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남 진도군 식용개 농장에서 구조된 천연기념물 진돗개들의 최근 모습이 공개됐다. 라이프 제공
지난해 진도개 보호구역인 전남 진도군 식용개 농장에서 구조된 천연기념물 진돗개 4마리의 근황이 최근 전해졌다. 당시 함께 구조된 60여 마리 개가 새 가족을 찾기 위해 떠난 가운데 네 마리는 1년 넘게 동물보호단체의 위탁보호시설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단법인 동물보호단체 ‘라이프’(대표 심인섭)는 지난 16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보신탕이 될 뻔한 진돗개들 근황’이라며 진돗개 네 마리의 사진을 공개했다. 개들은 현재 각각 칸쵸, 드림이, 젠, 진주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새로운 생활에 적응 중이다.
라이프는 “언제 그랬냐는 듯 너무나 해맑게 웃고 있는 이 4마리의 개들은 현재 목욕도 산책도 잘 하며 세상을 마음껏 누리고 있다. 구조 되지 않았다면 칸쵸, 드림이, 젠, 진주는 빛을 볼 수 있었을까”라며 “앞으로 더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개들은 2015~2019년 태어난 암컷들로 진도군에서 반려견으로 키워지다가 개농장으로 보내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전남 진도군 식용개 농장에서 천연기념물로 관리하는 진돗개 4마리와 예비견 7마리가 발견됐다. 구조 전 ‘’드림이’ . 라이프 제공
게시글에는 구조 당시 개농장 뜬장에서 두려움에 떨던 모습과는 달리 여느 반려견처럼 밝은 표정으로 산책을 즐기고 훈련을 받는 개들의 모습이 담겼다. 당시 진도군 담당자가 ‘너무 사나워서 내장형 인식칩을 확인할 수 없었다’던 진돗개 ‘진주’도 이제 산책도 곧잘하는 개로 거듭났다. 그러나 이 개들이 다른 유기동물처럼 보호소에서 바로 새 가정으로 입양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 3월부터 개들을 구조한 동물단체와 진도군이
진돗개들의 반환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천연기념물 53호로 지정된 개들은 진돗개와 구별해 ‘진도개’라 불리며, 문화재보호법과 한국진도개 보호육성법(이하 진도개법)에 따라 관리된다. 문화재보호법은 천연기념물 진도개를 진도개보호지구(진도군) 밖으로 반출할 때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맡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진돗개들을 구조한 라이프 쪽은 당시 천연기념물을 반출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진도믹스견들과 진도개는 외관상 구별이 쉽지 않기 때문에 구조견들 중 천연기념물이 섞여 있는 지 몰랐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은 구조 당일 구조 차량이 진도군을 빠져나간 뒤 65마리 중 1마리가 천연기념물임을 확인했고, 이후 한달 뒤 위탁보호소에서 3마리에게서 내장칩을 추가로 발견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진도군은 2월과 3월 두 차례 공문을 통해 라이프에 개들의 반환을 요청했다.
지난해 전남 진도군 식용개 농장에서 구조된 천연기념물 진돗개들의 최근 모습이 공개됐다. 사진은 산책 중인 ‘젠’. 라이프 제공
이에 라이프는 진돗개 반환에 앞서 그간의 보호비용과 학대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단체는 △4마리의 사육환경 개선을 위한 입양 홍보 방안 마련 △진돗개 보호, 치료 비용 지급 △유사한 문제의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고 구체적인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진도군은 단체의 구조견 중 천연기념물이 포함된 사실을 파악한 뒤 지속적으로 반환 요청을 해왔다며 “불법행위에 쓰인 비용을 군 예산으로 지급할 순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 라이프 심인섭 대표를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라이프 심인섭 대표는 “진도군은 라이프의 제보 이후 약 2달 가까운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개농장에 천연기념물이 있는지 없는지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외려 동물을 구조한 단체에 천연기념물 무단반출 혐의까지 씌워 고발하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라이프도 관계기관 담당자의 직무와 관련된 형사상 책임을 묻는 절차에 들어갈 것이며 향후 보호·치료비용을 청구하는 민사소송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전남 진도군 식용개 농장에서 구조된 천연기념물 진돗개들의 최근 모습이 공개됐다. 사나워서 내장칩 검사가 어려웠다던 ‘진주’도 산책을 즐기는 개로 거듭났다. 라이프 제공
진도개 축산과 김종석 팀장은 “단체가 이야기 하는 조건들을 진도군도 수용하려고 하고 있다. 다만 반출 행위는 불법으로 즉시 반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팀장은 “추후 개들이 반환되면 진도개 테마파크에서 보호하면서 민간 분양 공고를 내고, 설사 분양이 되지 않더라도 평생을 보호할 계획이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해 지난해 관내 진도개 실태조사를 실시했고, 올해도 관리방안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