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싸우는 거로 보이지만 레슬링은 가장 대표적인 놀이 행동으로 밝혀졌다. 오랫동안 몸을 접촉하고 교대로 위치를 바꾼다. 노에마 가이도시-크메코바 외 (2023) ‘사이언티픽 리포츠’ 제공.
고양이 두 마리가 서로 털을 골라주고 몸을 기대어 잠드는 모습은 보기에도 행복하다. 그러나 고통스러운 소리를 지르며 노려보거나 마치 사냥하듯 상대를 추격한다면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놀기와 싸우기가 분명히 갈라지는 것도 아니다. 위·아래 자세를 교대로 바꾸며 레슬링을 벌여 누가 봐도 분명한 놀이를 하다가도 갑자기 펀치를 날리며 괴성을 지르는 싸움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고양이 사이의 관계를 처음으로 동물행동학적으로 분석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노에마 가이도시-크메코바 슬로바키아 코시체 수의대 박사 등은 유튜브 동영상과 반려 인이 직접 찍은 영상 등에 나오는 고양이 210마리의 상호관계를 상세히 분석했다.
싸움을 벌이는 대표적인 행동은 소리 지르기와 추격 그리고 멈춰 서서 노려보기로 나타났다. 노에마 가이도시-크메코바 외 (2023) ‘사이언티픽 리포츠’ 제공.
연구자들은 먼저 영상 105개 가운데 30%를 무작위로 골라 두 고양이가 만났을 때 어떤 종류의 행동을 얼마나 오래 하는지를 조사해 몸싸움(레슬링), 추격, 소리 지르기 등 6가지 대표적인 행동을 추출했다.
동시에 4명의 동물행동학자가 이들 영상을 분석해 고양이들이 벌이는 행동을 놀이(56.2%), 싸움(28.6%), 놀이와 싸움의 중간(15.2%) 등 3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 최근호에 실린 논문을 보면 연구자들이 싸움으로 분류한 행동 가운데 소리 지르기는 가장 흔하고 특징적인 행동으로 나타났다. 추격은 그다음으로 중요한 적대 행동이었다. 이때 추격전이 얼마나 일방적인가가 싸움이냐 놀이냐를 가른다. 한번은 달아나고 한 번은 추격하는 “주고받기가 많을수록 놀이에 가깝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한쪽은 상대를 먹잇감처럼 사냥하고 한 쪽은 도망만 다니는 일방적 관계가 놀이일 수는 없다.
이 밖에 서로 동작을 멈추고 노려보는 정지 동작도 흔한 싸움 행동이었다. 이때 귀를 납작하게 하고 꼬리를 신경질적으로 휘두르는 행동도 나타난다.
서로 가볍게 물고 몸싸움을 하는 레슬링 동작은 놀이의 가장 대표적인 행동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고양이들이 진짜 싸울 때는 몸을 그렇게 접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추격 행동과 마찬가지로 레슬링을 할 때도 위에 오르는 자세를 교대하는 것이 놀이의 중요한 요건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고양이들이 어리고 레슬링을 하며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면 놀이를 한다고 보면 된다”며 “반대로 한동안 정지하고 소리를 지르며 추격한다면 싸움의 요소가 들어간 것”이라고 밝혔다.
누워서 상대에게 펀치를 날리는 고양이의 행동은 놀이도 싸움도 아닌 중간 영역으로 나타났다. 놀이는 싸움으로 비화할 수 있다. 노에마 가이도시-크메코바 외 (2023) ‘사이언티픽 리포츠’ 제공.
이번 연구는 고양이들이 보이는 행동에 싸움과 놀이로 양분할 수 없는 중간 영역이 있음을 밝혔다. 여기에는 배를 위로한 채 눕기, 손으로 때리기, 살금살금 접근하기, 털 세우기, 등을 활처럼 굽히기, 서로 그루밍하기 등 다양한 행동이 포함된다. 연구자들은 “고양이들은 놀이가 싸움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놀다가도 멈추고 상대의 반응을 파악하곤 한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두 고양이의 관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매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며 “하나의 상황으로 관계를 속단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서로 몸을 비비고 털을 골라주고 몸을 맞대고 잠들며 먹이를 함께 먹고 귀를 세워 인사를 나눈다면, 종종 싸운다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가까이서 자지만 서로 몸을 맞대지 않고, 가끔 서로 그루밍을 해주지만 종종 싸움으로 이어지며, 레슬링을 드물게 또는 아예 하지 않고 소리를 지른다면 육체와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갈등관계로 봐야 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연구자들은 “소유주가 고양이들 사이의 잠재적인 갈등요인을 찾아내 싸움으로 비화해 격리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절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용 논문:
Scientific Reports, DOI: 10.1038/s41598-022-26121-1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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