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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번식의 굴레…어미 개는 새끼 귀를 물어뜯었다

등록 2019-08-13 14:08수정 2019-08-15 15:16

[애니멀피플] 사지마 팔지마 버리지마: 반려산업의 슬픈 실체
5회. 번식장 모견의 텅 빈 눈

출산한지 50일 가량 지난 어미 개는
철장에 갇힌 채 새끼들과 분리 돼…
강아지 귀 뒤쪽과 목에 깊은 상처
농장주는 “엄마가 물어서…”라고 말했다
번식농장에서 모견과 종견의 삶은 열악하다. 8~9년 동안 새끼를 낳는 ‘기능’만 수행하다 쓰임이 다 하면 폐견이 되어 다시 경매장에서 내다 팔리거나, 말 그대로 ‘버려진다.’
번식농장에서 모견과 종견의 삶은 열악하다. 8~9년 동안 새끼를 낳는 ‘기능’만 수행하다 쓰임이 다 하면 폐견이 되어 다시 경매장에서 내다 팔리거나, 말 그대로 ‘버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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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회 이야기: 생후 40~50일 된 강아지들은 경매장에서 대략 3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 이상에 팔려나갔다. 높은 가격의 조건은 외모였다. 경매장에서 강아지들은 수시로 유찰되고 반품됐다. 펫숍이 아닌 농장으로 다시 돌아가는 개들은 8~9년 혹은 평생 종·모견으로 살다 ‘폐견’으로 버려졌다. 펫숍으로 간 강아지들은 진열장에서 굶주림과 낙상, 질병을 견디며 ‘가족’을 기다린다. 펫숍은 더 많은 소비자를 찾기 위해 마케팅을 고도화하고, 반려견 산업 구조에 갇힌 강아지들은 사랑받을수록 더 많이 버림받는 덫에 빠졌다.

5회: 번식장 모견의 텅 빈 눈

강아지 번식장의 개 짖는 소리는 달랐다. 그것은 누군가를 경계하여 ‘컹컹’ 짖거나, 주인이 반가워 ‘왈왈’ 짖는 소리가 아니었다. 논밭 사이, 저렴하게 지어 올린 조립식 건물에서 개들은 공기를 찢을 듯 울부짖었다.

강아지 경매장이 그렇듯 번식장도 대도시 외곽에 자리 잡고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7월23일 발표한 <2018년 반려동물 보호 복지 실태 조사 보고서>를 보면, 동물생산업 등록업체 1186곳 가운데 400개 업체가 수도권에 밀집해 있다.

실제로는 공식 집계보다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려동물생산자협회는 2천~3천개, 동물권단체 카라는 3천~4천개의 반려견 생산업체가 전국에 산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반려동물 연관산업 발전 방안 연구보고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17년)

식용견 농장과 반려견 생산 농장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반려견 농장은 농림축산식품부령이 정하는 가정에서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동물(개, 고양이, 토끼 등)을 생산하는 곳을 의미한다.

사람의 손에 끌려 나온 모견들은 으르렁대거나 꼬리를 흔들지도 않았다. 바로 옆에서 어쩔 줄 모르는 새끼들을 보고도 알은 채 하지 않았다.
사람의 손에 끌려 나온 모견들은 으르렁대거나 꼬리를 흔들지도 않았다. 바로 옆에서 어쩔 줄 모르는 새끼들을 보고도 알은 채 하지 않았다.
식용견 농장은 애매하다. 개는 축산법상 가축에 포함되지만 축산물위생관리법상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동물’에 포함되지 않는다. 모호한 법적 지위 때문에 육견 단체는 식용개 사육이 무법의 영역에 있다고 주장하고, 시민단체는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합법과 불법의 차이는 있지만, 반려견 농장이건 식용견 농장이건 개들은 철장에 갇혀 태어나고 길러진다. 우리는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된 동물생산업체 가운데 경기도 여주, 양평, 김포 일대의 강아지 번식장 3곳을 찾았다. 불법 번식장 1곳 또한 잠입 취재했다.

취재 중 강아지를 키우는 농장인 줄 알고 찾아간 한 농장은 반려견 생산업체로 등록해놓고 도사견, 진돗개 등을 실외 뜬장에서 집단으로 키우기도 했다. 도사견과 진돗개는 주로 식용견으로 팔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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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가까이 가지 마요”

6월17일과 7월1일, 두 차례 방문한 경기도 여주 ○○농장의 외양은 꽃집처럼 보였다. 국도 옆 입구에는 알록달록한 꽃모종과 씨앗 따위를 진열해 놓았다. 호미, 삽, 플라스틱 바구니, 낡은 가전제품 따위가 뒤섞여 있어 고물상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곳이 강아지 번식장임을 확인시켜주는 것은 세 가지였다. ‘애완견 직매장’ ‘애완동물 교배분양’ 이라고 쓰인 간판, 코를 찌르는 비릿한 동물 냄새,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개 짖는 소리.

