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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유기견 키우다니 대단” 김희철의 칭찬이 낙인인 이유

등록 2021-09-02 11:28수정 2021-09-03 14:39

[애니멀피플] 카라 통신원 칼럼
‘펫키지’ 유기견 비추천 발언 무엇이 문제인가 ②
지난주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방송인 김희철씨가 한 ‘유기견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JTBC 방송 갈무리
지난주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방송인 김희철씨가 한 ‘유기견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JTBC 방송 갈무리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온 ‘유기견 비추천 발언’에 반려인들의 우려가 모아진 가운데, 국내 동물보호단체의 활동가이자 애니멀피플의 필진으로 활동하고 있는 동물자유연대 윤정임 국장과 카라 김나연 홍보팀 팀장이 연이어 기고문을 보내왔습니다. 동물자유연대에서는 ‘유기견에 대한 고정관념’을, 카라에서는 ‘미디어의 유기견 편견 강화’의 문제점을 주로 지적했습니다. 2회에 걸쳐 의견을 전합니다.

① ‘사연 있는 개’ 드라마는 그만…유기견도 그냥 개다(링크)
② “유기견 키우다니 대단” 김희철의 칭찬이 낙인인 이유
‘누구’는 사람 둘, 개 오빠 둘과 살고 있는 강아지다. 카라 활동가들이 번식장·개농장 현장조사를 하다 길을 혼자 걷고 있던 누구를 처음 발견했고, 보호자를 찾지 못해서 입양을 보내게 됐다. 활발하고 씩씩했던 누구는 입양을 가기 전부터 가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입양 후엔 이미 그 집에서 삼년은 살았던 것 마냥 찰떡같이 적응하고 살아가는 중이다.

‘만두’는 사설보호소 달봉이네에서 구조한 개다. 만두는 현재 카라 더봄센터에서 새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만두’는 사설보호소 달봉이네에서 구조한 개다. 만두는 현재 카라 더봄센터에서 새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만두’는 사설보호소 달봉이네에서 구조한 개다. 태어나 다섯 살이 되기까지 평생을 3-4평 남짓한 견사에서만 살았고, 산책은커녕 사람 손길을 받을 일도 별로 없었다. 견사에서 지내던 만두는 사람 손을 피하기만 했다. 하지만 구조 후 카라 더봄센터에 입소한 만두는 목욕도, 산책도 곧잘 한다. 사람을 딱히 반기진 않지만 입양 후 안정된 환경에 가서는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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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으로 퉁쳐진 개들의 이야기

누구와 만두는 ‘유기동물’로 퉁쳐 불리는 많은 개들 중 하나다. 각자의 사연이 있고, 타고난 성격도 외모도 경험도 다른 생명이지만 사람들 머릿속에선 유기견으로 뭉뚱그려진다. 사실 이 개들은 어떤 보호자를 만나 어떤 환경에 놓이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사회성 좋은 개로 지낼 수도, 행동 문제를 보일 수도 있다.

우리는 이들이 좋은 가족을 만나 되도록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길 바란다. 그 희망은 보편적인 것이라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곤 한다.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일주일 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 보편적인 바람이 조각나는 일이 벌어졌다.

카라 활동가들이 번식장·개농장 현장조사를 하다 길에서 구조한 ‘누구’.
카라 활동가들이 번식장·개농장 현장조사를 하다 길에서 구조한 ‘누구’.

활발하고 씩씩했던 누구는 입양을 가기 전부터 가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입양 후엔 이미 그 집에서 삼년은 살았던 것 마냥 찰떡같이 적응하고 살아가는 중이다.
활발하고 씩씩했던 누구는 입양을 가기 전부터 가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입양 후엔 이미 그 집에서 삼년은 살았던 것 마냥 찰떡같이 적응하고 살아가는 중이다.

“유기견을 키운다는 게 진짜 대단한 거 같아요. 강아지 전문가들은 강아지 키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한테 유기견을 절대 추천 안하거든요. 왜냐면 유기견들은 한 번 상처를 받았어가지고 사람한테 적응되는 게 너무 오래 걸리면, 강아지 모르는 사람은 사람도 상처받고 강아지도 또 상처받으니까.”

지난 8월 26일, 제이티비시(JTBC) 예능 ‘펫키지’에서 방송인 김희철 씨가 한 말이다. 자막으로는 ‘초보 애견인들에게 절대 추천하지 않는 유기견’이라는 문장이 방송됐다. 방송 직후 이 발언이 일으킨 논란을 알게 됐고, 어떤 맥락에서 어떤 의도로 나온 말인지 파악했다. 아마 그와 제작진은 손님으로 초대한 강아지의 입양자를 칭찬하려는 목적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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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칭찬’이 낙인찍기인 이유

하지만 문제는 사실 그 ‘칭찬’이 칭찬이 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유기견은 ‘한 번 상처를 받아서 사람에게 적응되는 게 너무 오래 걸리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제각기 다른 성격과 경험을 가진 개별적인 존재다. 유기견을 상처 받은 부정적 존재로 일반화시키고 한 칭찬이 정말 칭찬일까. 그건 칭찬이 아니라 유기견에 대해 잘못된 낙인을 새기는 일에 가깝다.

