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르 곤살레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세자르 곤살레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가 아시안게임 예선 첫 경기부터 충격패를 당했다. 지난 8월말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2-0으로 이기다가 2-3 역전패를 당했던 베트남에 또 한 번 ‘리버스 스윕’을 당했다. 거의 다잡았던 승리를 두 번 연속으로 내준 셈이다. 이쯤 되면 ‘세자르 스코어’의 탄생이다.
한국 대표팀은 1일 중국 항저우 사범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배구 여자부 C조 예선 첫 경기에서 베트남에 세트 스코어 2-3(25:16/25:22/22:25/22:25/11:15)으로 패했다. 1, 2세트를 무난하게 따놓고도, 남은 3, 4, 5세트에서 잇달아 무너지며 승리를 내줬다. 지난 8월30일 아시아선수권에서 예선에서 베트남에 2-3(25:22/25:19/23:25/17:25/13:15)으로 패한 것과 같은 패턴이다.
충격적인 패배다. 한국은 세계랭킹 40위로 베트남(39위)보다 한 단계 아래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선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간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를 2차례 치르며 세계적 강팀들에 전패를 당한 터라, 랭킹 포인트 획득 등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약 한 달 사이 베트남에 두 번 연속 지면서 그런 변명은 무색해졌다.
2-0으로 이기던 경기를 2-3으로 두 번이나 뒤집힌 것도 문제다. 지난 패배에서 전혀 배운 것이 없다는 이야기 다. 앞서 아시아선수권에서 한국은 역대 최하인 6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전례를 보면, 이번 아시안게임도 비슷한 길을 갈 가능성이 크다.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다. 앞서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 역시 조별예선 첫 경기에 인도에 2-3 패배를 당하더니, 12강에서 파키스탄에 0-3으로 완패하며 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61년 만의 노메달이다.
만약 여자배구가 이번 대회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한다면, 나쁜 의미에서 새로운 역사를 쓴다. 한국 여자배구는 1974년 출전 이래, 2006년을 제외하고는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메달을 땄다. 17년 만에 노메달 기록을 쓸 수 있는 셈이다. 여자배구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4년 인천 대회 때는 금메달을 땄다. 가장 최근 중국에서 열린 2010년 광저우 대회 때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아배구선수권대회 당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아시아배구연맹 누리집 갈무리
일단 한국은 8강에는 오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속한 C조(한국, 베트남, 네팔) 1, 2위가 A조(중국, 북한, 인도) 1, 2위와 함께 8강 라운드 E조에 속해 4강 진출을 두고 겨루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네팔은 세계랭킹에 집계도 되지 않는 배구 약체인 만큼, 한국이 2위를 차지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8강에 오르더라도 베트남에 당한 1패를 안은 채 A조 1, 2위팀과 4강 진출을 다퉈야 하는 만큼, 메달권으로 가는 길은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한편 8강에서 한국과 겨룰 가능성이 큰 북한 여자배구 대표팀은 이날 경기장을 찾아 한국의 경기를 지켜봤다. 북한은 전날 열린 예선에서 인도를 3-1로 꺾은 바 있다.
항저우/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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