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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강아지공장’ 부른 아기동물 소비…6개월 미만 판매금지법 뜬다

등록 2023-11-23 17:36수정 2023-11-24 09:04

[애니멀피플]
위성곤 의원, ‘한국형 루시법’ 대표 발의
‘강아지공장-경매장-펫숍’ 고리 끊기 나서
지난해 11월 동물권행동 카라는 경기 연천의 한 허가 번식장에서 학대 상황에 놓인 개 81마리를 구조했다. 카라 제공
지난해 11월 동물권행동 카라는 경기 연천의 한 허가 번식장에서 학대 상황에 놓인 개 81마리를 구조했다. 카라 제공

‘강아지 공장’이라 불리는 열악한 반려동물 번식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형 루시법’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과 동물권행동 카라 등 동물단체들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루시법 통과로 반려동물 공장식 번식과 판매를 금지하라’고 촉구했다. 위성곤 의원은 이날 반려동물의 공장식 대량생산과 경매 방식의 판매를 금지하고, 동물생산업 사육·관리 준수사항 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루시법이란, 2013년 영국의 한 번식장에서 구조된 개 ‘루시’의 이름을 딴 법안이다. 구조 당시 루시는 6년간 반복된 임신과 출산으로 척추가 휘고 뇌전증과 관절염 등을 앓다 사망했다. 루시의 반려인은 번식장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학대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고, 2018년 영국 정부는 루시의 이름을 따 6개월 이하 개·고양이 제3자(펫숍) 판매를 금지하는 루시법을 제정했다.

지난해 11월 경기 연천의 한 허가 번식장에서 발견된 루시(왼쪽)와 영국의 번식장에서 구조된 루시. 카라 제공
지난해 11월 경기 연천의 한 허가 번식장에서 발견된 루시(왼쪽)와 영국의 번식장에서 구조된 루시. 카라 제공

국내서도 반려동물 번식장의 열악한 상황이 잇따라 드러나며 지난해부터 관련 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지난해 11월 경기 연천의 한 허가 번식장에서 출산을 거듭하다 사망한 개에게 ‘루시’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하는 ‘루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개 루시는 몸무게 2.5㎏의 작은 체구에도 출산을 반복해 생식기 탈장이 일어난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고 구조 직후 사망했다. 현장에서는 81마리의 개가 구조됐다.

지난 9월에는 모견의 배를 가위로 가르거나 사체를 냉동고에 보관하면서 1420여 마리의 개들을 사육한 경기 화성의 번식장 사례가 적발되며 대규모 번식에 대한 실태가 드러났다. 이들은 허가받은 개체 수를 훨씬 뛰어넘는 개들을 사육하며 모견을 대상으로 투자자를 유치하는 편법적인 운영을 벌여왔다.

‘한국형 루시법’은 이를 국내 동물생산업 환경에 맞게 수정·보완한 것으로 무분별한 번식을 촉진하는 경매업을 퇴출하고, 아기 동물(6개월령 미만)의 판매와 제3자 거래(펫숍)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경매와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동물의 거래 금지 △60개월령 이상 개·고양이 교배 출산 금지 △6개월령 이상인 동물 총 100마리 초과 사육 금지 △개·고양이 판매 금지 월령 기준을 2개월에서 6개월 미만으로 개정 △동물을 판매하는 경우 구매자를 만나 직접 전달 △경매를 통한 거래의 알선 또는 중개 금지 등이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과 동물단체들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루시법’ 발의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카라 제공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과 동물단체들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루시법’ 발의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카라 제공

동물단체들은 “한해 13만 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하지만 이중 절반은 입양되지 못하고 지자체 보호소에서 사망한다. 이런 상황에도 반려동물들은 강아지공장-경매장-펫숍을 거쳐 연간 추정 20만 마리가 생산·판매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유기동물보호는 외면한 채 동물의 생명을 착취하고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것은 소비로 학대를 촉진한다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 루시법을 계기로 구조적 동물학대가 철폐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루시법 도입에 대한 공감대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카라가 주도한 ‘루시 프로젝트’에는 시민 12만명이 동참 서명을 했고, 올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루시법 도입에 대한 견해를 묻는 위성곤 의원의 질의에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공감한다는 의사를 표했다.

위성곤 의원은 “한국형 루시법은 번식장에서 발생하는 동물학대의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는 법”이라며 “반복되는 임신과 출산으로 죽어가는 이 세상의 모든 루시들을 위해 함께 해달라”고 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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