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1㎜도 다르지 않은 오늘도 역시 쳇바퀴 돌리는 마감 전선인데 왠지 엉덩이가 들썩들썩합니다. 마음도 싱숭생숭, 기분 좋을 정도로 어수선합니다. 왜일까? 생각해보니 추석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토·일·월. ‘알량하다’고 표현하고 싶을 만큼 얄미운 연휴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은 빨간날입니다. 게다...
저희 집 작은방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차양을 걷어야 합니다. 멋스럽게 보이기 위해 걸어둔 장식용 차양이 아니라 마치 행거처럼 문틀에 쭉 걸어놓은 옷들입니다. 세탁한 옷을 다림질하기 위해, 또는 입었던 옷을 옷장에 다시 넣기 찜찜해 걸어놓은 옷들이 늘어나다 보니 차양이 된 형국입니다. 차양을 걷고 들어가면...
이번주 커버스토리를 쓴 정치부의 구본권 기자는 요세미티를 지금까지 세번 갔다고 합니다. 그에게 하프돔 등정은 자칭 ‘나만의 토테미즘’이고 성지순례인 셈입니다. 하프돔이 많은 산악인들에게 꿈의 등반지이긴 하겠지만, 열혈 등산가도 아니라는 구 기자가 왜 ‘이 고생’에 기꺼이 나섰는지 물었습니다. 이 모든 출...
2년 가까이 다닌 전 직장에서 벌어졌던 일입니다. 한 선배가 다른 회사에서 이직 제의를 받았답니다. 큰 조직은 아니었지만 평소 그 선배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는 곳에서 온 제안이었답니다. 고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이냐, 큰 조직에서 좀더 맘 편하게 일할 것이냐 고민을 하던 선배는 사직서를 써서 부장...
회의 시간은 미술 시간입니다. 직장 상사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동안 고개를 푹 숙인 제 앞의 회의 자료에는 글씨 옆으로 작은 그림들이 그려집니다. 그림이래봤자, 세모나 네모의 나열이거나 단순하게 꼬불꼬불한 선들이 이어지는 정도지요. 슬쩍 주위를 둘러봅니다. 수업 시간에 교과서 밑에 만화책을 깔아놓은 학생...
고백하자면 제게 미술관은 여행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요인 중 하나였습니다. 파리에 왔으니 루브르는 가야겠고, 런던에 왔으니 내셔널 갤러리는 한번 찍어줘야 하고, 뉴욕에 왔으니 뉴욕현대미술관은 들러봐야 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유명 미술관마다 전시작품 수가 웬만해야 말이지요. 그래도 온 김에 책에서나 ...
심각한 걱정까지는 아니지만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요즘 골칫거리 중 하나는 흰머리입니다. 나이가 나이다 보니 ‘새치’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흰 머리카락이 정수리 위로 삐죽 튀어나온 걸 보면 보통 거슬리는 게 아닙니다. 사실 한두개 뽑아서 해결될 수준도 아닙니다. 오래전부터 뒤통수 쪽에서부터 꾸준히 생겨...
요새 ‘완전 대세’인 싸이의 ‘강남 스타일’ 뮤직비디오를 봤을 때 2006년 관람했던 펜타포트록페스티벌의 블랙 아이드 피스 공연이 떠올랐습니다. 이런저런 대중음악 공연을 보러다녀봤지만 이날만한 충격을 받은 적은 없었더랬죠. 이들은 무대에서 그냥 놀고 있더군요. 놀고 있는데 어떤 대작 공연보다도 압도적이더군...
‘내 아이는 나에게만 예쁘다.’ 아이를 낳고 금과옥조로 삼았던 육아 금언입니다. 물론 저도 제 아이를 보면서 ‘어쩜 이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 찬탄했지만 이 소리가 집 밖에 새나갈까 조심했지요. 아이와 무관한 친구나 동료 모임에서 다짜고짜 아이 사진을 들이밀거나 시시때때로 아이 사진을 휴대폰으로 날리고는 ...
종종 출판사나 지인들로부터 신간을 받곤 합니다. 같은 책이지만 저자의 사인이 적혀 있는 책을 받으면 훨씬 더 기쁩니다. 글쓴이와 나의 ‘특수한(?)’ 친분관계 인증인 것도 같고 이 책의 의미가 더 특별해지는 것도 같습니다. 가끔 제게는 필요없는 책을 받으면 원하는 사람에게 넘겨줄 때도 있는데 사인본만은 내게 꼭...
그렇게 하는 건 촌스럽다는 지적을 여러번 받으면서도 십년 전 결혼할 때 밥그릇, 국그릇, 크기별 접시, 면기와 간장 종지까지 한 세트로 샀습니다. 그것도 그 깨지지 않기로 유명하다는 브랜드로 말이죠. 이유는 한가지. 그릇 따위 뭐 아무려면 어떠랴, 밥만 입으로 들어가면 그만이지, 신경쓰기 귀찮았으니까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