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출간 석달 만에 30만부 이상 팔렸다고 합니다. 여기에 이북도 9만부 가까이 매출기록을 세웠다네요. 술자리의 성적 농담을 질색하는 한 여자 후배가 “친구들끼리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공유해서 보는 경우도 많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그녀를 포함해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이보다 꽤 ...
한때 제가 여행을 다니면서 가장 한심스럽게 생각했던 한국인 여행자들이 두 부류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가이드의 이야기에는 전혀 귀 기울이지 않고 어제저녁 즐겼던 술자리를 되새기는 데만 여념 없는 일부 단체 관광객들. 또 하나는 줄창 한식만 찾는 사람들. 대체로 전자와 후자는 겹치기 마련이죠. 한국에서 양주 ...
종종 차에서 <교육방송>(이비에스)의 낭독 프로그램을 들으며 독서를 하고 있는 듯 흐뭇함에 빠지는 저이지만 솔직히 아이에게 책 읽어주는 건 아주 귀찮습니다. 그림 위에 사과, 코끼리 같은 단어만 있을 때는 읽어줄 만했고, ‘냠냠냠 맛 좋다’ ‘우적우적우적’(그림책 <사과가 쿵> 중에서) 같은 의성어·의...
등잔 밑이 어둡다고 보석 같은 장소를 가까이 두고도 “여행 가고 싶어” 노래를 한다. 이를테면 남산.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남산을 제대로 산책해본 적이 없었다. 작정하고 가기엔 너무 가까웠고, 다른 일로 그 주변에 갔다가 잠시 들르기엔 언제나 너무 바빴다. 데이트를 하기에는 너무 늙수그레한 장소 같았고 친구...
저는 ‘날라리’가 아닙니다.(<개그콘서트> ‘희극 여배우들’의 박지선 톤이겠죠?) 저는 얌전한 편입니다. 저는 90년대 초반 서울 수도권에 사는 20대라면 응당 가보았을 강남역 주변의 나이트클럽 한번 가보지 않았던 수줍고 견실한 여학생이었습니다. 이랬던 저를 타락시킨 건 바로 홍대 앞이었습니다. 90년대 ...
얼마 전 ‘아는 남자’가 변신했습니다. 퉁퉁하던 살집이 빠지고 부스스한 머리가 깔끔하게 정리되더니 옷차림이 아주 말쑥해졌습니다. 속사정은 모르겠지만 만년 고시생 같던 암울한 얼굴이 사라지고 단정해진 모습이 지나가면서 보기에도 상큼하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 그와 이야기를 하는데 셔츠 깃에 시선이 꽂혔습...
달리기 하면 떠오르는 작가가 둘 있습니다.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김연수. 어린 시절 무라카미가 달리기광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좀 이상했습니다. 예술가와 달리기라니 어울리지 않잖아? 밤새도록 재떨이를 수북이 채우면서 원고를 쓰거나 술을 마시고 낮에는 검은 커튼을 드리운 채 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