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정(왼쪽)이 24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 에페 개인전 결승전이 끝난 뒤 상대였던 송세라를 껴안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2014년 인천 대회 개인전 동메달,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개인전 동메달. 단체전에서는 계속 은메달을 땄다. 이 때문에 항저우 대회는 “금메달을 걸고 애국가를 듣고 오겠다”는 당찬 각오를 갖고 출전했다. 그리고, 생애 3번째 아시안게임에서 최인정(33·계룡시청)은 기어이 시상대 맨 꼭대기에 섰다.
최인정은 24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에페 결승전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후배 송세라(30·부산광역시청)를 연장 끝에 9-8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올림픽에서도 은메달(2012 런던, 2020 도쿄·이상 단체)이 최고 성적이었던 터라 이날의 금메달은 더 특별했다.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 때 에페 여자 단체전 은메달을 합작해 냈던 최인정과 송세라는 이날 서로에게 칼을 겨누고 시종일관 팽팽한 경기를 펼쳤다. 엎치락뒤치락 승부가 이어졌고 정해진 시간 내에 승부를 내지 못했다. 결국 8-8 동점에서 맞은 연장전에서 최인정의 칼날이 먼저 송세라를 찔렀다. 이들은 경기가 끝난 뒤 서로를 감싸 안으며 다독이는 훈훈한 모습을 보여줬다.
최인정은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지나간 것에 대해서는 잘 기억하지 않는 편”이라며 “부상 때문에 힘들었지만 선수생활에서 부상은 어쩌면 필연적이기 때문에 아직도 극복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힘들었던 순간을 참으며 견뎠던 나날을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보상 받은 최인정이었다.
송세라는 작년 세계선수권 때 2002년 현희 이후 20년 만에 에페 여자 개인전에서 우승하며 기세를 올렸으나 처음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전 세계 랭킹 1위 최인정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그는 준결승에서 아시아 랭킹 1위 비비안 콩(홍콩)을 15-11로 꺾고 결승에 진출한 바 있다. 한국 펜싱이 여자 에페 개인전 금, 은메달을 따낸 것은 2002년 부산 대회 김희정(금메달), 현희(은메달) 이후 21년 만이다. 최인정과 송세라는 이제 같은 방향으로 칼을 휘두르며 단체전 우승에 도전(27일)한다.
한편, 펜싱 남자 플뢰레 개인전에서는 45년 만에 메달을 따지 못했다. 이광현은 8강에서 홍콩의 라이언 초이에게, 임철우는 16강에서 대만의 전이둥에게 패했다. 한국은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9개 대회 연속으로 남자 플뢰레 메달(금2·은6·동3)을 따 왔다. 이광현은 경기 뒤 “아쉬운 만큼 단체전에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라고 했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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