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유찬이 2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 아쿠아틱 아레나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50m 결선에서 우승한 뒤 환호하고 있다. 항저우/AFP 연합뉴스
출발 신호가 울리자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처럼 물살을 가른다. 중국 안방 관중의 압도적 응원에도 흔들림이 없다. 21초72. 한국 수영에 첫 금메달을 안긴 지유찬(21·대구시청)이 대륙을 잠재우는 데 필요한 시간이었다.
지유찬은 2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 아쿠아틱 아레나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50m 결선에서 21초72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이날 오전 본인이 직접 작성한 아시안게임 새기록(21초84)을 다시 썼고, 아시아 기록(21초67)에는 한 끗이 모자랐다. 한국이 자유형 50m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2002 부산아시안게임 김민석 이후 두 번째다.
이날 지유찬이 금메달을 따기 전까지 항저우아시안게임 수영은 중국을 위한 종목이었다. 중국은 수영 첫날(24일) 7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모두 휩쓸었다. 은메달도 4개에 달했다. 이날도 지유찬의 역영이 시작하기 전까지 2개 종목(남자 50m 배영·여자 50m 배영)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모두 차지했다.
중국이 워낙 강한 모습을 보이다 보니 응원 열기도 뜨거웠다. 하지만 지유찬은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대륙의 흐름에 균열을 내자고 다짐했다. 경기 뒤 지유찬은 “어제 경기를 다 보는데 1등을 모두 중국 선수들이 했다”라며 “내심 속으로 제가 그걸 끊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해내서 정말 좋다”고 했다.
일방적 응원에 대해서는 “전혀 그런 것(부담)은 없었다”라며 “오히려 우리 대표팀 동료들이 열심히 응원을 해주셔서 더 힘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홈 경기도 아니고 중국에서 하는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서 더 뜻깊다. 남은 경기도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했다.
지유찬이 2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 아쿠아틱 아레나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50m 결선에서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이번 금메달은 그야말로 깜짝 선물이다. 지유찬은 지난 4월 제주 한라배 전국수영대회에서 황선우(강원도청)를 꺾고 1위를 하기도 했으나, 이번 대회에서 주목 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날 예선에서 아시안게임 새 기록을 쓰며 기대를 모았고, 결선에서 자신이 세운 기록을 다시 깨며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지유찬은 “아시아 신기록도 가까워서 노려보고 싶었는데, 살짝 부족해서 아쉽다”라며 “(오늘) 기록에 만족하지만, 너무 만족하지 않고 더 줄이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번 대회가) 수영을 더 열심히 하고, 더 사랑할 수 있게 만드는 동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항저우/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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