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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에고를 벗어난 우주적 공(空)이다

등록 2022-05-12 07:48수정 2022-05-12 07:52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예수는 “건축자들이 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다”(마태복음 21장42절)고 말씀하셨다. 이 구절은 예수 자신의 미래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장자의 바가지 비유’와 같이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 버린 돌과 모퉁이 돌의 구분’(ego)을 벗어난 상보(相補)의 진리에 대한 설명이다. 비록 버린 돌(예수·One)일지라도 선과 악 등의 분별심(내면의 뱀, 창세기 3장1절)을 초월한 진리(One)의 관점에서는 모퉁이 돌이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내면에 있는 진리(One)의 예수를 자각하지 못하고 있지만(포도원의 농부 비유, 마태복음 21장 33절), ‘자각한 자’는 고통을 벗어나서, 초연한 태도로 온갖 재난과 병고로부터 자유롭게 된다.

영원한 구원을 위하여 자신의 근본인 하나(One)를 찾으려는 것이 ‘영지주의 복음서’다. 무지란 ‘몸이 곧 나’라고 하는 자부심일 뿐이므로 그 자부심을 제거하는 것이야말로 하나(One)인 신(神·예수)을 얻는 것이고,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야말로 신을 아는 것이며, 신을 안다는 것은 모든 종교의 근원인 참나(One)로 안주하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무지함(제한성)을 깊이 인식함으로써 ‘진리(One)의 환희를 깨달은 자’(법희선열·法喜禪悅)는 어떤 충격에도 동요하지 않고, 고요함과 무한한 능력을 갖추며, 우주의 실상(One)을 있는 그대로 본다.

우주의 실상(진여·眞如·One)은 “참된 공(空)인 동시에 오묘한 진리가 충만하며”(진공묘유·眞空妙有), 또한 영원한 불성(佛性)·신성(神性)이지만 여기에 생명을 부여하면 부처(예수·One)가 된다. ‘깨달음의 기쁨’(법희선열·法喜禪悅)을 체험한 선승 하이쿠가 “바로 이 자리가 연화국(蓮華國)이고, 바로 내 몸(true Self)이 곧 부처(One)다”라고 노래한 시는 기독교적으로 “바로 이 자리가 천국(One)이고, 바로 내 몸이 곧 그리스도이다”(갈라디아서 2장20절)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시공을 초월한 영적인 우주의 실상(實相)과 모든 것을 포용하면서도 초월하는 ‘하나(One)의 진리’를 통하여 기독교와 불교는 서로 통할 수 있으며 또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소승불교는 연기성(緣起性)을 바탕으로 ‘모든 것은 유동하며, 어느 것 하나 고정된 실체가 없다’(제법공·諸法空)고 보지만, 대승불교는 모든 것은 시공을 초월한 하나(One)인 진리의 보편성 그리고 질서와 조화의 궁극적 작인(作因)인 공으로 본다(진공묘유·眞空妙有). 이러한 공(Emptiness) 즉 무(Nothingness)는 ‘역동적인 장(場) 에너지’로서 스스로 자연의 흐름에 맡길 때 비로소 찾게 되는 진리이다. 진리(One)로서의 예수도 역사하시는 힘(energy)으로서의 하나인 공(空)·무(無)이다(골로새서 1장29절).

“예수는 보이지 아니하는 하나님의 형상이시오. 모든 피조물보다 먼저 나신 자이다.”(골로새서 1장15절)에서 예수는 역사적 인물이 아니라, 에고(ego)를 벗어나 우리 가운데 거하는 초역사적이며 우주적인 공(空)이다(요한복음 8장58절). 진화론자인 테이야르 샤르댕 신부는 “공(空)인 신(神)의 편재(遍在)를 자각하는 것은 영성의 결과”라고 하였다. 마찬가지로 양자물리학에서 물질의 동적인 성질은 아원자 입자들의 파동성 결과로서 나타난다고 증명하고 있다. 따라서 우주는 역동적으로 상호 연관되어 있으며, 또한 조화롭게 상호 작용하는 불가분한 실로 짜인 직물처럼 내 안에서 엮여 있는 것이다(바가바드 기타).

글 구자만(신학자 ·개신교 장로· 신흥지앤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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