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휴심정 벗님글방

오리의 배를 가르지 않게 한 선비의 인내

등록 2020-12-01 09:03수정 2020-12-01 10:35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조선조 초기에 병조판서를 지낸 윤회라는 사람이 젊었을 때 일이다. 어느 날 그는 시골길을 걷다가 날이 저물어 주막에 묶게 되었다. 그런데 주막의 주인은 마침 방이 없다면서 그를 맞아주지 않았다.

윤회는 하는 수 없이 처마 밑에 앉아 하룻밤을 지새기로 했다. 그가 처마 밑에 앉아 있는데 주인집 딸아이가 커다란 진주 알 하나를 뜰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때 곁을 지나던 오리가 그것을 먹인 줄 알고 냅다 삼켜 버렸다. 주인은 딸이 진주를 잃어버린 것을 알고 윤회를 의심했다.

주인은 곧장 윤회를 묶고, 내일 아침 관가에 고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윤회는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고 주인에게 한마디만 부탁했다. “저 오리를 내 곁에 매어두시오” 이튿날 아침, 주인은 윤회를 관가로 끌고 가기위해 밖으로 나왔다.

윤회는 여전히 태연한 표정으로 주인에게 말했다. “오리가 똥을 쌌는지 보시오” 주인이 이상히 여겨 오리가 눈 똥을 헤집어 보았다. 그랬더니 딸이 잃어버렸던 진주 알이 오리의 똥 속에 박혀 있었다. 깜짝 놀란 주인이 윤회에게 사죄하며 말했다. “왜 어젯밤에 말하지 않았소? 그랬으면 이런 봉변은 면할 수 있었을 텐데” 윤회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젯밤에 말했다면 당신은틀림 없이 오리의 배를 갈라 진주를 찾아냈을 것이 아니오?”

우리는 살아가면서 때로 맞이하는 문제에 대해 "무엇이 더 소중한가?"를 물어야 합니다. 무엇이 더 가치있는 일인가를 묻고 그 가치있는 일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불편을 감수한다면 더 나은 사회를 보게 될 것입니다. 요즈음 스스로 사회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향해 막말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라나는 신 세대들은 무엇을 배울까 하는 생각은 나만의 생각일까요?

글 문병하 목사(양주 덕정교회)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휴심정 많이 보는 기사

법정 스님 창립 ‘맑고향기롭게’ 운영 충돌이 불씨 1.

법정 스님 창립 ‘맑고향기롭게’ 운영 충돌이 불씨

“하나님 ‘떠나라’ 목소리 들릴 때마다 뒤돌아보지 않았죠” 2.

“하나님 ‘떠나라’ 목소리 들릴 때마다 뒤돌아보지 않았죠”

 “일제, ‘조선여성 생식기 표본’ 만들어” 3.

“일제, ‘조선여성 생식기 표본’ 만들어”

‘족집게 예언’ 탄허 스님 “고통 지나면 남북통일 서광” 4.

‘족집게 예언’ 탄허 스님 “고통 지나면 남북통일 서광”

부처님 보고 절에 가면 안 됩니다 5.

부처님 보고 절에 가면 안 됩니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