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발투수 박세웅이 5일 중국 사오싱 야구·소프트볼센터 제1구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야구 슈퍼 라운드 일본과의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오싱/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이제 2승 남았습니다. 남은 2승 다 해서 돌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대표팀 맏이 ‘안경 선배’ 박세웅(27)은 5일 중국 사오싱 야구·소프트볼센터 제1구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야구 슈퍼 라운드 일본과 한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한 뒤 이렇게 말했다. 트레이드마크인 안경 뒤로 보이는 눈망울에서 승리에 대한 의지가 느껴졌다.
박세웅은 이날 선발투수로 나와 6이닝 9탈삼진 2피안타 2사사구 무실점을 기록하며 일본 타선을 꽁꽁 묶었다. 이번 대회 들어 다소 부진한 타선이 득점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키며 이날 일본전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다소 부담감도 있었다. 박세웅은 앞서 2일 예선 대만전에서 5회말에 긴급 투입됐다. 하지만 오히려 만루 위기를 내주며 1이닝도 채우지 못한 채 내려왔다. 결국 한국은 대만에 0-4로 패했고, 이날 한일전은 금메달 도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가 됐다. 그런 위기 상황에서 류중일 감독은 다시 한번 박세웅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박세웅(왼쪽 넷째)을 비롯한 한국 야구 대표팀 선수들이 5일 중국 사오싱 야구·소프트볼센터 제1구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야구 슈퍼 라운드 일본과 경기에서 김혜성이 추가 득점을 하자 기뻐하고 있다. 사오싱/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박세웅은 “어제 우스갯소리로 ‘왜 나는 항상 중요한 상황에만 나가냐’는 말도 했다”며 웃은 뒤 “그런데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라고 뽑아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서 제 할 몫을 했다는 것에 (스스로) 큰 점수를 주고 싶다”고 했다. 이날 1회초 1사 1, 3루 위기를 막아낸 뒤 다소 크게 기뻐했던 그는 “일본 투수들 능력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1, 2점 차 싸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무실점을 하게 되어 큰 액션이 나왔던 것 같다”고 했다.
마운드가 일본 타선을 묶는 사이, 답답했던 한국 타선에선 조금씩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비록 도루 실패와 주포 노시환의 삼진 아웃 등이 겹쳐 득점은 무산됐지만, 한국은 4회말 무사 1, 3루를 만드는 등 일본을 점점 위협했다. 사회인 야구 최우수선수(MVP) 출신으로 이날 5⅔이닝 동안 8탈삼진 4피안타 3사사구 1실점으로 호투한 일본 선발투수 가요 슈이치로도 점점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국 야구 대표팀 선수들이 5일 중국 사오싱 야구·소프트볼센터 제1구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야구 슈퍼 라운드 일본과의 경기에서 2-0으로 이긴 뒤 기뻐하고 있다. 사오싱/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선제점은 6회에 나왔다. 6회말 첫 타자로 나선 김혜성은 시원한 2루타를 뽑았고, 최지훈이 희생번트를 보탰다. 윤동희 볼넷까지 더해 1사 1, 3루가 된 상황에서 한국은 노시환의 희생뜬공으로 첫 득점을 냈다. 여기에 한국은 8회말 1사 2루 상황에 노시환이 적시타를 터뜨리며 1점을 추가했다.
벼랑 끝에 몰린 일본은 9회초 1사 주자 1, 3루를 만드는 등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8회 등판한 박영현이 병살로 상대 주자 2명을 한꺼번에 잡아내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류중일 감독은 뒤 “마무리 후보로 박영현과 고우석, 두 투수가 있으니까 상황을 봐가며 쓰겠다”고 했다.
대만전 패배로 1패를 안고 슈퍼 라운드에 돌입했던 한국은 이로써 1승1패를 기록하며 희망을 살렸다. 이제 한국은 6일 중국과의 경기에서 다시 한번 승리에 도전한다. 금메달을 위해선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다. 이번 대회에선 슈퍼 라운드 네 팀(한국, 대만, 일본, 중국) 중 1~2위가 금메달 결정전에 진출한다. 류중일 감독은 “중국 야구가 많이 발전했다”며 “포수가 특히 좋다. 어떤 경우의 수가 나올지 모르니 중국을 반드시 이기겠다”고 밝혔다.
항저우/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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