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애니멀피플 반려동물

보호소의 ‘배우 김효진’이 익숙하고 또 특별한 이유

등록 2022-12-07 14:42수정 2022-12-07 17:43

[애니멀피플] 김지숙이 만난 애니멀피플
동물보호 홍보활동, 유기견 봉사, 채식 등 여러 실천
NFT작품 판매, ‘생명 존중’ 알리고 수익금 전액기부
배우 김효진씨가 지난달 30일 경기 남양주시 동물자유연대 유기동물보호소 ‘온센터’를 찾아 산책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오보이 제공
배우 김효진씨가 지난달 30일 경기 남양주시 동물자유연대 유기동물보호소 ‘온센터’를 찾아 산책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오보이 제공

개는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을 귀신같이 알아챈다. 2018년 식용견 농장에서 구조된 도사견 ‘고구마’도 마찬가지다. 몸무게 36㎏에 두 발로 서면 키가 성인만 하지만 사람을 반기는 모습은 여느 개와 다를 게 없다. 이런 고구마의 방에 지난 11월30일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작업용 장갑과 방진복을 입고, 한 손에 걸레를 든 사람은 배우 김효진씨였다. 김씨가 견사 바닥과 창틀을 닦으려 방에 들어서자 고구마는 바로 그의 품에 달려들어 머리를 들이밀었다. “가슴 한편이 먹먹해요. 개농장에 가면 제일 많은 게 도사견이잖아요. 그런 곳에서 왔지만 여전히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모습이 안쓰럽죠.”

동물보호활동 10년 내공…산책·청소도 척척

김효진씨가 갤러리아백화점 ‘파란(PARAN) 봉사단’, 환경·동물복지 매거진 <오보이>(Oh!Boy) 임직원과 함께 경기 남양주시 동물자유연대 유기동물보호소 ‘온센터’를 찾았다. 김씨가 파란봉사단, 오보이와 유기동물 보호소를 찾은 것은 지난 7월 용인 행강보호소 이후 두 번째다. 사실 그가 직접 유기동물 보호소를 찾거나 입양 캠페인에 참여하고, 환경·동물보호 활동에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새로울 건 없다.

이미 2010년대 초반부터 동물보호 활동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최근엔 환경이나 동물권을 이야기하는 연예인들이 많지만 당시로서는 드문 존재였다. 2012년엔 세계적인 동물권단체인 페타(PETA)가 공로상을 수여하고, 홍보대사로 위촉할 정도였다.

김효진씨가 견사 청소 중에 만난 개 ‘고구마’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오보이 제공
김효진씨가 견사 청소 중에 만난 개 ‘고구마’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오보이 제공

배우 김효진씨가 지난달 30일 경기 남양주시 동물자유연대 온센터를 방문해 견사 청소를 담당하고 있다. 사진 오보이 제공
배우 김효진씨가 지난달 30일 경기 남양주시 동물자유연대 온센터를 방문해 견사 청소를 담당하고 있다. 사진 오보이 제공

이날도 ‘베테랑 활동가’답게 머리를 질끈 묶고 편안한 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뚝딱뚝딱 일을 시작했다. 오후 1시 시작된 첫 활동은 온센터에서 보호하고 있는 유기견들과의 야외 산책. 김씨와 파트너가 된 개 ‘녹이’는 2017년 보호소에 입소했지만 아직까지 가족을 만나지 못한 진돗개였다. 센터에서 나와 마을 입구까지 산책이 이어졌다. 모처럼의 외출이니 녹이는 당연히 즐거웠겠지만, 표정만 보면 리드줄을 잡고 개와 함께 걷고 뛰는 김씨가 더 신나보였다.

“저도 정기적으로 보호소에 오기가 쉽지 않지는 않아요. 싱글일 땐 자유롭게 오갔는데 이제는 아이들도 키우고 있고, 일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이렇게 갈 기회가 생기면 무조건 참여하려고 해요.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로 보호소에 가서 보는 것, 실상을 접하는 것은 또 다르거든요.”

“유기견·펫숍 현실, 더 알리고 싶어”

10여 년이 넘게 동물권을 이야기 하는 그의 진심은 무엇보다 ‘행동’으로 드러난다. 동물을 좋아하는 어머니 덕에 그는 어려서부터 늘 고양이, 새, 강아지들과 함께 어울려 자랐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동물이 그저 귀엽다, 좋다는 것보다 책임져야 할 생명으로 느껴졌다.

