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봐도 귀찮은 표정을 짓고 있는 구름이. 건드리지 말라고 온몸으로 말하는 중.
기분이 얼굴에 드러나는 강아지는 사람 표정 같아 놀랄 때가 있다. 대학생 김혜연(21)씨의 시츄들, 9살 ‘구름이’와 6살 ‘늘솔’이가 그렇다. 두 강아지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기에 사람 같은 표정을 짓는 걸까. 그는 통화에서 “자신을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구름이에게 가끔 존댓말을 한다고요.
“표정이 가끔 아저씨 같아서 존댓말을 할 때가 있어요. 구름이는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표정이 딱 드러나거든요. 가족 중에 엄마를 제일 좋아해서, 저랑 씻으면 기분 안 좋은 게 얼굴에 티가 바로 나요.”
-의사 표시를 똑 부러지게 하는 친구네요.
“게다가 엄청 똑똑해요. 간식이 먹고 싶을 때는 간식 넣는 통을 기억하고 거기 앞에 서 있어요. 달라고 하는 거죠. 또, 저희 아빠가 구름이 어릴 때 훈련을 시킨다고 무섭게 했어요. 아빠만 보면 그때 기억이 떠오르는지 아부를 엄청 떨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인형을 아빠한테 갖다 준다거나, 옆에 은근히 앉아있거나 해요.”
-솔이 성격은 구름이랑 많이 다르다고요.
“꼭 고양이 같아요. 상자가 있으면 들어가려고 하거든요. 가족 중에 저를 제일 좋아해서 뽀뽀를 엄청 잘해주는데, 언니랑 엄마한테는 안 해줘요. 가끔 산책 중에 사람들이 만지려고 하면 분노를 참지 못하고 으르렁하기도 해요.”
구름이는 자기 인형을 건드리거나 뽀뽀를 하려고 하면 언짢은 표정을 짓는다.
언니의 발냄새를 맡은 구름이. 마치 냄새에 취한 표정이다.
-두 마리 시츄는 형제인가요.
“아뇨. 구름이는 2009년에 애견숍에서 분양받았고, 솔이는 2012년에 유기견 보호소에서 임시보호 중 입양했어요. 구름이한테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어서 인터넷에서 유기견 입양을 찾아보던 중에, 솔이 사진을 보자마자 ‘얘는 우리 가족이다’ 싶었어요. 제가 집이 천안인데, 대전까지 입양하러 갔죠.”
-의도한 것처럼 둘은 친구가 됐나요.
“구름이가 강아지를 무서워하더라고요. 솔이도 강아지를 좋아하진 않아요. 서로 외계인을 보는 듯한 느낌? 살 닿는 것도 안 좋아해서 둘이 있는 사진도 많이 없어요. 구름이가 성질을 내면 솔이가 비키는 정도인데, 신기하게도 싸우진 않아요.”
-솔이가 가슴 철렁하게 했던 적도 있다고요.
“예전에 솔이가 베란다에 있는 포도 한 박스를 다 먹은 적이 있어요. 구름이 목욕을 시키고 있어서 몰랐죠. 솔이를 안고 병원을 가는데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죽으면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하면서요. 병원에서 애가 막 토를 하는데 그걸 보면서 울었어요. 진료가 끝나고 제 품에 안겼는데, 솔이가 벌벌 떠는 게 느껴져서 너무 미안했어요. 그런 것도 신경을 쓰지 못한 제가 너무 나쁘게 느껴지고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그때 딱 ‘강아지를 키우면 안 되겠구나! ’생각했어요. 내가 책임을 질 수 있나? 하는 생각도 자꾸 들고요.”
-지금 솔이 건강은 괜찮나요.
“최근에 결석 치료를 하긴 했지만, 지금 아픈 데 없이 건강해요. 구름이도 아홉 살 치곤 팔팔하고요. 맨날 산책을 시켜서 그런 것 같아요. 산책하러 안 가면 구름이랑 솔이가 기분 안 좋은 게 딱 보이거든요.”
상자를 좋아하는 솔이. 자기 몸에 꼭 맞는 상자에 쏙 들어갔다.
어떤 상자든 일단 들어가고 보는 솔이. 네가 복숭아니?
나란히 엄마를 기다리는 솔이(왼쪽)와 구름이. 그래도 싸우지 않고 착하게 사는 친구다.
-걱정과 달리 책임을 다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요즈음은 구름이가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자꾸 마지막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헤어지는 생각을 하면 벌써 눈물이 나고 싫어요. 둘은 내 전부인데, 떠나면 못 견딜 것 같아서요. 그래서 천안에 있는 본가에 자주 가요. 엄마가 제가 집에 오면 애들 표정도 살아나고, 기뻐한다 하더라고요.”
-구름이, 솔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단 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너희는 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야. 아프지 말고 우리 가족이랑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자. 나중에 무지개다리 건너면 우리 가족 괜히 기다리지 말고 다리 위해 잘 지나갔다는 발자국 하나만 찍어 줘.”
안예은 교육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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