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목에 진주목걸이가 따로 없구나.” 오래전 집들이에 놀러 온 친구는 일갈했습니다. 무엇을 보고? 식탁에 놓인 송이 큰 분홍장미 다발을 보고 말이죠. 바랜 듯 빈티지한 느낌의 고급스러운 장미 다발들이 진주목걸이라면 그 꽃송이를 제외한 집안 모두가 돼지 목이었습니다. 싱크대부터 문고리까지 30년 된 나이를 ...
어린이날을 코앞에 두고 발행되는 에는 가족과 함께 갈 수 있는 여행지부터 캠핑 가서 좋은 남편·아빠 되는 요리 비결, 아이들에게 인기 좋은 패밀리레스토랑의 어린이 메뉴 비교, 콘솔게임 체험 등 가족친화적인 읽을거리와 정보들로 꽉꽉 채워 넣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선물 목록이 빠졌다고요? 일부러 뺐습니다. 단...
가 이번에 진행한 ‘레고 사연 공모전’은 가 주최해온 다양한 공모전 가운데 결과적으로 ‘세대 통합’의 의미가 가장 컸던 이벤트입니다. ‘밀레니엄 팔콘, 정말정말 가지고 싶어요’라고 아빠의 스마트폰을 통해 글을 보낸 초등학생부터 돈을 벌면서 어릴 적 취미생활에 더욱 몰두하게 된 직장인, 아이에게 레고 선물을 안...
미니홈피, 블로그, 트위터에 페이스북에 이르기까지 뭐 하나 디지털 시대의 소통에 재빠르지 못한 제가 자주 들여다보는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주부들이 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로, 요리나 살림 등 정보뿐 아니라 스트레스를 부르는 ‘시월드’에 대한 하소연이나 자식 교육 고민, 필부들의 정치적 입장까지 수다로 푸는 ...
지난주 임경선씨가 칼럼 ‘남자들’에서 배우자로서 의사라는 남자의 직업에 대해서 썼지만 저도 의사라는 직업이 특별히 멋있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바로 비행기 안에서입니다. 비행기를 타다 보면 급하게 의사 승객을 찾는 기내방송을 심심치 않게 듣습니다.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이죠. 의사를 찾는 방송을 듣고 있...
“팀장님, 개도 밥 먹을 때는 안 건드린다는데 점심시간에 전화해서 오전에 지시한 자료 마무리 어떻게 됐냐고 자꾸 묻는 거 너무한 거 아닙니까? 게다가 1시부터 5분 간격으로 언제 들어오냐고 문자 때릴 때, 제가 허둥지둥대니까 미팅중이던 업체 사람이 급하게 커피 마시다 혓바닥 덴 거 아세요?”(ㄹ기업, ㄱ대리) “...
기사를 본 독자들은 ‘도대체 왜?’라는 강한 의문을 느끼셨겠죠. 아무리 가 젊고 활기찬 삶을 지향한다고 해도 마흔 줄의 팀장이 직접 나서서 디제잉이라니? 이게 웬 무리수냐! 버럭 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무리수 맞습니다. 출입을 거부당할까 클럽 근처에도 안 가는 제가, 체형도 갈수록 ‘마담 사이즈’를 향해 달려...
이번주에 에는 두개의 장기여행 테마가 등장합니다. 커버스토리로 준비한 보통사람들의 세계일주 이야기, 그리고 ‘인간반전’에서 오보이 프로젝트 박성혜 대표가 떠났던 1년간의 뉴욕 여행이죠. 전자는 오랜 기간 꼼꼼히 준비해 5대륙을 부지런히 이동하는 ‘진군형’ 여행이고 후자는 즉흥적으로 떠나 1년 동안 무계획으...
〈esc〉는 제법 많은 길 안내를 해왔습니다.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종로구 부암동, 경복궁 옆 서촌 등 서울에서 사라지고 있는 동네 냄새가 나면서도 눈길 끄는 밥집, 술집, 가게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동네들을 소개해왔죠. 하지만 옛날과 지금이 오롯이 공존하던 길들은 〈esc〉의 상찬이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변...
오래전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에 갔다가 기념품 가게에서 전시작품 포스터를 샀습니다. 따로 한 방을 차지하던 마크 로스코의 시그램 벽화 중 하나였죠. 오랫동안 보관통 속에 묵히고 있던 이 포스터를 몇년 전 이사를 하면서 꺼냈습니다. 나도 거실에 그림 하나 걸어보자는 생각으로 액자 가게에 들고 갔습니...
2004년 영화 담당으로 칸영화제 취재를 갔던 마지막날이었습니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지중해 휴양도시에서 극장과 기자회견장, 숙소만 일주일내 왔다갔다하다가 돌아오는 게 몹시도 억울했습니다. 점심때 귀국편을 타기 위해 공항으로 출발해야 했던 저는 아침 8시 칸역에서 기차를 탔습니다. 그리고 십여분 정도 지나...
저는 첫 화장 하면 떠오르는 게 영화 <소림축구>에서 조미(자오웨이)가 주성치(저우싱츠)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해 난데없이 화장을 하고 나타난 장면입니다. 평소에 비루한 차림새로 만두를 팔던 조미가 말 그대로 도깨비처럼 진한 색조화장을 하고 철 지난 어깨 뽕의 옷차림을 한 채 주성치에게 고백을 했을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