그러던 중 2006년 인천 장수동에서 벌어진 ‘개지옥 사건’을 접하게 됐다. 10년 이상 식용개 사업을 하던 업자가 폐업을 하면서 개들을 방치해 수백 마리의 개들이 굶어죽은 사건이었다. “너무 충격을 받아서 며칠 밥을 넘기지 못할 정도였어요.” 그는 이후 육류를 먹지 않고 생선과 동물의 알, 유제품을 먹는 페스코 채식을 시작했고, 현재는 동물성 식품을 최대한 배제한 비건 채식을 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유기동물 보호소 봉사활동을 마친 배우 김효진씨가 ‘애니멀피플’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 오보이 제공
지난달 30일 유기동물 보호소 봉사활동을 마친 배우 김효진씨가 ‘애니멀피플’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 오보이 제공

그리고 ‘효심이’를 만나게 됐다. 이제 제법 희끗한 털이 보이는 중년이 되었지만, 10년 전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만난 효심이는 3~5개월의 어린 강아지였다. 그는 효심이를 만나고 동물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느끼게 됐다고 했다. “한국에 유기견이 이렇게 많다는 걸 그때 알게 됐어요. 강아지 공장·펫숍에 대한 문제점도 알게 됐고요. 정말 내가 모르던 세상이 있었구나 싶었죠.” 이후 그는 책과 다큐를 찾아보며 동물의 현실을 하나라도 더 알려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런 학구적 기질은 꽤 유명하다. 국내 유일 동물영화제인 ‘서울동물영화제’(전 카라 동물영화제)에 참석해 거의 모든 상영작을 본 일화부터 최근엔 아예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가해 개막식부터 심사까지 챙기기도 했다. 또 지난 4월 종영한 <한국방송>(KBS) ‘환경스페셜’의 진행자로 1년간 활약하기도 했다. “진행하면서 진짜 많이 배웠어요. 들개, 유리창 조류충돌, 재개발 지역의 길고양이 문제 등 다양한 동물 이야기를 전해서 뿌듯했죠.”

김효진씨는 최근 갤러리아백화점, 매거진 오보이와 생명존중을 담은 엔에프티(NFT) 작품을 제작해 판매했다. 판매 수익금 전액은 단체에 기부될 예정이다. 사진 오보이 제공
김효진씨는 최근 갤러리아백화점, 매거진 오보이와 생명존중을 담은 엔에프티(NFT) 작품을 제작해 판매했다. 판매 수익금 전액은 단체에 기부될 예정이다. 사진 오보이 제공

지난 9월에는 갤러리아백화점과 오보이매거진이 함께 진행한 생명존중 프로젝트 ‘라잇! 라이프’가 큰 호응을 얻었다. 김효진씨가 모델이 된 화보에 다양한 동물의 공존을 표현한 일러스트를 더해 엔에프티(NFT·대체불가능한 토큰) 작품으로 판매한 것이다. 5종의 작품은 판매 개시 1~2분 만에 완판됐다. “낯선 시도였는데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셔서 아주 행복했어요.” 작품 판매 수익금 2천만원과 김씨가 개인적으로 보탠 1천만원은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동물자유연대, 카라, 비글구조네트워크 등 단체에 전액 기부된다.

“있는 힘껏” 동물보호 알리는 이유

배우라는 본업을 하기에도 바쁠텐데 이렇게 꾸준히 동물보호에 애쓰는 이유를 물었다. 그는 3살, 9살 두 아들의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김씨는 “무엇보다 아이들이 생명을 존중하는 사람으로 자라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의 철학 덕분인지 첫째는 벌써 마당에 묶여있는 개나 동네 고양이를 보면 마음 아파하며 돕고 싶어한다.

지난달 30일 배우 김효진씨가 경기 남양주시 동물자유연대 온센터를 찾아 봉사를 마친 뒤 노령견들과 만나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지난달 30일 배우 김효진씨가 경기 남양주시 동물자유연대 온센터를 찾아 봉사를 마친 뒤 노령견들과 만나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펫숍도 체험동물원도 수요가 없어야 해요. 아이들을 잘 키우려면 생명이 소중한 것을 알려줘야 하고, 그럴수록 우리가 이런 곳은 가지 말아야 한다는 걸 공감해야 할 것 같아요.” 그의 어조는 조심스러우면서도 단호했다. 그는 앞으로도 이름이 알려진 배우로서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있는 힘껏” 자신의 이름을 동물, 아이들, 사회적 약자에게 도움을 주는 데 쓰고 싶다고 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애니멀피플] 핫클릭

차등 지원으로 “‘개식용’ 조기 종식”…46만마리는 어디로 1.

차등 지원으로 “‘개식용’ 조기 종식”…46만마리는 어디로

청딱다구리, 시민 선호도 낮아 보호종 해제한다고? 2.

청딱다구리, 시민 선호도 낮아 보호종 해제한다고?

루이·후이바오 ‘반전’ 돌잡이…사랑 더 받으며 건강히 자라길! 3.

루이·후이바오 ‘반전’ 돌잡이…사랑 더 받으며 건강히 자라길!

까막딱따구리 집 예약하세요…‘가상 숙박’으로 멸종위기종 돕는다 4.

까막딱따구리 집 예약하세요…‘가상 숙박’으로 멸종위기종 돕는다

빵에 집착하는 고양이들, 왜 그러는 걸까? 5.

빵에 집착하는 고양이들, 왜 그러는 걸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