꽃집처럼 보였던 곳은 강아지를 키우는 농장이었다. 조립식 건물 안의 철장에는 개털과 오물이 찌든 때처럼 엉겨 붙어 있었다.
꽃집처럼 보였던 곳은 강아지를 키우는 농장이었다. 조립식 건물 안의 철장에는 개털과 오물이 찌든 때처럼 엉겨 붙어 있었다.

농장에 들어서자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 ㄱ씨가 우리를 맞았다. 농장에 고용된 직원이었다. “서울에서 크게 애견샵을 하다가 가게에 불이 나서 접고, 농장 일을 하고 있다”는 그는 “한때 남양주 ◇◇경매장에서 미용사로 일했을 정도로 개를 잘 안다”고도 말했다. 평생 개를 통해 생계를 꾸려왔다는 뜻이었다.

○○농장 개들은 약 50평 규모의 조립식 건물 안 철장에 갇혀 있었다. 내부가 비좁은 탓인지 일부 개들은 바깥의 뜬장에 있었다.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보자 줄지어 들어선 철장 안에서 개들이 미친 듯이 짖기 시작했다.

“너무 가까이 가서 보지 마요. (개들이) 너무 짖어서 배 터져 죽을 수도 있어.” ㄱ씨는 이 농장에 “치와와, 몰티즈 등 약 200마리” 개들이 있다고 소개했다. 수백마리 개들이 한꺼번에 짖는 소리는 바로 옆 국도를 달려가는 자동차 소음을 덮을 정도였다.

○○농장은 우리가 찾은 강아지 번식장 중 가장 적극적으로 견사를 공개했다. 부끄러울 것이 없다는 태도였다. “우리가 얼마나 깨끗이 (관리)하는지 얘기할 것도 없다”고 ㄱ씨는 강조했다. 그러나 번식장 내부에선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악취가 풍겼다. 빛이 잘 들지 않아 어두컴컴했지만, 찌든 때처럼 철장에 엉겨 붙은 개털과 오물이 선명했다.

태어나 한번도 빗질을 한 적 없어 보이는 덥수룩한 개들이 어둠 속에서 눈을 번득이며 짖어댔다. 개들이 울부짖는 소리 때문에 우리도 소리를 지르며 대화했다. ㄱ씨는 “농장 바닥이 깨끗하다” “장을 2층으로 쌓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바닥에 오물은 없었다. 개들이 1m 이상 높이의 뜬장에 있었고, 뜬장 아래 설치된 기다란 철제 받침이 똥오줌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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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과 무허가의 차이

이곳이 ‘합법적으로 허가된 강아지 번식장’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믿기 힘들었다. ‘합법 농장’인 ○○농장의 상태는 ‘무허가 번식장’인 경기도 고양 XX농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7월14일 찾은 XX농장은 대형견과 푸들을 주로 기르고 있었다. 바닥장에 머무는 10여 마리를 제외하고 약 50마리가 뜬장에 갇혀 있었다. 실내 바닥장에는 햇볕이 부스러기 수준으로 비쳐 들어왔고, 뜬장에 있는 개들은 비바람 막을 벽이 없는 철장에 갇혀 있었다.

동물보호법을 보면, 동물생산업장은 사육 동물 몸길이의 2~2.5배 이상의 규모로 직사광선, 비바람, 추위 및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사육 설비를 갖춰야 한다. 특히 개의 경우 운동 공간을 설치하고 동물의 특성에 맞는 생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법이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기로는 XX농장이나 ○○농장이나 비슷해 보였다.

○○농장 시설이 합법적인 데는 이유가 있었다. 지난 9월 개정된 동물보호법 시설 규칙을 보면, 사육 설비의 바닥을 망으로 하면 안된다고 쓰여 있지만, 이는 지난 1년 반 사이에 허가된 농장에만 적용된다. 2018년 3월22일 이전에 동물생산업 신고를 한 농장의 뜬장은 바닥 면적의 30% 이상 평평한 판을 넣어 바닥 공간만 확보하면 법적으로 허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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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주는 ‘직거래’를 원했다
농장주들은 경매장에서 좋은 가격을 받기 어려워 보이는 강아지들을 빨리 처분하고 싶어 했다. ○○농장 ㄱ씨는 어린 치와와 4마리를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아 데려나왔다. 치와와들은 경매장에서 ‘좋은 가격’을 받기 어려워 보였다. 이른바 ‘품종별 외모 기준’을 조금씩 벗어나 있었다. 검은 눈동자가 바깥으로 쏠렸거나, 검은 털 사이에 흰 털이 박혀 있거나, 치와와라는데 미묘하게 포메라니안처럼 생겼다거나 하는 식이었다.

