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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고독했던 트랙…김국영, 38초74 ‘함께 달려’ 첫 메달

등록 2023-10-04 17:45수정 2023-10-05 02:30

3일 AG 남자 400m 계주에서 37년 만의 동메달
김국영(왼쪽 셋째)이 지난 3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 육상 400m 계주 결선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동료 고승환(맨 왼쪽부터), 이재성, 이정태와 시상대에 올라 메달을 입에 물어보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김국영(왼쪽 셋째)이 지난 3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 육상 400m 계주 결선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동료 고승환(맨 왼쪽부터), 이재성, 이정태와 시상대에 올라 메달을 입에 물어보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메달은 덤이었다. 십수년간 한국 육상의 맨 앞줄에서 기록과 싸우며, 승리도 패배도 홀로 감당했던 고독한 스프린터는 마지막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함께 뛰어서’ 첫 메달을 목에 걸었다. 메달은 덤이지만, 너무 늦기 전에 찾아온 보상에 김국영(32·광주시청)은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개인 종목에서 늘 실패를 맛봤는데 마지막에 단체전에서 메달이 나와서 뜻깊게, 후련하게 은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김국영은 3일 밤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올림픽스포츠센터 주경기장에서 이정태(27·안양시청), 이재성(22·한국체대), 고승환(26·광주시청)과 팀을 이뤄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400m 계주 동메달을 따냈다. 이들이 합작한 기록은 38초74. 이 종목 한국 기록(2014년)과 같다. 1986년 서울 대회(동메달) 이후 37년 만의 메달이기도 했다. 마지막 주자 고승환이 결승선을 통과한 뒤 네 사람은 얼싸안고 울었다.

3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한국 마지막 주자인 고승환이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이정태와 포옹을 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3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한국 마지막 주자인 고승환이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이정태와 포옹을 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김국영에게는 첫 국제대회 메달이었다. 김국영은 2010년 광저우 대회부터 이번까지 100m 단거리로 4번의 아시안게임을 경험했고, 한국 육상 선수에게는 출전 자체가 일생의 꿈인 세계육상선수권에 5번, 올림픽에 1번 나갔으나 시상대에 오른 적은 없었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는 예선 탈락했고, 2017 런던세계육상선수권 때는 준결선에서, 2019 도하세계육상선수권 때는 예선에서 멈춰 섰다.

지난 세월을 돌아본 김국영은 이날 경기 뒤 “국제대회에 자주 출전했지만, 그만큼 실패도 많이 했다. 내가 한 실패를 우리 후배들이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실패담을 자주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이어서 “오늘은 타이 기록에서 멈췄지만, 능력 있는 후배들이 곧 신기록을 세울 것이다. 앞으로는 꾸준히 아시안게임 계주 메달도 나오고, 단거리 개인 종목에서도 메달리스트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인은 실패를 말했지만, 실은 김국영이 실패한 만큼 한국 육상은 성공해왔다. 김국영은 2010년 6월7일 19살 나이로 전국육상선수권에서 31년간 깨지지 않았던 고 서말구 교수의 기록(10초34)을 하루 새 두번 갈아치우며 역사를 바꿨고, 이후 매해 자신의 기록과 싸우며 서른 넘어서까지 최정상을 지켰다. 남자 100m 한국 기록 상위 5개가 모두 김국영이고 10.07의 벽(2017년)은 여전히 아무도 넘지 못하고 있다.

김국영(왼쪽 넷째)이 2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 400m 계주 예선에서 두번째 주자로 이정태(맨 오른쪽)의 바턴을 이어받아 달리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김국영(왼쪽 넷째)이 2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 400m 계주 예선에서 두번째 주자로 이정태(맨 오른쪽)의 바턴을 이어받아 달리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100m 9초대 진입’을 목표로 평생 정진해온 그는 마지막 대회에서 “16년째 국가대표 선수로 뛰고 있지만 저는 사실 잘 뛰는 선수가 아닌 운이 좋은 선수”라고 자신을 낮췄다. 이제 그가 넓혀 놓은 한국 육상의 한계는 후배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그와 함께 뛴 후배들은 선배의 은퇴사(?)에 “(김)국영이 형이 계속 같이 뛰었으면 좋겠다”(이정태), “저희가 이어받아 자라나는 선수들에게 물려주고 싶다”(고승환)고 화답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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