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식도증에 걸린 개가 서서 먹이를 먹고 있다. 이 자세로 먹어야 먹이가 중력의 힘으로 위장으로 쉽게 내려간다. 워싱턴주립대 제공.
반려견이 매일 수시로 토한다면 뱃속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거의 없는 개는 물론이고 곁을 지키는 주인의 속도 타들어 간다. 거대식도증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이 병에 걸린 개의 치료에 비아그라 성분이 효과가 뛰어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수전 머하인 미국 워싱턴주립대 박사 등 이 대학 수의사들은 22일 ‘미국 수의학 연구 저널’에 실린 논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개에서 드물게 나타나는 거대식도증은 음식물이 위로 넘어가지 못하고 식도에 정체돼 있다가 수시로 역류하는 질병이다. 이 병에 걸린 반려견의 음식 역류를 막기 위해서는 일어선 채로 먹이를 먹도록 해 중력의 힘으로 위장으로 내려가게 하는 기구(베일리 의자)에 태우는 방법이 널리 쓰인다.
자주 토하는 개의 사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종종 화제에 오른다. 이비에스(EBS) 유튜브 채널 ‘세나개 x 고부해 - 왜그러냥? 귀엽개!’ 갈무리(youtu.be/8mCO9kppcfw)
연구자들은 거대식도증을 앓는 개 10마리씩 두 집단을 대상으로 한쪽에는 비아그라 성분인 실데나필을 체중 1㎏당 1㎎꼴로 액체 상태로 먹이고 다른 집단에는 가짜 약(플라세보)을 투여했다. 1주를 쉰 다음에는 약을 바꿔 같은 실험을 되풀이했다.
그 결과 비아그라를 투약받은 10마리 가운데 9마리가 게우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거대식도증 증상이 심한 한 마리에서 증상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약물이 위에 도달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연구자들은 덧붙였다. 연구자들은 “중간 정도의 증상을 보인 개들에서 가장 극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질리언 하인스 박사는 “개 주인들은 실험 도중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자 미리 말해주지 않았는데도 진짜 약을 투약했는지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먹이가 정상적으로 위로 넘어가게 되자 투약한 개의 체중도 평균 1㎏가량 증가했다.
하인스 박사는 “거대식도증을 앓는 개는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 일어나는 흡인폐렴에 걸리거나 삶의 질이 너무 나빠져 증상이 나타난 지 8개월 안에 안락사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거대식도증에 걸린 개의 엑스선 사진. 노란 화살표 안이 부풀어 오른 식도를 가리킨다. 오른쪽이 머리 방향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비아그라 성분이 거대식도증에 걸린 개들에게 효과를 내는 이유는 식도 하부와 위 경계 부위의 꽉 닫힌 괄약근을 열어주기 때문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하인즈 박사는 “(비아그라의 주성분인) 실데나필은 최초로 구토를 줄이는 효과를 내는 약물”이라며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그 때문에 개들이 결국 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데나필이 식도 하부의 괄약근을 20분∼1시간 동안 여는데, 이것이 개에게 딱 좋은 것이 괄약근은 개가 먹을 때만 개방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비아그라 성분을 수의학 임상에 쓰기 위해서는 약물의 부작용 등 추가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식도는 음식물이 그냥 지나가는 통로가 아니다. 음식물을 감지한 식도의 근육은 일련의 수축과 이완운동을 통해 음식물을 신속하게 이동시킨다.
그러나 신경질환 등으로 식도의 반사운동에 이상이 생기면 식도의 근육이 탄력을 잃고 축 늘어진 공기주머니처럼 바뀌어 음식물이 정체되는 거대식도증이 생긴다.
미니어처 슈나우저 등 일부 개 품종은 선천적으로 거대식도증에 잘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 질병은 선천적 또는 다양한 후천적 원인으로 발생하는데 유전적으로 이 질병에 잘 걸리는 개 품종으로는 독일 셰퍼드, 래브라도 리트리버, 샤페이, 미니어처 슈나우저, 그레이하운드 등이 알려져 있다.
비아그라는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가 협심증 치료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으로 나타난 발기부전 치료제 상품명으로 사람과 개의 폐동맥 고혈압 치료에도 쓰인다.
인용 논문:
American Journal of Veterinary Research, DOI: 10.2460/ajvr.21.02.0030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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