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골에서 5일마다 장이 열렸다.
그런데 그 시골장터 그늘진 한구석에서 한 할아버지가 옥수수를 팔고 있었다.
아직 삶지 않은 찰옥수수였다.
“할아버지! 이 찰옥수수 얼마예요?”
한 아주머니가 세 개씩 나누어 놓은 옥수수 한 무더기를 가리키며 물었다.
“예, 한 무더기 세 개에 3천원입니다.”
“두 무더기는 얼마죠?”
“6천 원입니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말했니다.
“두 무더기를 사도 깎아 주시는 게 없으시네요.
그렇다면 가지고 나오신 옥수수 전체를 사면 얼마지요?”
그 말을 들은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전부는 안 팝니다.”
이상하여 물었다.
“아니, 왜 다는 안 파나요?”
할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지금 내 삶을 살기 위해 이 장터에 나왔습니다.
장사하러 나온 것이 아닙니다.
나는 이 장터를 사랑합니다.
물건을 팔고 사기 위해 흥정을 하며 북적대는 사람들,
오랜만에 만났다고 서로 손을 잡고 반가워하며 떠드는 모습들,
팔러 나온 짐승들의 울음소리, 장터 사람들을 유혹하는 국밥 끊는 소리,
뻥 하고 튀밥 튀는 소리, 시원한 냉차를 사 먹으라는 소리,
복잡한 장터 골목을 헤쳐 나가는 지게꾼 소리,
엿을 팔기 위해 가위로 흥겹게 장단을 맞추며 춤을 추는 엿장수,
나는 이 활기 넘치는 장터 풍경을 사랑합니다.
이 건강한 장터를 사랑합니다.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 내 삶입니다.
그런데 한 사람에게 옥수수를 몽땅 팔면 나는 여기에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다 팔면 내 하루는 그것으로 끝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내 삶을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 안 팝니다.”
우리의 인생도 그와 같습니다.
파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즐길 수 있습니다.
다 팔면 돌아 가야합니다.
지금 이 상태를 즐길 수 있다면 행복은 그림자처럼 내 삶을 따라다닐 것입니다.
오늘을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글 문병하 목사(양주 덕정감리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