JTBC 방송 갈무리
JTBC 방송 갈무리

JTBC 방송 갈무리
JTBC 방송 갈무리

우리가 아는 전문가들은 펫숍 동물들의 복지와 건강에 대해 염려하며 유기견 입양을 권한다. 펫숍으로 오는 어린 동물들은 주로 열악한 번식장에서 태어난다. 사회화가 끝나기도 전에 어미와 떨어진 강아지들은 생후 40~50일에 경매장을 거쳐 펫숍 쇼윈도에 전시된다. 질병에 취약하고 행동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관련기사: 컨베이어벨트로 ‘강아지 경매’…생명이 15초만에 ‘상품’ 판가름)

번식장에 남겨진 어미견의 사정은 더 여의치 않다. ‘인형같이 예쁜 강아지’를 생산하기 위해 평생 번식기계로 이용되고, 임신과 출산이 불가능해지면 유기되거나 개농장에 팔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 과정에서 동물복지는 기대할 수 없다. 폭력만 있을 뿐이다.

펫숍 동물들이 ‘하자품’이여서 유기견을 입양하라는 게 아니다. 번식장 동물들이 겪는 불행의 연결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 중 하나가 ‘펫숍 불매’이기 때문에 그렇다. 더불어 동물을 쉽게 사고 팔 수 없어야만 근본적으로 유기동물의 발생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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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의도가 이유가 될 순 없다

누구나 완벽할 수 없다. 때문에 출연진이 오해를 살 발언을 하거나 사실관계가 불분명한 발언을 한다면 제작진은 현장에서 멘트를 보완해 달라는 요청을 했어야 했다. 그것이 어렵다면, 이를 편집하여 송출하지 않아야 했다. 카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 지점을 정리해 입장을 발표하고 제이티비시로 공문과 지난해 카라가 발간한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전달했다.

제이티비시는 방송 5일만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JTBC갈무리
제이티비시는 방송 5일만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JTBC갈무리

이후 제이티비시는 방송 5일만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방송은 ‘반려견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는 신중함과 막중한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방송에 담은 것’이라며 ‘오해의 소지가 생겨 유감’이라고 했다. 입장문의 본 누리꾼들의 태도는 오히려 싸늘했다.

왜 신중함과 책임감이 유독 유기견을 입양한 사람에게만 강조되어야 하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만약 방송이 그 의미를 강조하려고 했다면 개를 반려하며 겪는 어려움은 ‘유기견이라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모든 보호자들이 겪는 일이라 방송했어야 한다. ‘유기견을 추천하지 않는다’라고 명백히 방송하고 오해의 소지가 생겼다고 말하는 것은 콘텐츠 제작에 있어 너무 안일한 태도다.

게다가 유기견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만든 결과에 대한 이야기는 ‘유감’ 한 마디로 끝나버렸다. 그나마 이후론 논란이 생기지 않게 조심하겠다고 하니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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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도 편견 없는 방송을 원한다

품종견에는 유행이 있다. 2000년대 초반에는 닥스훈트와 샤페이가 유행했고, 2010년대에는 웰시코기가, 최근에는 장모치와와와 보더콜리가 유행했다. 모두 인기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품종이다. 방송은 원하든 원치 않든 품종견 문화를 만들어낸다.

방송에서 인기를 끌었던 품종 동물들은 1~2년 뒤 보호소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미디어의 영향력이 이렇게 강한 만큼, 미디어가 어떻게 유기동물을 조명하느냐에 따라 유기동물의 입양길이 열릴 수도, 꽉 닫혀버릴 수도 있다.

입양 전부터 가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누구는 입양 후엔 그 집에서 삼년은 살았던 것 마냥 찰떡같이 적응하고 살아가는 중이다. 누구네 보호자 제공
입양 전부터 가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누구는 입양 후엔 그 집에서 삼년은 살았던 것 마냥 찰떡같이 적응하고 살아가는 중이다. 누구네 보호자 제공

제작진의 의도도 중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청자와 관객의 역할인 것 같다. 만약 사람들이 귀여운 동물이 나오는 것을 즐기며 유기견을 불쌍한 존재로만 여겼다면 ‘펫키지’의 한 장면이 이렇게 큰 논란으로 띄워지진 않았을 것이다. 시민들은 과거처럼 유기견이 그냥 문제적 존재로 일반화 되는 것을 참지 않았다. 이런 의식 성장에 맞춰 미디어 종사자들도 동물을 편견 없이 들여다 볼 수 있길 바란다.

* 카라의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 어떠한 동물도 해를 입지 않았습니다’는 영화·방송·미디어의 촬영 현장, 연출 과정 등에서 동물이나 사람이 안전할 수 있는 대안을 담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누구나 카라 누리집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글 김나연 카라 활동가,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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