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구대표팀의 임동혁이 20일 중국 항저우 린핑 스포츠센터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배구 C조 1차전에서 인도 선수를 상대로 공격하고 있다.항저우/연합뉴스
“우승(아시안게임 금메달)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5년 전 한 국회의원이 아시안게임에서 야구 금메달을 따고 돌아온 선동열 감독을 국회 국정감사장에 불러서 한 말이다. 당시의 ‘웃픈’ 기억이 떠오르는 것은 한국 남자배구팀의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첫 경기 패배 때문이다.
임도헌 감독이 이끄는 한국남자배구팀은 20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C조 예선 첫 경기 인도전에서 2-3(27-25 27-29 22-25 25-20 15-17)으로 졌다. 그동안 인도를 어려운 상대로 여기지 않았고, 세계 랭킹에서도 인도(73위)를 앞선 한국(27위) 선수단한테는 예상밖의 결과다. 배구대표팀의 한선수는 “인도는 높이를 갖춘 데다, 오늘은 실수까지 줄였다”고 평했다.
한국 남자배구가 아시안게임 C조(한국 인도 캄보디아) 1~2위에 주어지는 12강 진출권을 놓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2006 도하 대회 이후 17년 만의 아시안게임 정상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는 머쓱해졌다.
한국은 그동안 아시아를 넘어 세계 스포츠 무대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올렸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프로종목이 인기를 얻고 있다. 여자배구 팬몰이 돌풍에 힘입어 남자배구도 많은 관중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국제 무대에서의 경쟁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여자배구팀의 2024 파리올림픽 출전 꿈은 좌절했고, 여자농구도 올림픽에 나가지 못한다. 남자배구는 20년 이상 올림픽 무대에 나서지 못했다.
아시아권의 후발 주자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배구에서 한국을 꺾은 인도는 사격에서도 중국과 함께 아시아 최강으로 부상했다. 축구의 경우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자국내 열기를 배경으로 국가대표팀 경기나 클럽팀 대회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황선홍 감독이 지휘하는 남자축구가 예선 첫 경기 쿠웨이트전 대승(9-0)을 거뒀지만 결승 진출과 우승까지 갈 길은 멀다.
한국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했다. 병역이나 연금 점수 등이 걸려 있어 선수들한테도 중요한 대회다. 종목별로 상황은 다르지만, 내년 파리올림픽의 전초전 무대가 아시안게임이다.
하지만 대회 개막(23일)전에 일어난 배구대표팀의 예선전 패배를 보면, 아시안게임 무대에서도 안심할 수 있는 상대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선수단 전체도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특히 ‘공이 둥글고, 변수는 많은’ 구기 종목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닌 것 같다.
항저우/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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