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식용견 관련 단체의 통합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대정부 투쟁과 협상에 ‘개 식용 산업 유지’라는 하나 된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3개의 주요 단체 중 1개 단체가 대표 선출 과정을 문제로 반발하고 있다.
한국육견단체협의회, 대한육견협회는 23일 오후 충청남도 공주유스호스텔에 모여 ‘한국식용견통합단체 창립총회’를 열었다고 25일 밝혔다. 주최 쪽에 따르면, 새 단체 회원으로는 농가 5천가구, 상인과 업주 대표 2천명 정도이다. 이날 총회에는 약 1000명이 모였다고 한다. 한국육견단체협의회는 농가와 유통상인, 식당업주 등이 회원이고, 대한육견협회는 대부분 개 사육 농민들이 회원이다.
새 단체 이름은 ‘대한육견협회’로 부르기로 했다. 신임 회장은 경기도 화성의 김종석씨가, 신임 사무총장은 전남 담양의 주영봉씨가 맡았다. 김씨와 주씨는 모두 대한육견협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육견협회는 개 식용과 관련해 타협이 없다며 개고기 합법화를 주장해 온 강성단체이다.
주 신임 사무총장은 25일 “여러 단체로 나뉘어 활동하다 보니 정부나 국회의원, 국민을 상대로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데 응집력이 떨어졌다. 농가와 상인회가 하나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서 조직했다”라고 통합 이유를 밝혔다.
새 단체는 앞으로 개 식용 산업 유지를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농가와 도축업자, 유통업자, 식당 주인 등이 전문성을 인정받고 개 식용 산업이 유지될 수 있도록 법을 정비해가며, 국회나 농림축산식품부와의 대화에서 협상을 유리하게 해나간다는 것이다. 또 가축 사육농가 중에서 개 사육농가만 가축분뇨법 적용 유예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직접적인 제재의 대상이 됐는데, 이에 대한 대응도 한다.
하지만 완벽한 통합은 아니다. 380여 개 사육농가가 회원인 전국육견인연합회는 대표 선출 과정에서 부정이 있었다며 새 단체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전국육견인연합회 쪽은 대표 선거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전국육견인연합회는 대한육견협회와 달리 동물보호단체와 타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올해 초까지 농가가 전·폐업할 경우 보상을 한다는 전제로 개 식용 종식을 동물단체들과 논의해왔다. 하지만 종식연도를 합의하지 못해 협상은 결렬됐다. 동물단체 쪽은 지금으로부터 5~10년 뒤를 제안했고, 전국육견인연합회는 일러도 2040년이라고 선을 그었다.
조환로 전국육견인연합회 사무총장은 25일 “창구를 일원화하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개 사육 농가뿐 아니라 돼지 사육 농가나 가축을 사육하지 않는 농가가 투표에 참여하게 한 것이 문제였다. 이의신청을 했으나 창립준비위원회 쪽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불법선거이기 때문에 우리는 통합 무효를 주장한다”라며 "낙선에 책임을 지고 (본인과 회장은) 사퇴할 예정이다. 전국육견인연합회의 공식 입장은 추후에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 단체 쪽은 전국육견인연합회 쪽이 주장해 온 전·폐업 보상은 더는 논의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이다.
동물단체 쪽은 육견단체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위기감이 커 보인다. 이미 현실적으로 개 식용 문화는 사라지고 있는데, (이런 움직임은)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