농장 사람들은 이른바 ‘품종별 외모 기준’을 조금씩 벗어난 강아지들을 빨리 처분하고 싶어 했다.
농장 사람들은 이른바 ‘품종별 외모 기준’을 조금씩 벗어난 강아지들을 빨리 처분하고 싶어 했다.

ㄱ씨는 치와와 한 마리를 15만원에 팔겠다고 했다가, 세 마리 합쳐 30만원에 데리고 가라고 했다. “오늘 아니면 못 가져 가. 이런 애들 봐봐, 얼마나 이뻐요. 저런 거 사 가면 진짜 (가격) 잘 받죠.” 그의 구매 권유는 끈질겼다.

“작고 이쁜 애들 한두 마리씩 가져가요. 아니면 (바깥 철창에 있는 몰티즈 믹스견을 가리키며) 저런 애들 3만원에 데리고 가서 싸게 팔아. 그런 걸 잘 해야 장사를 잘 하는 거야.”

우리는 이 강아지들을 7월2일, 경기 남양주 ◇◇경매장에서 다시 만났다. 경매장에서 ○○농장의 개들은 8만~10만원에 팔려 나갔다.

7월5일 찾아간 경기도 김포 □□농장의 농장주는 다음 날 경매장에 데려가려고 모아둔 강아지들을 우리에게 내보였다. “저거 오늘 두 마리, 10만원에 가져가서 팔아봐. (마리당) 한 25만원 이렇게.” 생후 45일 경이라는 장모치와와 두 마리, 포메라니안 세 마리, 몰티즈 두 마리가 세 개의 철장에 나뉘어 들어 앉아 있었다.

농장주는 강아지들의 외모가 아쉬운 듯 했다. “엄마가 엄청 예쁘게 생겼는데, 이번에 ‘오바’를 낳았네. 엄마가 항상 비싸게 많이 뽑아주던 애였는데. 근데 건강해요. 똥도 때글때글하고.”

농장주가 플라스틱 바구니 속 강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농장주가 플라스틱 바구니 속 강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농장주가 ‘오바’라고 한 것은 윗니가 아랫니보다 많이 나온 부정교합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 반대의 경우는 ‘언더’라고 한다. 이가 가지런하지 않은 강아지는 경매장과 펫숍에서 비싼 가격에 낙찰되기 어렵다. 여차하면 유찰과 반품을 거듭할 수 있으므로 농장주는 이들을 ‘염가’에 팔고 싶어 했다. 영문 모르는 강아지들은 서로 핥아주고 장난치다가 몸을 겹쳐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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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철장에 갇혀 지내는 종견, 모견

경매장이나 펫숍에서 볼 수 없었던 개가 번식장에는 있었다. 강아지들을 낳는 종견과 모견이다.

□□농장의 철장 속 장모 치와와는 어른 손바닥 반만한 강아지 두 마리를 품고 있었다. 그 모견은 남다른 모성을 갖고 있다고 농장주는 말했다. “워낙 새끼를 잘 돌보기 때문에” 다른 강아지들을 돌보도록 함께 넣어뒀다고 농장주는 설명했다. 새끼를 낳는 기능에 더하여 다른 개의 새끼를 돌보는 ‘위탁모’의 역할까지 맡은 셈이었다.

바로 곁의 철장에는 2개월 쯤 돼 보이는 포메라니안이 갇혀 있었다. “저 아이는 종견으로 키우는 애”라고 농장주는 설명했다. 한눈에 보아도 비싼 가격을 받을 만큼 외모가 좋았다. 어떤 강아지는 못났다는 이유로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또다른 강아지는 예쁘다는 이유로 평생 철장에 갇혀 지내는 역설을 우리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합법 번식장’인 ○○농장의 상태는 ‘무허가 번식장’인 경기도 고양 XX농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합법 번식장’인 ○○농장의 상태는 ‘무허가 번식장’인 경기도 고양 XX농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떤 모견은 새끼들을 잘 돌보지 않았다. 경기도 고양 XX농장에서 만난 어미 보더콜리는 강한 공격성을 보였다. 출산한 지 50일 가량 지난 어미 개는 철장에 갇힌 채 벽을 두고 새끼들과 분리돼 있었다. 네 마리 강아지 가운데 한 마리는 귀 뒤쪽과 목에 각각 3cm, 1cm 가량의 깊은 상처가 나 있었다.

