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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동물보호소는 다가올 혹한이 벌써 두렵다

등록 2018-09-09 09:00수정 2018-09-09 14:25

[애니멀피플] 윤정임의 보호소의 별들
햇볕 가리고, 잡초 아무리 뽑아도…
상수도 시설 없는 외진 보호소에서
폭염·폭우에 죽기 살기로 버틴 활동가들
푸들 ‘영이’가 물통 안에서 몸을 식히고 있다. 나이가 많은 동물일수록 온도에 민감해 폭염이 지속되면 건강이 나빠진다.
푸들 ‘영이’가 물통 안에서 몸을 식히고 있다. 나이가 많은 동물일수록 온도에 민감해 폭염이 지속되면 건강이 나빠진다.
지긋지긋했던 폭염이 물러가고 선선한 바람에 날아갈 듯 몸이 가볍다. 올여름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복지센터가 있는 남양주시는 두 달간 제대로 된 비 한번 내리지 않는 최악의 폭염이 지속되었다. 축 늘어져 있던 동물들과 같이 늘어질까 죽기 살기로 버틴 활동가들은 이제야 한숨 돌린다.

야외 활동이 많아 날씨 영향이 큰 동물보호소에서 여름과 겨울은 참으로 힘든 계절이다. 동물보호소는 민원으로 인한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로 민가와 먼 산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비탈이 많은 지형이라 눈과 비에 취약하다. 사방이 산과 나무로 가려져 공기가 정체되어 있어 습도가 굉장히 높다. 폭염이 오면 종일 습식 사우나 안에 있는 느낌이다.

폭염이 길어지면 먼저 몸이 약한 노령 동물들이 기력이 약해지고 식욕이 떨어진다. 피부병이 있는 동물들의 피부 상태는 악화되고 귀와 안구 질환도 심해진다. 평소보다 건강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하니 활동가들의 고충이 깊다.

반려동물복지센터 활동가들은 올봄부터 다가올 폭염을 대비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제일 먼저, 고양이와 작은 개들이 생활하는 실내 공간에 천장형 시스템 에어컨을 설치했다. 실외 공간이 견사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되는 큰 개들의 공간은 에어컨 효율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벽걸이 선풍기 수십 대를 달고, 견사와 연결된 76개 외부 공간에 햇볕을 막아 줄 차광막을 쳤다. 동물들이 뛰어노는 큰 운동장에도 여러 개의 천막을 설치했다. 계속 움직이며 일해야 하는 활동가들을 위해 냉풍기도 대여했다.

그러나 더위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잠깐이라도 열을 식히려고 마당에 물을 뿌리면 애석하게도 1분 만에 말라 버렸다. 지역 특성상 기반시설이 약해 지하수를 쓰는데, 하루에 뽑아내는 물의 양이 정해져 있어 넉넉하게 물을 뿌리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게 내년 여름 숙원사업이다. 그런데 그 전에 수천만 원이 드는 상수도 공사를 먼저 해야 한다.

견사에 내리쬐는 뜨거운 햇볕을 막아 줄 차광막은 필수다. 겨울엔 너무 춥기 때문에 차광막을 다시 걷어야 한다.
견사에 내리쬐는 뜨거운 햇볕을 막아 줄 차광막은 필수다. 겨울엔 너무 춥기 때문에 차광막을 다시 걷어야 한다.
반려동물복지센터 활동가가 뜨겁게 달아오른 견사에 물을 뿌리고 있다.
반려동물복지센터 활동가가 뜨겁게 달아오른 견사에 물을 뿌리고 있다.
폭염이 물러가니 폭우가 쏟아졌다. 자갈과 토사가 쓸려 와 쌓이고 진입로 비포장길은 움푹 파여 차가 움직일 때마다 산악 레이싱을 하는 것 같았다. 잡초는 물 만난 고기처럼 하룻밤 새 훌쩍 자라 정글이 되니 벌레가 기승이다. 독충도 있기 때문에 여름철엔 센터 주변 풀 관리를 상시로 해야 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는 돌이킬 수 없이 진행되고 있다. 폭염, 폭우, 혹한, 폭설이 일반화된다면 사회기반시설이 약한 곳에 자리 잡은 동물보호소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제한된 공간 안에서 생활하고 밀집도가 높아 자칫 동물들의 안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영국 ‘배터시 개와 고양이의 집’(Battersea Dogs & Cats Home)은 영국 왕실이 소유한 런던의 건물과 토지를 무상으로 대여받아 동물보호시설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은 돈이 있어도 지역 사회의 반발과 정부의 방관으로 보호소 부지 마련조차 가혹할 정도로 힘들다. 동물보호소는 우리 사회 가장 약자인 동물이 죽임당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다. 가스가 욕심이라면, 수도만이라도 들어오는 너무 외지지 않은 곳에 두 번째 동물들의 집을 지을 수 있길 고대한다.

글·사진 윤정임 동물자유연대 국장

영국 ‘배터시 개와 고양이의 집’ 보호소는 런던 시내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명소다.
영국 ‘배터시 개와 고양이의 집’ 보호소는 런던 시내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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