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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월해서 미안” “네가 일등해 고마워”…철인들의 우정 ‘금메달’

등록 2023-09-24 19:57수정 2023-09-25 14:39

전웅태 근대 5종 막판 스퍼트로 2관왕
연습 중 낙마 뇌진탕 이지훈 집념의 은
한국 근대5종 대표팀의 전웅태(오른쪽)와 이지훈이 24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개인전 결선에서 1~2위로 들어온 뒤 얼싸안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한국 근대5종 대표팀의 전웅태(오른쪽)와 이지훈이 24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개인전 결선에서 1~2위로 들어온 뒤 얼싸안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친구 지훈한테 미안하다.”

세계적인 근대5종 선수인 전웅태(28·광주광역시청)가 24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결선에서 개인·단체전 금메달로 2관왕에 오른 뒤 한 말이다.

전웅태는 이날 승마와 펜싱, 수영까지 3개 종목에서 이지훈(28·LH)에 32점 뒤졌지만, 마지막 레이저 런(사격+달리기)에서 뒤집기를 하며 1위(1508점)를 차지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이어 대회 2연패. 당시 전웅태에 밀려 은메달을 땄던 이지훈(1492점)은 이번에도 전웅태의 벽을 넘지 못했다. 맏형 정진화(34·LH)가 1477점으로 4위가 되면서 단체전 금메달을 확보한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이날 마지막 레이저 런에서 이지훈보다 32초 늦게 출발한 전웅태는 정해진 코스를 두번째 돌면서 추월을 시도했고, 막판에는 이지훈과 16초 격차를 벌리면서 결승점을 통과했다.

48초를 당기는 등 초인적인 스퍼트를 보여준 전웅태는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그는 “지훈의 몸이 정상이 아니었다. 내가 추월하면서 너무 미안했다”고 밝혔다.

이지훈은 이날 승마 연습 훈련 중 말에서 떨어졌고, 뇌진탕 증세로 정신이 혼미했다. 정진화는 “지훈이가 레이저 런 출발 때도 ‘내가 지금 일등이냐’고 물어보는 등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근대5종 대표팀의 정진화(왼쪽부터), 이지훈, 전웅태가 24일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단체전 시상식에서 밝게 웃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한국 근대5종 대표팀의 정진화(왼쪽부터), 이지훈, 전웅태가 24일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단체전 시상식에서 밝게 웃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하지만 이지훈은 이날 승마, 펜싱, 수영, 레이저 런에서 집념과 본능의 힘으로 뛰었고, 경기 뒤에는 친구 전웅태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결승선을 통과한 둘은 얼싸안았고, 이때 이지훈은 “네가 일등을 해서 고맙다”고 친구에게 말했다. 전웅태는 “기쁘기도 하고, 미안했다. 팀원으로서 의지와 유대가 있어서 잘된 것 같다”고 밝혔다.

전웅태는 2020 도쿄올림픽 3위로 한국 근대5종 사상 첫 메달을 딴 선수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남자·혼성 계주 1위를 달렸고 월드컵에서도 여러 번 정상에 오르는 등 세계 최정상권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번 대회 펜싱 본경기에서 삐끗하면서 출발이 좋지 않았지만, 수영에서 전체 1위로 점수를 끌어올렸고 마지막 레이저 런에서 폭풍 질주로 시상대 꼭대기에 섰다. 일반부 등록 선수가 100명을 넘지 않는 얕은 저변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다.

그는 “조바심 내지 않았다. 마지막 경기에서는 지훈이와 내가 32초 차이가 났지만 누가 일등해도 상관이 없었다. 내가 할 것만 하자고 다짐했고, 레이저 런에서도 사격 한발 한발에 집중하고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전웅태는 이제 내년 파리올림픽을 겨냥하고 있다. 그는 “이번 대회는 올림픽의 전초전이다. 다른 나라 선수들이 나를 좀 더 무서워하면 좋겠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정진화는 “체력적인 부담을 느낀다. 금메달로 대표팀 인생을 마무리 지어 기쁘다”며 은퇴 의사를 표했다.

항저우/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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