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초기에 병조판서를 지낸 윤회라는 사람이 젊었을 때 일이다. 어느 날 그는 시골길을 걷다가 날이 저물어 주막에 묶게 되었다. 그런데 주막의 주인은 마침 방이 없다면서 그를 맞아주지 않았다.
윤회는 하는 수 없이 처마 밑에 앉아 하룻밤을 지새기로 했다. 그가 처마 밑에 앉아 있는데 주인집 딸아이가 커다란 진주 알 하나를 뜰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때 곁을 지나던 오리가 그것을 먹인 줄 알고 냅다 삼켜 버렸다. 주인은 딸이 진주를 잃어버린 것을 알고 윤회를 의심했다.
주인은 곧장 윤회를 묶고, 내일 아침 관가에 고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윤회는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고 주인에게 한마디만 부탁했다. “저 오리를 내 곁에 매어두시오” 이튿날 아침, 주인은 윤회를 관가로 끌고 가기위해 밖으로 나왔다.
윤회는 여전히 태연한 표정으로 주인에게 말했다. “오리가 똥을 쌌는지 보시오” 주인이 이상히 여겨 오리가 눈 똥을 헤집어 보았다. 그랬더니 딸이 잃어버렸던 진주 알이 오리의 똥 속에 박혀 있었다. 깜짝 놀란 주인이 윤회에게 사죄하며 말했다. “왜 어젯밤에 말하지 않았소? 그랬으면 이런 봉변은 면할 수 있었을 텐데” 윤회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젯밤에 말했다면 당신은틀림 없이 오리의 배를 갈라 진주를 찾아냈을 것이 아니오?”
우리는 살아가면서 때로 맞이하는 문제에 대해 "무엇이 더 소중한가?"를 물어야 합니다. 무엇이 더 가치있는 일인가를 묻고 그 가치있는 일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불편을 감수한다면 더 나은 사회를 보게 될 것입니다. 요즈음 스스로 사회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향해 막말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라나는 신 세대들은 무엇을 배울까 하는 생각은 나만의 생각일까요?
글 문병하 목사(양주 덕정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