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는 가축시장 상인들을 위해 지난 8월부터 모란가축시장 비 가림 시설 설치 공사를 시작했다.
“동물보호단체에서 개 시장 입구에서 시위를 여러 번 했어요. (도축하기 전) 개들을 케이지에 넣고 전시하는 곳이 대부분이고 도축하는 곳도 있으니까요. 주민들이 지나가다가 갇혀 있는 개를 보고 민원을 남기기도 하는데, 대부분 동물보호단체가 접수하는 민원이에요. 동물 학대 혐의가 있다는 제보가 있으면 경찰에 고발하거나 수사 의뢰를 합니다.”
지난 6일 부산시 북구 구포 가축시장을 담당하는 북구청 직원이 말했다. 구포시장은 지난여름 개를 차도 위에서 끌고 가는 영상이 퍼져 유명해진 곳이다. 도축장 4곳을 포함해 개고기 가게 18곳이 영업을 하고 있다. 9일에도 ‘구포 개시장을 철폐하라’며 시장 입구에서 동물단체들이 집회를 열었다.
동물단체의 민원이 늘면서 북구청은 지난 9월 ‘구포 가축시장 태스크포스팀’을 발족했다. 매주 한 차례씩 회의를 열고 있다. 동물단체의 민원과 가축시장 상인회의 입장을 조율하고 시장을 바꾸기 위해서다. 이 팀은 부구청장을 단장으로, 기획실이 관련 업무를 총괄한다. 기획실을 포함해 행정지원과, 경제진흥과, 도시관리과, 건설과 5개 부서는 실무팀이다. 경제진흥과, 청소행정과, 환경위생과, 건축과 4개 부서는 단속팀이다.
북구청 기획실 이태경 계장은 “지난 두 달 동안 가축시장의 현황을 파악하는 조사를 마쳤고, 상인회 쪽과 가축시장을 어떻게 정비하면 좋을지 앞으로 논의해야 한다. 환경정비 차원에서 상인들이 업종 전환을 할 수 있도록 시가 유도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성남시 “21곳 중 19곳 전·폐업”
부산시 북구청은 경기도 성남시의 실험에 자극을 받았다. 성남시는 지난해 7월부터 1년 넘게 성남 모란시장 가축시장 정비를 이어가고 있다. 9개 과 15개 팀이 태스크포스팀을 꾸렸다. 시간이 흘러 현재 개고기 가게 21곳 중 2곳을 제외하고는 다 폐업하거나 전업을 하기로 했다. ‘전기도살법’으로 개를 죽이는 전살도구, 물을 끓여두는 통, 털을 뽑는 통, 화염방사기 등 도축시설을 없앴고, ‘생물’이라면서 개들을 좁은 케이지에 가둬두는 전시행태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임진 성남시청 시장현대화와 상권활성화팀장은 “처음 몇달은 (상인들에게) 원수가 됐다. 비를 가려주는 시설, 보도블록 정비, 점포 철거할 때 인테리어 지원, 닭이나 염소 도축 차량 등을 제안하며 설득하며 신뢰를 쌓아갔다. 수질, 분뇨, 건축물 무단 증축, 위생점검 등 다 해봤는데 단속법이 사실 마땅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성남시는 여전히 개를 가게 앞에 전시하고 도축하고 있는 가게 두 곳에 대해 스스로 철거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행정대집행 예고장을 보낼 예정이다.
성남시는 부시장을 단장으로 하고 여러 부서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상인회와 민관협의체를 구성했다. 30번 넘는 협의를 거쳤다고 한다.
개 식용 반대를 외치는 동물단체와 시민들의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개 농장이나 개 시장이 있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도 덩달아 바빠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성남시에만 관련 민원이 1천건이나 쏟아졌다고 한다.
현행법으로 볼 때 60㎡ 이상 면적의 개 농장을 단속할 근거가 없지는 않다. 건축법, 가축분뇨법, 사료관리법, 폐기물관리법 등을 적용할 수 있다. 수천 마리를 키우며 법을 지키면서 개 농장을 운영할 수 있는 일부 기업형 농가를 제외하면, 법을 무시한 채 기존 방식대로 개를 사육하는 농장이 많다 보니 그렇다.
반면 도축장이 있는 가축시장의 경우 현실적으로 동물보호법, 폐기물관리법, 식품위생법 위반 사례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개를 전살법으로 도축하는 걸 두고 동물보호법 위반 여부를 대법원에서 다투고 있고, 도축장에서 나오는 핏물이나 털, 내장이 섞인 폐수의 양은 1000리터를 넘어야 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소규모 개 도축장에는 이 법을 적용하기 어렵다. 식품위생법 역시 개고기가 썩은 음식물을 먹이고 항생제를 투약한 위해식품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하므로 적용이 쉽지 않다.
성남시의 또 다른 관계자는 “관련 법이 유연하지 않다. 전시한 개의 분뇨를 시가 단속할 수 있는지 조례 개정을 고려했는데, 가축을 잠시 두는 것은 사육이 아니라서 가축분뇨법상 단속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법 해석을 듣고 조례 개정을 포기했다”고 했다. 부산 북구청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전시 중인 개가 내는 소음은 소음진동관리법이나 동물보호법상 규제 대상이 아니라 단속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성남시청사에서 열린 모란가축시장 환경개선사업 추진현황 설명회에 상인들과 공무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개 식용, 개 도축과 관련해 중앙정부가 일부러 나 몰라라 하는 동안 ‘애꿎은’ 지자체 공무원들만 고생하고 있다며 성토했다.
“중앙정부가 한 게 뭐 있느냐”
지역을 밝히지 않은 한 광역단체의 팀장급 공무원은 “한두 해 전만 해도 개 농장이나 가축시장을 행정지도차 방문하면 농장주나 시장 상인들로부터 위협적 상황에서 싫은 소리를 잔뜩 듣곤 했다”며 “축산물위생관리법에 개가 가축으로 들어 있지 않기 때문에 도축·가공·유통·판매에 적용할 법이 없다. 그냥 이곳은 개를 도살하던 관행대로 밀고 가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매일같이 모란시장을 나가는 성남시의 한 공무원은 “(대화의 진전이 없을 때도) 그냥 매일 나가서 인사했다. 진전이 없어 답답하긴 해도 상인들이 마음을 열기 전까지는 도축장을 실제로 확인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단속할 근거도 없는데다 공무원들이 가축시장만 담당하지 않고 동물방역 업무도 같이 하니 인력도 부족하다”고 애로 사항을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법이 없으니) 시는 환경정비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개고기를 먹을 것인지 말 것인지 합의를 보고 관련 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한 게 뭐가 있느냐. 민원이 지방정부에만 몰리는데, 우리가 법을 만들 수도 없지 않냐”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사진 성남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