농장주 ㄷ씨는 “엄마가 물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출산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개는 때때로 새끼를 공격하기도 한다. XX농장주는 강아지의 상처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후시딘 바르면 금방 나을테니” 염려 말라며 “이번 주에는 (경매장에) 나가야 할 애들”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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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을 다 한 종견과 모견은 어디로 갈까

농경연이 펴낸 <반려동물 연구보고서>를 보면, 2016년 기준으로 번식장의 개들은 1년 평균 1.5회 분만을 하고, 종모견 100마리 규모의 농장이라면 연간 315마리의 강아지를 생산한다. 1년간 번식장에서 생산된 강아지는 46만 마리로 추정된다.

2018년 현재, 한국의 신생아는 약 32만명이다. 사람보다 더 많은 숫자의 강아지가 한국에서 태어나 ‘반려견 시장’에서 거래되고, 그만큼 많은 강아지가 버려지는 것이다. 번식장은 느슨한 법체계 아래 우후죽순 격으로 확대된 ‘공급 과잉’의 진앙지다.

번식장에서 강아지를 ‘생산’하는 모견 또는 종견이 나중에 어찌 되는지, 우리는 내내 궁금했다. 현장에서 만난 농장주들에게 모견의 나이를 물으면 대부분 2~3살이라고 답했다. 농경연이 한국반려동물생산자협회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정리한 보고서를 보면, “반려견은 생후 6~8개월부터 발정이 오며, 1살 이후부터 교배를 시작하고 2~5살에 교배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보다 나이가 많아 번식력이 떨어지면 개들은 ‘폐견’이 되어 다시 경매장에서 내다 팔리거나, 말 그대로 ‘버려진다.’

8월6일 통화한 현직 번식업자 ㄷ씨는 “번식장에서 모견은 6~7년 가량 산다. 이후 번식력이 떨어지면 kg당 2만~3만원에 개들을 ‘누가’ 데려간다”고 말했다. 누가 어디로 데려가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그는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경기도 고양 XX농장에서 만난 어미 보더콜리는 강한 공격성을 보였다. 출산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개는 때때로 새끼를 공격하기도 한다.
경기도 고양 XX농장에서 만난 어미 보더콜리는 강한 공격성을 보였다. 출산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개는 때때로 새끼를 공격하기도 한다.
7월25일 통화한 브리더 ㄴ씨는 “번식력이 떨어진 개들은 농장과 거래하는 동물병원에서 안락사 시킨다. 예전에는 농장주가 직접 안락사 주사를 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2016년 윤리적 켄넬을 찾기 위해 전국 번식장 200여 곳을 찾은 프로젝트팀 ‘굿보이토토’의 일원이었던 권혁호 수의사는 당시 만난 농장주들의 말을 빌어 “생산력이 떨어지는 모견은 밥을 주지 않고 방치하거나, 안락사시킨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때려죽이기도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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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다고, 입을 틀어막기도

새끼를 낳는 ‘기능’만 중시하는 번식농장에서 모견과 종견의 삶은 열악하다. 권혁호 수의사는 “(열악한 농장의 경우) 설사는 기본이고 피부병은 무조건 달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좁은 공간에 여러 개체가 살다보니 호흡기 질병 등 전염성 질환도 퍼지기 쉽다. 뜬장에 사는 개들은 철망을 딛고 서면서 발가락 사이에 염증도 자주 생긴다.

소음 때문에 민원이 들어오면, 모견과 종견의 입을 틀어막기도 한다. 번식장에서 구조된 개들을 꾸준히 치료해 온 올리브동물병원 박정윤 수의사는 2017년 경기도 시흥의 한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된 개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77마리 가운데 절반 이상이 성대 수술을 받은 상태였다. “기도를 열어 (정교하게) 수술한 게 아니라 입을 벌려 신경을 끊은 것으로 보였다. 후두가 좁아지고 단단해져 다른 치료를 위한 기관지 삽관이 안됐고, 호흡을 힘들어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두 수의사는 개들의 정신 건강 문제도 지적했다. 권 수의사는 “많이, 빨리 번식시켜 판매하는 것이 목적”인 번식장의 현실이 개들의 행동 장애를 높인다고 지적했다. 철장이 세상의 전부였던 개들이 밖으로 나오면 “사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소심한 행동을 보이거나 사람에게 안겨 있는 것도 못 견디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농장에서 만난 개들은 철장 속에서는 날카롭게 짖었지만 막상 한 마리씩 밖으로 데려나오면 이내 주눅 들어 조용해졌다. 경기도 여주 ○○농장의 ㄱ씨가 우리에게 보여주려고 데려나온 치와와 모견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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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팔고 버리는 ‘펫코노미’

“얘가 이 강아지들 엄마예요. 이쁘죠?” 젖이 퉁퉁 불은 개는 초점 없는 눈으로 ㄱ씨의 팔에 힘없이 매달려 있었다. 으르렁대거나 꼬리를 흔들지도 않았다. 바로 옆 바구니에 담겨 어쩔 줄 몰라하는 새끼들을 보고도 알은 체 하지 않았다.

