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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시츄 ‘구름’이, 너 사람이지?

등록 2018-09-01 08:59수정 2018-09-04 22:30

[애니멀피플] 애피의 에피소드
사람 표정 짓는 ‘구름이’와 상자 애착견 ‘늘솔이’
딱 봐도 귀찮은 표정을 짓고 있는 구름이. 건드리지 말라고 온몸으로 말하는 중.
딱 봐도 귀찮은 표정을 짓고 있는 구름이. 건드리지 말라고 온몸으로 말하는 중.
기분이 얼굴에 드러나는 강아지는 사람 표정 같아 놀랄 때가 있다. 대학생 김혜연(21)씨의 시츄들, 9살 ‘구름이’와 6살 ‘늘솔’이가 그렇다. 두 강아지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기에 사람 같은 표정을 짓는 걸까. 그는 통화에서 “자신을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구름이에게 가끔 존댓말을 한다고요.

“표정이 가끔 아저씨 같아서 존댓말을 할 때가 있어요. 구름이는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표정이 딱 드러나거든요. 가족 중에 엄마를 제일 좋아해서, 저랑 씻으면 기분 안 좋은 게 얼굴에 티가 바로 나요.”

-의사 표시를 똑 부러지게 하는 친구네요.

“게다가 엄청 똑똑해요. 간식이 먹고 싶을 때는 간식 넣는 통을 기억하고 거기 앞에 서 있어요. 달라고 하는 거죠. 또, 저희 아빠가 구름이 어릴 때 훈련을 시킨다고 무섭게 했어요. 아빠만 보면 그때 기억이 떠오르는지 아부를 엄청 떨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인형을 아빠한테 갖다 준다거나, 옆에 은근히 앉아있거나 해요.”

-솔이 성격은 구름이랑 많이 다르다고요.

“꼭 고양이 같아요. 상자가 있으면 들어가려고 하거든요. 가족 중에 저를 제일 좋아해서 뽀뽀를 엄청 잘해주는데, 언니랑 엄마한테는 안 해줘요. 가끔 산책 중에 사람들이 만지려고 하면 분노를 참지 못하고 으르렁하기도 해요.”

구름이는 자기 인형을 건드리거나 뽀뽀를 하려고 하면 언짢은 표정을 짓는다.
구름이는 자기 인형을 건드리거나 뽀뽀를 하려고 하면 언짢은 표정을 짓는다.
간식 준다는 소리에 초롱초롱해진 구름이.
간식 준다는 소리에 초롱초롱해진 구름이.

언니의 발냄새를 맡은 구름이. 마치 냄새에 취한 표정이다.
언니의 발냄새를 맡은 구름이. 마치 냄새에 취한 표정이다.
-두 마리 시츄는 형제인가요.

“아뇨. 구름이는 2009년에 애견숍에서 분양받았고, 솔이는 2012년에 유기견 보호소에서 임시보호 중 입양했어요. 구름이한테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어서 인터넷에서 유기견 입양을 찾아보던 중에, 솔이 사진을 보자마자 ‘얘는 우리 가족이다’ 싶었어요. 제가 집이 천안인데, 대전까지 입양하러 갔죠.”

-의도한 것처럼 둘은 친구가 됐나요.

“구름이가 강아지를 무서워하더라고요. 솔이도 강아지를 좋아하진 않아요. 서로 외계인을 보는 듯한 느낌? 살 닿는 것도 안 좋아해서 둘이 있는 사진도 많이 없어요. 구름이가 성질을 내면 솔이가 비키는 정도인데, 신기하게도 싸우진 않아요.”

-솔이가 가슴 철렁하게 했던 적도 있다고요.

“예전에 솔이가 베란다에 있는 포도 한 박스를 다 먹은 적이 있어요. 구름이 목욕을 시키고 있어서 몰랐죠. 솔이를 안고 병원을 가는데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죽으면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하면서요. 병원에서 애가 막 토를 하는데 그걸 보면서 울었어요. 진료가 끝나고 제 품에 안겼는데, 솔이가 벌벌 떠는 게 느껴져서 너무 미안했어요. 그런 것도 신경을 쓰지 못한 제가 너무 나쁘게 느껴지고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그때 딱 ‘강아지를 키우면 안 되겠구나! ’생각했어요. 내가 책임을 질 수 있나? 하는 생각도 자꾸 들고요.”

-지금 솔이 건강은 괜찮나요.

“최근에 결석 치료를 하긴 했지만, 지금 아픈 데 없이 건강해요. 구름이도 아홉 살 치곤 팔팔하고요. 맨날 산책을 시켜서 그런 것 같아요. 산책하러 안 가면 구름이랑 솔이가 기분 안 좋은 게 딱 보이거든요.”

상자를 좋아하는 솔이. 자기 몸에 꼭 맞는 상자에 쏙 들어갔다.
상자를 좋아하는 솔이. 자기 몸에 꼭 맞는 상자에 쏙 들어갔다.
어떤 상자든 일단 들어가고 보는 솔이. 네가 복숭아니?
어떤 상자든 일단 들어가고 보는 솔이. 네가 복숭아니?
캐리어에 들어가서 잠을 자고 있는 솔이.
캐리어에 들어가서 잠을 자고 있는 솔이.
나란히 엄마를 기다리는 솔이(왼쪽)와 구름이. 그래도 싸우지 않고 착하게 사는 친구다.
나란히 엄마를 기다리는 솔이(왼쪽)와 구름이. 그래도 싸우지 않고 착하게 사는 친구다.
-걱정과 달리 책임을 다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요즈음은 구름이가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자꾸 마지막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헤어지는 생각을 하면 벌써 눈물이 나고 싫어요. 둘은 내 전부인데, 떠나면 못 견딜 것 같아서요. 그래서 천안에 있는 본가에 자주 가요. 엄마가 제가 집에 오면 애들 표정도 살아나고, 기뻐한다 하더라고요.”

-구름이, 솔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단 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너희는 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야. 아프지 말고 우리 가족이랑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자. 나중에 무지개다리 건너면 우리 가족 괜히 기다리지 말고 다리 위해 잘 지나갔다는 발자국 하나만 찍어 줘.”

안예은 교육연수생 seoulsouljazz@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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