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도쿄 올림픽 수영 남자 200m 개인혼영 금메달리스트 왕순과 디지털 점화자가 함께 성화를 점화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녹색’ ‘스마트’ ‘디지털’ 그리고 ‘경제성’까지…
코로나19 엔데믹 시대에 처음 열리는 국제종합대회인 19회 항저우아시안게임이 23일 밤 9시(한국시각) 중국 저장성의 성도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항저우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그린, 스마트, 경제, 윤리”의 단어를 제시했는데, 이 기치 아래 역대 최다 규모인 45개 나라의 1만2천여 선수단은 10월8일까지 16일간 열전에 들어간다.
이날 개막식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했고 한덕수 한국 국무총리, 노로돔 시하모니 캄보디아 국왕,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미샬 알아흐마드 알자베르 알사바 쿠웨이트 왕세자, 푸슈파 카말 다할 네팔 총리, 사나나구스마오 동티모르 총리 등 외국의 주요 사절도 함께 했다.
한국 선수단이 23일 밤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에 입장하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기자 yws@hani.co.kr
한국은 16번째, 북한은 7번째 입장
개막식 선수단 입장에서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소속 45개 국가올림픽위원회(NOC) 가운데 영어 알파벳 약자가 앞선 아프가니스탄(AFG)이 먼저 식장에 들어섰다.
북한은 여자복싱의 방철미와 사격의 박명원을 공동 기수로 앞세우고 7번째로 행진해 중국 관중의 환호를 받았다. 도쿄올림픽에 일방적으로 불참해 징계를 받았던 북한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5년 만에 국제 스포츠 무대에 복귀했다. 북한의 선수들은 총 185명이다.
23일 밤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에 북한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기자 yws@hani.co.kr
한국 선수단은 구본길(펜싱)과 김서영(수영)이 기수로 나섰고, 최윤 선수단장을 비롯해 100명의 선수가 뒤를 이어 16번째로 들어왔다. 임원을 포함해 1천140명의 선수단을 파견한 한국은 금메달 50개 이상(종합 3위)을 노린다. 개최국 중국은 마지막으로 입장했다.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개회 선언과 개막식 공연이 펼쳐졌고, 마지막으로 남자 탁구 세계 1위 판전둥과 2020 도쿄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 왕순 등이 성화 주자로 참여해 점화를 했다.
중국 문화역량과 디지털의 결합
이날 개막식 공연에서는 경제 문화적 자산이 풍부한 항저우의 전통과 현재가 디지털 기술을 통해 새롭게 연출됐다. 조직위원회가 가상현실과 인공지능(AI) 시대의 기술을 선보이겠다는 공언대로, 엘이디(LED) 그라운드는 주제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바뀌었다.
수단 입장 전 오픈 공연에서는 가장 오래된 쌀 화석이 발견된 이 지역의 농경 문화의 특징은 가을 추수의 기쁨을 드러내는 등불로 연결했다. 이날은 절기상으로도 추분이었다. 본격적인 공연의 1부 ‘끝없는 우아함’에서는 물의 이미지가 시나 그림이 됐고, 비와 안개 속의 3차원 물상은 동양의 ‘여백의 미’를 통해 오히려 무한하게 한계를 넓히는 의미를 선물했다.
2부 ‘첸탕강의 파도’에서는 항저우를 휘감아 도는 거칠고 다양한 파도의 디지털 이미지 위를 두 명의 무용수가 조화하고 극복하는 모습을 통해 전진하는 아시아를 그렸다. 3부 ‘다함께 미래로’에서는 대규모 합창으로 대회 구호인 ‘Heart to Heart @ Future’(마음과 마음, 미래)와 ‘마음과 마음이 녹아드는 아시아의 미래’를 표현했다.
23일 밤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개막식 행사가 화려하게 펼쳐지고 있다. 항저우/운운식 기자 yws@hani.co.kr
‘녹색’ 메가스포츠 이벤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회 개막선언 이후 터진 불꽃놀이는 실제 폭죽이 아니었다. 연꽃잎으로 외벽을 둘러싼 경기장 하늘 위나 바깥에서 실제 불꽃을 볼 수 없었다. 화약 연기나 냄새도 나지 않았다.
전자음향과 관중석 벽을 향한 이미지의 불꽃만이 작은 규모로 스타디움을 수놓았을 뿐이다. 친환경을 지향한다는 대회 조직위는 성화 점화에서 디지털 불꽃과 실제 불꽃의 결합으로 불을 밝혔다. 채화는 6월 이 지역의 신석기 유적이 있는 도시에서 했지만 온라인 성화 봉송에 1억명 이상의 참여를 유도했고, 조직위가 창조한 거대한 ‘디지털 성화봉송 주자’는 이날 주 경기장에 입장해 LED 전광판을 달린 뒤 인간 성화 주자인 왕순과 함께 불꽃을 성화대에 올렸다.
23일 밤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 행사에서 중국의 오성홍기가 운반되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아시아 가치 중국의 노림수?
개막식은 단순히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장이 아니다. 문화 행사를 통해 국가나 조직위원회가 추구하는 콘셉을 전파하는 자리다.
이날 조직위는 5천년 전에 정착했던 선주민들의 배나 쟁기 등의 요소들을 동원해 수로와 농경이 조화를 이룬 디지털 배경을 꾸몄다. 내부는 원통으로 외부는 사각형으로 깎아 하늘과 땅을 표시한 옥 조각 유물을 디지털 북의 이미지와 결합하고, ‘상선약수’(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등 중국의 격언 등을 드러내려고 노력했다. 풍부한 문화 유산과 디지털 시대의 역량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대규모 합창과 등불을 통해 중국 국민에게 희망을 전하고, 아시아 지역 나라와 우의와 호혜를 강조하는 메시지에서 중국의 자신감이 드러나는 듯했다.
항저우/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