“목욕을 안 시켜 그렇지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며 데려나온 몰티즈도, 또다른 치와와 종견도 하나 같이 텅 빈 눈으로 나왔다. 김포 □□농장에서 새끼를 잘 돌본다며 농장주가 추켜세웠던 치와와 모견도, 고양 XX농장에서 새끼를 물었던 보더콜리 모견도 유령 같은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모든 번식장이 개들의 지옥인 것은 아니었다. 7월5일 만난 김포 △△농장주는 바닥에 울타리를 치고 개를 기른다고 소개했다. 농장 전체를 확인하진 못했지만 농장주 집 앞 울타리에 종견과 모견 예닐곱 마리가 나와 있었다. △△농장의 개들은 폴짝폴짝 뛰며 우리를 향해 짖었다. 맥없이 짖어대며 우리를 바라보던 ○○농장의 개보다는 활력이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지난 7월 발표에 따르면, 전국의 동물생산업 등록업체는 1186곳이다. 무허가 업체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2천~4천여 곳으로 추정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지난 7월 발표에 따르면, 전국의 동물생산업 등록업체는 1186곳이다. 무허가 업체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2천~4천여 곳으로 추정된다.
높은 곳에 올린 철장이 아니라 흙이 있는 땅에서만 키워도 많은 것이 달라지겠지만, 그마저도 쉽지는 않다. “바닥에 하면 (철)장을 많이 못 짜잖아. 본전을 뽑아야 하니까.” 땅을 임대한 번식장 업주들이 더 많은 개를, 사람 편의적으로 키우기 위해 고안한 것이 뜬장이다. 결국 시장의 논리가 강아지의 건강보다 우선하는 것이다.

반려동물 생산, 유통, 판매 시스템은 톱니바퀴처럼 아귀를 맞춰 돌아가며 시장을 키우고 있다. 지난 몇 년 사이 ‘펫코노미’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비교 경쟁으로 생명에 가격을 매기는 경매장, 프랜차이즈화하며 세를 키우는 펫숍, 연간 수십만 마리의 강아지를 쏟아내는 번식장은 공고한 삼각 고리를 이뤘다. 이토록 많은 개를 키우고 팔고 사고 버려야만 하는 것일까.

신소윤 김지숙 기자 yoon@hani.co.kr

#6회 ‘반려동물을 대하는 그들의 방식’ 편에서는 반려 산업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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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식장, 경매장, 펫숍은 한국 반려동물 산업의 ‘블랙 트라이앵글’입니다. 국내 언론 가운데 처음으로 <애니멀피플>이 그 현장을 직접 취재했습니다. 한 달 동안 사전 취재와 자료 조사를 벌였고, 두 달 동안 전국의 강아지 번식장 4곳, 반려동물 경매장 6곳, 펫숍 2곳 등을 잠입 취재했습니다.

반려견 산업은 외부자의 접근을 철저히 막고 있습니다. 강아지 번식장을 취재하기 위해 기자들은 경기도의 한 상가를 임대해 관청으로부터 동물판매업 허가를 받았습니다. 엄격한 회원제로 운영되는 반려동물 경매장에 접근하기 위해 펫숍 사업자로도 등록했습니다. 펫숍에서 보름간 ‘알바’로 일하며 개가 물건처럼 사고 팔리는 현장도 기록했습니다.

돈의 논리로 굴러가는 한국 반려견 산업의 실체를 이제 영상과 글로 보여드립니다. 물건처럼, 때로 물건보다 못한 존재로 거래되는 생명을 구출하기 위한 텀블벅 펀딩도 준비했습니다. 동물의 친구, <애니멀피플> 친구들의 참여와 도움을 기다립니다.

★사지마 팔지마 버리지마: 반려산업의 슬픈 실체

1회: “A급 비숑, 18만원!”…생명은 15초만에 상품이 되었다

2회: 버려지거나 먹히거나…선택받지 못한 개들의 운명

3회: 하루 두 스푼, 펫숍 강아지의 목숨 건 기다림

4회: ‘상근이’들은 왜 유기견이 되었나…수요·공급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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