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진(오른쪽)이 26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태권도 겨루기 여자 53㎏ 결승에서 대만의 린웨이준을 이겨 우승을 확정한 뒤 코치에게 안기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박혜진(26·고양시청)이 한국 태권도에 네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박혜진은 26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태권도 겨루기 여자 53㎏ 결승에서 대만의 린웨이준을 라운드 점수 2-1로 꺾고 아시아 정상에 섰다. 한국 태권도 대표팀은 대회 첫날인 지난 24일 품새에서 강완진, 차예은이
남녀 종목을 싹쓸이하고, 이튿날 장준이
겨루기 남자 58㎏를 우승한 데 이어 사흘째 금빛 행진을 이어갔다.
혼전 속에서 일군 깜짝 우승이었다. 이 체급 세계태권도연맹(WT) 랭킹 1위 나히드 키야니찬데흐 (이란 )가 16강, 2위 좌 주 (중국 )가 8강에서 떨어지며 이변의 희생양이 됐고, 박혜진은 그 이변의 주인공들을 연달아 격침했다. 4강에서는 키야니찬데흐를 잡고 올라온 신성 추티칸 종콜라타나와타나 (타이)를 2-0으로 물리쳤고, 결승에서는 주를 쓰러뜨리고 올라온 웨이준을 제압했다. 박혜진의 랭킹은 31위다.
박혜진은 지난 2019년과 2022년 두 차례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섰지만 각각 16강, 8강이 최고 성적이었다. 2022년 멕시코 과달라하라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은 사상 처음으로 여자부 ‘노 골드’를 기록했고, 올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는 여자부 ‘노 메달’ 수모를 겪었다. 한국 여자 태권도에 비상등이 켜졌고, 이번 대회에서도 기대를 접는 목소리가 팽배했으나 박혜진의 발차기는 세간의 단견을 부쉈다.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난 박혜진은 “제가 국제대회 나가면 성적을 못 내서 안 좋은 소리 듣고 힘들었는데, 이제 그런 말 안 들어도 된다는 점이 기쁘다”라며 “성적을 낸 선수보다는 항상 꾸준하고 성실하게 임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서 그는 “내년 아시아선수권 출전권을 따고 우승해서 국가대표가 되는 게 꿈이다. 올림픽 출전도 포기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박혜진이 26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태권도 겨루기 여자 53㎏ 결승에서 대만의 린웨이준을 이겨 우승을 확정한 뒤 포효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김유진(오른쪽)이 26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태권도 겨루기 여자 57kg 16강 경기에서 공격을 펼치고 있다.
한편, 이날 같은 장소에서 여자 57㎏에 나선 김유진(울산광역시체육회)은 준결승에서 중국의 뤼쭝스에 0-2로 패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안게임 태권도는 따로 3·4위전을 치르지 않고 준결승 패자 두 명 모두에게 동메달을 준다. 남자 63㎏에 출전한 이기범(한국가스공사)은 8강에서 이란의 후세인푸르 알리레자에 0-2로 졌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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