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오른쪽)이 3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8강전에서 중국 자오루이에 공격이 차단당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중국과 8강전에서 무기력하게 패하며 메달권에서 밀려났다. 남은 순위 결정전에서 모두 이겨야만 역대 최악 성적을 면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은 3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농구 8강에서 중국에 70-84로 패했다. 무력한 패배였다. 이날 경기 중 한국이 리드를 잡은 것은 1쿼터 라건아(34)가 선취 2득점을 뽑아낸 뒤 12초뿐이었다. 2쿼터를 마칠 때 즈음에는 점수가 20점 차이까지 벌어졌고, 두 자릿수 격차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좁혀지지 않았다.
한국은 골 밑과 외곽에서 모두 고전했다. 페인트 존에서는 중국 선수들의 높이에 밀려 좀처럼 득점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한국이 페인트 존에서 13점을 끄집어내는 동안 중국은 그 두배에 가까운 25점을 수확했다. 외곽포도 말을 듣지 않았다. 이날 한국이 던진 3점슛 25개 중 7개(성공률 28%)만 골망을 갈랐다. 그마저도 3개는 이미 승부의 추가 중국 쪽으로 기운 4쿼터 5분 이후에 뒤늦게 터진 슛이었다. 속공 기회도 살리지 못했다. 속공을 통해 중국이 24점을 올리는 동안 한국은 9점밖에 내지 못했다. 스피드와 정확도에서 모두 상대에게 밀렸다.
에이스 허훈(28)과 슈터 전성현(31)이 고전한 영향이 컸다. 허훈은 이날 단 한 개의 필드골도 넣지 못한 채 자유투만 성공시키며 2득점에 그쳤다. 전성현도 3점슛 5개를 던져 1개만을 성공시키며 7득점에 머물렀다. 반면 중국은 교체 선수까지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고루 활약했다. 분위기가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집중력이 흐려지는 모습도 반복됐다. 수비수가 없는 오픈 2점슛을 놓치는가 하면 속공 상황에서의 패스 미스로 역공을 허용하기도 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아시안게임에서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 5위에 그쳤던 것이 남자농구 대표팀이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거둔 최하위 성적이다. 도하 대회 이전 11개 아시아게임에선 메달을 놓친 적이 없다. 이 때문인지 항저우 대표팀을 이끄는 추일승 감독은 중국과 경기 뒤 “죄송하고, 치욕스럽다”고 했다.
남자농구 대표팀은 다가오는 순위 결정전에서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겨야만 5위를 할 수 있다. 4일 오후 5시 열릴 1차 순위 결정전 상대는 이란이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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