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오랜 가축화 과정에서 촉촉한 눈망울이 사람의 더 많은 돌봄을 끌어내는 것을 알았을지 모른다. 게티이미지뱅크
다음번 출장에서 돌아왔을 때는 현관 앞에서 달려들어 얼굴을 핥고 꼬리를 흔들며 재회의 기쁨을 표시하는 반려견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지 살펴볼 일이다.
개들은 다른 사람보다 주인과 다시 만났을 때 더 많은 눈물을 분비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인간 동물 가운데 기쁜 감정을 눈물로 표현한다는 사실이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쿠시 다케후미 일본 아자부 대 교수 등 이 대학 연구진은 23일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논문에서 “비인간 동물에서 처음으로 긍정적인 감정이 눈물 분비를 촉진하며 그 과정을 옥시토신이 매개한다는 사실을 보고한다”고 밝혔다.
기쿠시 교수는 “6년 전 새끼를 낳은 반려견 푸들을 보고 이 연구를 하게 됐다”고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새끼에 젖을 물린 개의 눈가가 유난히 촉촉했다. “혹시 옥시토신이 눈물을 늘리는 건 아닐까?”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옥시토신은 사랑과 유대를 일으키는 호르몬이다. 그는 사람과 개가 만나면 둘 모두에서 옥시토신 분비가 늘어난다는 사실을 이전 연구에서 밝힌 바 있다. 연구자들은 재회가 옥시토신 분비를 이끌고 그 결과 눈물이 더 많이 분비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일련의 실험을 했다.
주인과 떨어져 있다 다시 만난 반려견은 얼굴을 핥고 꼬리를 치며 반가워하면서 동시에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나카무라 마도카 제공.
먼저 개 20마리를 대상으로 셔머 검사를 했다. 아래 눈꺼풀과 동공 사이에 긴 여과지를 끼워 눈물이 여과지를 적시는 길이로 눈물 분비량을 측정하는 검사다. 실험 결과 5∼7시간 떨어진 주인과 다시 만났을 때 개가 분비하는 눈물 양이 보호시설 직원과 만났을 때보다 훨씬 많았다.
뒤이은 실험에서 옥시토신을 개 눈에 넣었을 때 눈물의 양은 호르몬을 넣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많았다.
마지막 실험은 지원자 74명에게 5마리의 개 사진 10장을 보여주고 얼마나 돌봐 주고 싶은지 점수를 매기라는 것이었다. 인공눈물을 넣어 눈망울이 촉촉해진 개 사진이 사람의 마음을 더 많이 끌었다.
기쿠시 교수는 “개는 사람과 동반자가 되어 깊은 유대를 형성했다”며 “이 과정에서 주인과 상호작용을 할 때 촉촉한 눈을 보이는 개가 주인으로부터 더 많은 돌봄을 받게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개가 오랜 가축화 과정을 거치면서 주인의 돌봄을 끌어내는 일련의 행동을 진화시켰을 것으로 보았다. 눈을 적시는 행동은 주인과 눈 맞춤을 하거나 속눈썹을 들어 올리는 행동과 맥을 함께하는 행동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개가 눈물로 감정을 표현한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연구자들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눈물을 흘리는 사람과 달리 이번 연구에서 개는 기쁜 상황에서 눈물을 더 많이 분비하는 사실이 드러났을 뿐이라고 밝혔다. 기쿠시 교수는 “개가 슬플 때나 동료 개와 오랜만에 만났을 때도 눈물을 흘리는지는 아직 모르고 후속 연구과제”라고 말했다.
인용 논문: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22.07.03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