받아 실점하는 경우가 있다”며 “(선수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플레이해준 게 승리 요인”이라고 짚었다. 한국은 유효샷(17-15), 선방(15-13) 모두 이탈리아에 우위를 점하며 공·수 양면에서 조화를 이뤘다.
특히 평창 대회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탈리아 상대로 결승골을 넣었던 장동신(46)이 2골 1도움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경기 종료 약 2분 전 한국 진영에서 그가 이탈리아 선수들 머리 위로 퍽을 띄워 빈 골대에 던져넣은 초장거리 슛은 팀의 네 번째 골이 됐다. 수세에 몰린 이탈리아가 골리를 빼고 6명 총공세에 나선 상황을 역이용한 승부수였다. 한 감독은 “베테랑 선수들을 충분히 믿었다”고 말했다. 장동신 외에도 정승환(36)과 이종경(49)이 각각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한국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 주장 장종호가 9일 2022 베이징겨울패럴림픽 파라아이스하키 4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 카메라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4강에서 캐나다를 다시 만난다. 조별 예선에서 완패했을 뿐 아니라 그간 국제 대회에서 35번 붙어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는 강자다. 한 감독은 “우리가 스포츠 과학의 도움을 많이 받아 전력분석에 정성을 많이 쏟았다. 미국, 캐나다 전력분석이 잘 돼 있다. 어느 팀이 오든 이 팀을 이겨야 꿈의 무대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한 감독은 “캐나다 선수들이 대체로 실력이 높다. 어떤 한 선수를 경계하기보다는 그들의 플레이에 우리가 주눅을 들지 않고 기본적인 플레이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잘해낸다면,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꼭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목표는 결승 진출이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꿈의 무대로 향하는 ‘한민수 호’의 다음 경기는 11일 오후 1시 5분(한국시각) 열린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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